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과거에는 마을마다 절에서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있었다. 개인적 성향이겠지만 내게는 새벽의 목탁 두드리는 소리와 뻐꾹새의 울음도 깊은 잠을 깨우는 협박이기보다는 부드럽게 의식을 일으키는 다정한 음악 소리로 느껴진다. 유럽 여행에서 가장 부러웠던 것을 뽑자면 다소 번잡한 도시라도 때맞추어 울리는 타종 소리, 아직 자연의 모습을 간직한 새 소리, 맑은 공기와 하늘이다. 아주 큰 도시는 가보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겠다. 전통이 자연스럽게 계승된 유럽 소도시 풍경과 지금 우리 마을의 밤 풍경은 사뭇 다르다. 지상의 천국(天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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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창틀에 팔을 궤고 바깥을 쳐다보는 것을 즐긴다. 마음이 복잡하거나 할일이 없을때 그냥 창밖을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도현이란 대학교 동창생이 있었다. 가끔씩 창틀을 궬때면 그 친구가 생각난다. 그렇게 친하진 않았지만 말이 없고 키가 큰 충청도 친구였던 것 같다. 강의 쉬는 시간이면 그친구는 이어폰을 끼고 강의실 내에서 창밖을 바라보곤 했다. 초여름 아니면 초가을이었을 것이다. 창밖을 보기에 좋은 날씨의 저녁으로 기억된다. 한번은 궁금해서 도현이가 무슨 노래를 듣는지 그냥 한쪽 이어폰을 빼고 들었던 기억이 난다. 푸른 하늘의 별하나의 사랑이었다. 어라? 너도 이노래 좋아하니? 이 노래 별로 유명하지 않는데 너도 좋아하는 구나! 그때 같이 노래를 흥얼거렸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대학 졸업하고 10여년이 지난 후 그 친구가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창틀을 궤고 창밖을 볼때면 으레 그때 그친구의 모습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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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더웠던 날씨의 뤼데샤임의 저녁이었다. 이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수도원부터 찍고 뤼세샤임 숲까지 한참 걸었다가 돌아와서 몸이 많이 지쳐 있었다. 유럽 여행중 인상깊었던 Niederwald의 마법사 동굴에서 긁힌 이마의 상처는 땡볕아래에서 한참 걸어 생긴 피부 화상때문에 아픔이 그다지 느껴지지도 않았다. 일정 금액이 넘어야 카드를 받는 독일 식당에서 배터지게 먹은 저녁 식사에 카드 값을 맞추기위해 치킨윙을 덤으로 포장주문했다. 숙소에 도착해서 샤워한 후 시원한 하우스 맥주 한잔과 함께 창밖을 내다 보니 몸과 마음이 이완되고 행복하였다. 지금 이 순간의 소소하고 행복한 기분이 아까와서 동영상을 눌렀다. 독일 근교 마을의 저녁, 성당의 종소리와 이따금씩 들리는 자동차의 앤진 소리 그리고 새소리, 내 노트북에서 틀어놓은 음악소리가 모두 피곤한 몸과 마음의 찌꺼기를 한순간에 걷어내주었다. 물론 도현이도 생각이 났다. 별하나의 사랑과 함께,
도서출판 춘자 @choonza
배낭영상 동영상편
수비아코 마을의 물흐르는 소리
2019년 제노아 젊은이들의 데모
몬세라트 수도원 주변 숲길의 종소리
세고비아의 행복한 개
천국의 노래를 실은 분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