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스트릿] 일주일 남았다! (feat. 웹포스터 공개 짜잔)

안녕하세요. @roundyround 입니다. :-)

저는 인도 라다크에서 친구랑 카페를 한 적이 있어요. 라다크가 너무 좋아서 거기서 살고 싶은데, 그냥 가서 살기는 심심하니까 카페를 열자, 한 거예요. 라다크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해서 월세가 대충 어느 정도 되냐 물어봤는데 너무 쌌어요. 그 대답을 듣고는 바로 결정을 했지요. 비행기 표부터 샀던가?

저는 대학교 다닐 때 던킨도너츠에서 한 6개월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었고, 제 친구는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카페 하려면 커피 만드는 법을 알아야 할 텐데 그때 던킨도너츠에서는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커피를 뽑지 않았거든요. 어디 뭐 학원이라도 다녀야 하나 고민하다가, 일단 중고나라에서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을 샀어요. 새 제품인데 개봉한 거라 싸게 샀어요. 제빵기도 샀어요. 왜 오븐을 안 사고, 제빵기를 샀는지는 아직도 미스터리예요. 어쨌든 카페에는 베이커리도 있어야 하잖아요. 그리고 매일 커피 내려보면서 연습했어요. 제빵기로 식빵도 만들어 보고요. 맛있다 맛있다 하면서 우리 대박 나겠다, 했던 기억이 나요.

출국 전날에는 고속터미널 지하상가에 가서 가득 채우면 거의 가슴 밑까지 내려오는 커다란 이민 가방을 샀어요. 둘이서 짐을 합쳤는데 캐리어 하나, 이민 가방 하나, 배낭 둘에 어마어마했어요. 떠나는 날 집에는 허세 허세를 부리며 떼돈 벌어 올 테니 땅이나 봐 두라고 했죠. 엄마아빠 미안...

델리 도착해서는 커피콩이랑 찻잎이랑 그라인더랑 오븐이랑 온갖 식기랑... 신혼살림 마련하는 사람들처럼 그 모든 것을 다 샀어요. 손님들 갖고 놀라고 젠가랑 모노폴리도 샀고요. 델리에서 라다크의 레까지 비행기를 타는데 어마어마한 짐이었기 때문에 추가 금액을 100불도 더 넘게 냈어요.

라다크에 가자마자 카페를 열 자리를 알아보고 다녔어요. 운 좋게 운명과도 같은 공간을 만날 수 있었고요.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니까요. 그러고 나서는 냉장고 사고, 톱밥 마시면서 목수 아저씨들과 부엌에 놓을 카운터를 짰어요. 라다크는 전기 사정이 정말 좋지 않고, 수시로 정전이 되기 때문에 냉장고 터질까 봐 전압 안정기도 샀어요. 그것도 엄청 비싸서 구시렁구시렁. 그런데 우리 에스프레소 머신이 터질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하고 있었던 거예요. 바보같이! 연습하다가 오픈도 하기 전에 에스프레소 머신이 고장 났어요. 카페인데 커피를 못 파는 상황이 된 거죠. 참나. 하지만 친구가 모카포트를 구해다 줘서 커피를 만들 수 있었어요. 다행히도 커피는 아주 훌륭했어요! 블로그에서 찾아온 레시피대로 머핀을 구웠는데 머핀도 기가 막혔고요. 맛있는 샌드위치를 상상하며 만들어본 샌드위치가 아주아주 맛있길래 샌드위치도 팔았죠.

그리고 한 달 후에 라다크에 큰 홍수가 났어요. 라다크는 고산의 사막이에요. 나무가 없어요.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쳤고, 집을 잃었고, 그야말로 아비규환, 여행자들이 아침마다 공항에 줄을 섰어요. 레에서 빠져나갈 비행기 표를 구하기 위해서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다 빠져나가 버렸어요. 카페를 오픈한 지 딱 한 달 만에 생긴 일이에요. 그런데 도저히 그냥 짐 싸고 떠나올 수가 없더라고요. 되게 절망적인 상황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라다크에서 가장 즐겁게 지냈던 시절이에요. 여행자들이 모두 떠나버리고 장사는 하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친구들하고 놀며 지내던 시절이요. 그리고 어떻게 됐을까요? 땅은 무슨! 쫄딱 망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다음 해에 또 갔어요! 그리고 그다음 해에 또 갔어요! 하하하. 그리고 세 번째 여름이 되어서야, '이만하면 되었다' 하고 라다크랑 안녕!

