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영성] 동영상6 조망, 가깝고 멀리서 그리고 안과 밖을 모두 바라보는 것

사람은 겪어봐야 알 수 있다고 한다. 첫인상이 좋다가도 가까이서 알고 지내다 보면 그 사람이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실망하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도 있다. 내가 그린 상대에 대한 첫 모습이 그대로 유지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모든 것은 변하니 여기서 예외는 없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의 개성은 존재한다. 단지 그 개성에 대한 나의 가치판단으로 좋고 싫음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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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을 처음 계획할 때 이냐시오 성인이 이곳의 검은 성모마리아 앞에서 칼을 꽂고 하루 꼬박 무릎을 꿇고 죽을때까지 그리스도 영성의 기사가 되겠다고 다짐하고 하산했다는 바로 그 산이다. 인터넷을 보다가 산의 모습과 수도원에 매료 되었고 이냐시오가 영신수련을 집필한 만레사 동굴 수도원 성당 앞에서 보는 이 산의 모습에 다시 매료되어 보고 또 보았다. 이날 아침은 비가 많이 와서 동굴 성당을 찾는데 한참 헤맸다. 겨우 찾은 성당 입구에서 바라본 전경에 구름이 끼어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었는데 어느새 맑게 개여 드러난 산의 모습이 혼탁하던 정신의 구름을 바람처럼 단칼에 걷어내는 듯 했다. 몬세라트는 톱니모양의 산이라는 뜻이지만 그렇게 거칠고 투박한 모습이라기 보다는 날개를 확 펼쳐들고 비상하는 시원스런 모습의 독수리를 묘사한 화가 르네 마그레트의 에른하임 영토와 같다.


Le Domaine D'Arnheim, 1962 by René Magritte

에른하임의 영토는 버전이 다양하다. 나는 이 예술가가 표현한 모든 영토를 사랑한다.

만레사의 숙소 주인의 배웅으로 몬세라트로 가는 기차역에 쉽게 갈 수 있었다. 가족과 스페인식 볼뽀뽀로 작별인사를 하고 기차안에서 가까워지는 몬세라트 산을 담아보았다. 기차가 멈춰 섰을때 구름을 뚫고 날아가려는 독수리가 나를 반겨준다.

그리고 몬세라트 수도원으로 향하는 산악열차에서 점점 더 가까워지는 산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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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 초입에서 음각으로 조각된 성 조르디의 조각상이라고 한다. 그는 인간을 잡아먹는 용을 죽였다는 기사라고 한다. 이 산의 수호신이 되었을까? 그의 눈은 나의 움직임을 따라온다. 톱니 산의 개성과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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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검은 성모상이 발견되어 있던 동굴로 가는 길에서 바라본 수도원과 병풍처럼 뒤에서 보호하고 있는 몬세라트 산의 모습이다. 푸른 수정처럼 맑은 하늘에서 독수리처럼 보이는 새가 십자가에 달린 예수 위로 자유롭게날아가고 있다. 에른 하임의 영토에서 묘사되는 정신이 체화된 것이었을까? 십자가 고통, 푸른 하늘, 그리고 자유롭게 날고 있는 독수리가 이 산의 정신을 모두 담아내고 있다. 톱날 같은 바위산도 가까이서 보면 둥글둥글하다. 겉모습이 까칠한 사람일수록 내면은 야들야들하다는 뜻일까? 우리가 즐겨먹는 게살도 껍데기와는 다르게 야들야들하니까,


도서출판 춘자 @choon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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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영상 동영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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