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소리 듣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길을 가다가도 종소리가 들리면 잠시 멈춰서서 듣곤한다. 몬세라트 수도원 광장을 이리저리 서성거리며 둘러보고 있는데 꽤 큰 종소리가 쩌렁쩌렁 울린다. 그냥 지나치기 아까워서 스마트폰의 동영상에 담아두었다.
몬세라트가 바르셀로나에서 기차로 1시간 30분 정도이니 시간으로 치자면 서울 시내에서 소요산가는 정도의 거리랄까? 소요산에도 자재암이 운치있다. 원효가 수행하였다는 동굴이다. 대략 1,500년 동안 끊이지 않고 이곳에서 불자들이 동굴바닥이 닳아빠지도록 절을 하고 스님들이 수도하니 자재암은 한국식 영빨 담은 그릇으로는 제대로다. 일이 안 풀리거나 마음이 안정이 안된다면 자재암에 가보시길 추천한다. 점빨 사기꾼 만나서 돈뜻기지 말고 여기서 그냥 주구장창 절을 해보면 뭔가 달라져도 달라질 것이다. 절을 하면서 땀빠지듯 자신의 업장도 빠져나갈 것이다. 1,500년 동안 이어진 영빨은 절대 무시못한다. 문화재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석굴암처럼 유리벽으로 꽁꽁 막아두는 것보다 이렇게 주구장창 모든 세대 영성의 씨앗이 피고지고 피고지도록 개방된 곳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남아 있을까? 누가 이런 곳이 있으면 좀 알려주시길 바란다.
인적이 드문 성모마리아가 발견되었다던 신성한 동굴(the Santa Cueva de Montserrat)은 수도원 대성당에서 고작 20분 거리이다. 11세기경 목동들에 의해 발견된 이래 이곳에 있던 원조 검은 성모마리아는 싫다는데? 대성당으로 옮겨졌고 지금은 짝퉁? 검은 성모마리아와 천장에 메달려있는 예수가 간혹가다 찾아오는 진성 영성꾼을 반기고 있다. 나는 이곳이 넘나 좋았다. 그런데 여기도 개방시간이 제한되어 있긴 하다. 이들의 법정 근무시간동안이니 허용된 시간에서 얼마든지 머물수 있다. 대성당의 검은 성모님이 아마 부러워할 것이다.
왼쪽 두 개의 사진은 맨날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느라고 악수해야하는 검은 성모마리아와 존나게 고통스러운 십자가에 메달려도 아름답고 신성하게 보여져야 하는 커다린 집의 예수이다. 그리고 오른쪽 두개의 사진은 11세기 발견되었던 당시의 원형을 그대로 담아놓은 모조품 마리아와 예수이다. 이렇게 표현하면 신성모독이라고 누군가 나를 미친놈이라고 부르겠지 아마도? 그런데 나는 이 동굴이 무쟈게 좋았다. 여기서 돌아가신 우리 엄마 생각하면서 묵주기도 한판 때렸다.
이곳 몬세라트 산은 당일치기로 바르셀로나 사람들이 제법 많이 찾아올만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왜 도시안에서 유럽처럼 성당이든 절이든 종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일까? 길을 가다 보면 염불이나 찬송가 소리는 간혹 들어본 경험은 있는데 종소리는 사라진지 오래다. 기껏해야 재야의 종소리정도? 종소리가 영성의 메들리로는 좀더 유니버샬하지 않을까? 울펴퍼지는 종소리는 비종교인에게 혹시라도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종교딱지가 없다. 영성딱지는 있어도,
신성한 동굴로 내려가다가 은은하게 울려퍼지는 종소리와 절벽위의 십자가도 분위기가 좋아서 담아두었다. 수도원과 신성한 동굴 사이의 산책로에서 시시각각 마주치는 절경은 유럽 여행 중에서 내가 꼽은 최애이다.
예전 포스팅에 올렸던 것도 다시 집어넣었다. 숲 속에서 울려퍼지는 몬세라트의 종소리이다.
도서출판 춘자 @choonza
배낭영상 동영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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