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다크에서 보낸 첫 아침이다. 고산병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물을 자주 섭취하면서 화장실을 들락거리는데 거의 2시간 간격이다. 원래 여행 중에는 잠을 잘 자지 못하는 편이라서 화장실로 움직이는 게 그렇게 귀찮지 않지만 무엇보다 두통이 성가시다. 저녁 먹을 때 즈음 괜찮아 졌는데 다시 잠자리에 들다 보니 두통의 강도가 다소 세졌다. 일교차가 심해서 자는 도중 오한을 느끼면서 몸을 움추리다보니 목으로 향하는 혈관이 긴장했나 보다. 두꺼운 담요를 하나 더 덮고 따뜻한 물에 레몬과 생강 오일을 떨어뜨리고 두통약과 함께 마셨더니 다소 진정되었다. 그래도 준비해온 약들로 잘 대응이 되어 가는 것 같다.
CHOONZA ROAD in LADAKH의 선물 보따리를 아침이 되어서야 풀어보았다. 어제 저녁 식사 때 @roundyround님이 왜 풀어보지 않았냐고 약간 서운한 눈망울로 눈치를 주는데,
(니도 나이들어 봐라!)
풀어보니 이유가 있었다.
꼼꼼하고 아기자기하게 준비된 아이템들 중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룽타이다. 얼른 집어 들어 양쪽 창문 경첩에 걸고 고도의 향기를 뿌려주었다. 창문을 살짝 열어두니 히말라야의 정기가 바람을 만들었고 그 바람이 펄럭이는 앞집 룽타의 율동에 맞추어 내방의 룽타로 이어 달리기를 한다. 이제는 고도의 향기가 기수가 되어 나의 몸과 정신을 정화해 주겠지. 14일간의 라다크 여정이 기대된다.
라다크의 특산물인 말린 살구와 살구씨를 먹으니 자꾸 먹게 된다. 뜨거운 카모마일 차에 레몬, 생강 오일을 다시 한 두 방울 떨어뜨리고 마시니 고산병 문제는 사요나라! 조그마한 전등 같은 게 왜 필요할까 생각했는데 오지 여행에서 쓰임새가 있을 것 같다. 어둠 속에 빛을,
센스쟁이 후후훗!
어제와 다르게 맑게 개인 아침, 룽타의 기수로 새들도 있었다.
라다크 여행 일지
쫄보의 지성 | 고산증 예습 | 고도의 향기(Scent of Altitude) | 별바라기 | 종자생현행(種子生現行) | 타라보살의 시험과 은총 | 룽타와 고도의 향기 콜라보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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