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yunga님의 [대림미술관 전시, Paper, Present] - 종이로 만들어진 마스터피스 를 홀린듯이 보다가 문득 커피가게를 할 때 크리스마스 장식을 A4지와 무명실로 해결했던 기억이 났다. 기성품으로 나온 크리스마스 장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퀄리티 대비 가격이 비싸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와 미쉘양은 손님이 없는 오전에 바에 나란히 앉아 가위질을 했다. A4지를 두 세 번 접은 다음 모서리를 이지 저리 자른다. 종이의 끝을 살짝 펼치면 가위질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나는 가위질의 패턴에 따른 결과의 데이터가 없었으므로 우연의 영역에서 이 과정을 꽤나 즐겼던 것 같다.
가게 전체를 채울 눈꽃을 만드는데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 한 장 한 장 눈꽃이 완성되어갈 때도 즐거움이 컸는데, 막상 천장에 수많은 눈꽃을 매달았더니 한 순간에 다른 공간으로 이동한 기분이 들 정도로 가게가 낯설어졌다. 그 때 치른 비용이라고 해봤자 만원도 되지 않는다.
무명실 2000원
A4지 6000원
그렇다면 눈꽃을 만드는 과정에서 내가 소비했던 시간은 어떻게 계산해야 할까. 사흘의 시간이 재미가 없었으면 비용으로 처리해야겠지만 우린 다시 유치원생이라도 된 것처럼 충분히 즐겼으므로 오히려 내가 비용을 지불해도 좋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앞으로 이런 인생을 살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분명히 일을 하는 것 같은데, 너무 재미있어서 돈을 내고 싶은 기분. 요즘 그런 기분을 스티밋에 글을 쓰면서 다시 맛보는 것 같다.
생각의 단편들
누군가의 기억 속에 저장되는 것
꽃이 기다린다
파란 우연
산책자
어젯밤 꿈이 나에게 말해준 것
도착을 더듬으며
춤추는 생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