[오늘의 술] 39편_대박과 쪽박
그간 글을 쓰면서 3가지 술을 만들었다.
- 샹그리아는 이미 숙성이 다 되어 친구들과 마셨고 평범한 수준의 맛이었다.
- 깔루아는 아직 한달이 되려면 1주일이 남았는데, 중간시음결과 대박을쳐서 숙성을 종결
- 진은 한달되려면 약 3주일이 남았는데, 중간시음결과 쪽빡을쳐서 망했다.
성공한 깔루아 먼저
아직 완전한 숙성이 되려면 1주일이 남았지만, 여름이라 더 빨리 숙성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중간 시음을 해봤다. 예상치못한 아주 훌륭한 결과가 나왔다.
조금의 과장을 보태면 다음과 같다.
노즈 : 더블 에스프레소샷을 넣은 아메리카노의 향기
바디 : 첫 모금이 혀로 들어갈 때 단맛이 퍼지고, 삼키는 순간 커피의 맛
피니시 : 노즈에서 아메리카노의 향기가 났다면 피니시는 에스프레소의 향기가 남
원래는 깔루아와 비교시음을 할 생각이었지만 전혀 그럴 필요없이 직접 만든 깔루아가 압승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커피콩 원재료 향기가 좋아서 그런거 같다.(그리고 발효과정에서 설탕이 알콜화되어 더 강해진 느낌이 든다. 체감상)
칵테일
그냥 중간시음만 하려고 했는데, 예상치 못한 대박을 쳐서 당장 칵테일로 마셔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 밤중에 우유를 사러 나갔다.
그리고 바로 보드카가 안들어간 화이트러시안을 만들었다. 섞이는 모습이 보기 참 좋다. 더욱이 나는 도수가 강한 것을 좋아하는데, 내가 만든 깔루아가 원래 시중에 파는 깔루아보다 알콜도수가 높게 느껴지기 때문에 내 입맛에는 딱 맞았다.
맛을 보니 확실히 더이상 숙성할 필요가 없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통 안에 있는 깔루아를 병입하기로 마음먹었다. 커피콩을 완전히 여과해서 병입하진 않고 어느정도는 커피콩을 같이 넣어 병입했다. 병입하고 남은 콩이 많은데, 이걸 어떻게 써야할까 고민이다.
병입은 발렌타인 크리스마스 리저브(리미티드에디션) 빈병에 하였다. 원래 깔루아나 베일리스가 검은색 병인 이유는 단맛이 나는 술이 쉽게 상하기 때문에 검은색으로 하는 것이다. 다행히 나도 집에 검은 병이 있어서 병입하기 적절했다. 원래 진이 성공하면 바이알로 나눠드리기로 했는데, 깔루아를 바이알로 나눠드려야할것 같다.
쪽박
진을 중간시음해봤는데 주관적 시음 결과는 아래와 같다.
노즈 : 향긋한 허브의 향기로 기분이 좋아짐
바디 : 쌉싸름한 보태니컬 진의 느낌이 나는듯 하나 끝 넘김에서 강렬한 허브의 향이 부담스러움
피니시 : 정향(클로브)의 향이 너무 강해서 치과에 온 느낌이 듦
심폐소생이 안될정도로 쪽박을 쳤다. 정말 기대했으나, 제대로 된 레시피를 모르니,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확실히 시행착오를 겪으니까 한 가지 깨달은게 있다. 진을 침출시켜서 만들 때에 클로브는 최대한 적게 넣는게 좋다는 것을 알았고, 전반적으로 허브도 처음에는 아주 소량만 넣고 주기적으로 중간시음을 하면서 맛을 맞춰야한다는 것이었다. 이번에 진을 실패하면서 애꿎은 보드카를 잃었다는 점에서 마음 아팠지만 경험으로 얻은 교훈이 있으므로 나 스스로 위안을 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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