3년 후에는 다시 여행자가 되어 찾아갔죠. 그때도 정말 행복했어요.

웹포스터_최종수정.jpeg
by @sumomo


오쟁님과 이모셔널님과 봄봄님에게 같이 해요, 도와주세요, 손을 내밀었던 것이 벌써 지난달 24일.

오늘로 꼭 한 달이 되었고, 스팀시티 미니 스트릿은 딱 일주일이 남았네요.

스모모님에게 완성된 웹포스터를 전해 받았어요. 정말 멋지죠? 스모모님 머리에선, 손끝에선 이런게 뚝딱뚝딱 잘도 나와요. 중간보고 겸 포스팅을 해야겠다 생각은 했는데, 막상 무슨 수상소감 같은 말들만 계속 떠오르네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엉망으로 그려놓은 밑그림을 다짜고짜 들이밀었는데, 덥석 제 손을 잡아주셨던 오쟁님, 이모셔널님, 봄봄님, 세 분께 정말 감사합니다.

앞서 라다크 카페 이야기를 한 건, 스팀시티를 생각하면 라다크에서 카페 하던 시절을 떠올리게 되기 때문이에요. 이런 사람, 저런 사람 꿈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복작복작 뭔가 만들어가는 모양이요. 아주 모호하고, 두루뭉술, 보이는 것도 잡히는 것도 없죠. 얘네들이 도대체 뭘 하는 거야, 저희도, 손님들도, 친구들도, 동네 이웃들도, 알 수가 없었어요. 구체적인 계획이란 것이 없다 보니까 실수투성이, 허점투성이, 예상치 못한 난관, 장애물들까지요. 모두 똑같아요. 스팀시티가 진행되는 모양이요. 이 모든 것들에 대한 대안과 대책, 구체적 계획 같은 것을 제가 만들어야 했다면 저는 아마 아무것도 못 했을 거예요. 우리가 같이 미니 스트릿을 만들어왔던 방식은 이거 하고 나면, 다음 스텝이 생각나고, 그러고 나면 그 다다음 스텝이 떠오르는, 그런 식이죠, 뭐. 미니 스트릿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해결 못 한 숙제, 넘어야 할 장애물이 아직도 이만큼 있어요.

먼 미래에 대해서는 감도 못 잡는 저는 회의 중에도 곧잘 공상 속으로 빠져들곤 했는데, 그런 저를 보며 한열님과 마법사님은 불안하셨을까요? 아니면 든든하셨을까요?

비우는 만큼 채울 수 있는데, 아직 비우질 못했어요. 응원해주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있고, 눈에 보이는 것, 손에 잡히는 것 하나 없는 계획에 같이 올라탄 사람들이 있으니까 욕심이 생겨서요. 미니 스트릿이 열리고 한바탕 비워내면, 채울 자리가 생길 거예요. 그러면 비로소 행복해질 준비가 된 거고요.

멋진 디자인과 공예, 생각의 가치를 담은 책과 함께 스무 명의 셀러 라인업이 만들어졌어요. 열네 명의 작가들이 온통 하얀 전시 공간을 반짝반짝 눈부시게 채울 거고요. 오쟁 감독의 영화와 불특정 소수들의 영감소의 살롱 실험도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내겠죠.

꿈은 힘이 세다고 했잖아요? 꿈이 가진 힘을 살짝 확인해볼 때가 되었고, 다음 스텝은 그 자리에 달린 것 같아요. 다음 모습은, 그때, 또 모두 함께, 만들어 봐요.

비 오면 큰일 납니다. 스팀시티 미니 스트릿 응원하시는 분들, 모두 기도해주세요. 여기저기 소문도 내주시고요!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 웹포스터도 마구 뿌려주시고요. 풀봇도 마구마구 날려주세요. 열심히 포스팅해서 미니 스트릿 예산 조금이라도 만들어야 하거든요. 후후.

6월 30일 토요일, 스팀시티 미니 스트릿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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