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벤치에 앉기 위해 우비를 꺼냈다. 두 다리가 씨와 풀, 알을 스치고 다니는 동안 두 손은 떨어진 잎으로 장화 앞코에 술을 달았다.
꽃들이 목을 축인다. 일곱 살의 당신은 이 꽃 냄새가 좋아서 필통에 죽은 꽃들을 수북하게 모았다고 한다. 여기엔 살아있는 꽃들이 많은데 나는 필통이 없다.
솔방울이 다소곳이 손을 모은다. 시간이 나를 낳고 죽는다. 시간이 나를 보고 싶을 때 나는 없고, 내가 시간을 필요로 할 때 시간은 죽어 있다. 나와 시간은 번갈아 죽었다 살았다 한다.
생각의 단편들
어떤 혹등고래 위에서
누군가의 기억 속에 저장되는 것
꽃이 기다린다
파란 우연
산책자
어젯밤 꿈이 나에게 말해준 것
도착을 더듬으며
춤추는 생각들
종이 눈꽃을 노리는 시간
출발하기 위해 도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