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아 여행기] 이태리 항구도시 제노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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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아의 숙소 창문 밖으로 바라본 풍경

문명文明/Civilization화되었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 한자어로만 풀이하자면 ‘글자(文)와 밝음(明)’이다. 글자는 의사소통을 위한 효율적 도구이고 밝다는 것은 감출 것이 없이 환하다는 것이다. 태양이 있기에 낮에는 모든 것이 드러나는 것이고 밤의 은밀함을 달빛이 그나마 비추어주니 은은하게 보이는 것이다. 혼자만 있는 경우는 무슨 짓을 해도 상관이 없다. 혼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둘만 되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각자의 삶에 대한 차이로 충돌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100% 똑같은 사람은 이 세상 아무도 없으니까,


배낭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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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판매처

제노바에 중복된 글을 피해서 남겨둡니다.


여기에 사람들이 많아져서 사회가 형성되면 그야말로 무질서로 향한다. 그것이 극에 달하거나 이해관계에 얽히어 싸움이 되기도 하고 집단 혹는 국가간의 전쟁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러나 무질서 속에서 질서를 찾아가게 되는 법, 그것이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규칙 혹은 예의’이다. 무질서로 치달으면 결국에는 공멸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가 절제하고 조화하는 방법을 찾게 되어있다.

따라서 문명은 전쟁/부조화의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다양성’을 존중하는 이해의 도구로서 ‘문자’ 혹은 ‘언어’가 필요하고 그 결과로서 상호 이해라는 ‘밝음’이 유지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항상 왜곡되기 마련이다.

유행가 가사처럼,

내가 나를 모르는데 낸들 너를 알겠느냐? -타타타

그래서 인생은 어려운 것이다.

That’s the way it goes

지금까지는 여행한 곳은 스페인의 소도시였다. 이제부터는 수도자 개인의 수행에 초점을 맞춘 수도원이라기 보다는 수도와 동시에 대중과 함께 깨달음을 실천하는 수도사들의 터전을 탐방하는 것이다. 이곳 이태리의 첫 방문지가 항구도시로 제법 규모가 크다. 여기서 뜻하지 않게 그 유명한 이태리 좀도둑에게 새로 산지 얼마 안되는 신형 노트북이 든 가방을 소매치기를 당했으나 나이지리아의 10명 정도의 젊은 청년들 도움으로 되찾게 되었다. 많이 당황하였고 가방을 찾아준 친구에게 50유로를 보답으로 주었는데...

50유로 받아간 그놈이 가짜였다. 진짜 도움을 준 젊은 청년은 좋은 일?을 하고도 나에게 지속적으로 ‘보답’을 강요하는 바람에 결국 경찰서에서 하루 격리되었다가 풀려났다. 10여명 정도의 흑인이 때거지로 나를 만날 때마다(죽때리고 숙소 앞에서 기다린 듯) 사례를 요구했고 나는 엄한 사람에게 사례금을 준 것이 사단이었다. 그래서 그 청년이 나에게 화를 냈다. (이해할 만한 상황이고 그 친구도 내 상황을 이해한다고 하는데 화가 난다고 했다.) 숙소 주인이 경찰에게 좋은 일을 한 착한? 청년을 구치소에 가두라고 요구했고 나는 다음날 감옥에서 풀려나와 풀이 죽어있던 그에게 ‘20유로라도 줄걸’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현찰이 별로 없기에 주지 않았다. 그 친구에게 미안하지만,

등을 토닥거려 주면서 옆에 앉아서 인생이 원래 그런 것이라고 위로해주었다. (얼마나 얄미웠을까 내가?)

교훈: 선한 일을 하고 보답을 노골적으로 원해서는 안된다. 나는 고맙게 생각했고 진정으로 보답해주고 싶었다.10여명의 까만콩이 어리버리 노란콩 1명에게 “Give me the money!” 이렇게 계속 외쳐대면 겁먹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나는 그당시 패닉상태여서 누가 누군지 얼굴 구분이 가지 않았다. 그때 자칭? 의로운 까만콩 1인증명 사진을 찍었는데 숙소에 와서 확인해보니 사진이 제대로 찍혀있지 못했다. 그친구는 나에게 자기 연락처까지 남겼다. 그리고 뻔뻔한 이새끼,


50유로 받아간 이놈, Uegfg라는 요새끼, 초상권 침해로 나에게 연락만 해봐라! 자기가 바로 그라고 아침에 주장하여 커피까지 사주고 고맙다고 말하고 사례금까지 주었고 자기 연락처까지 남겼다. 그런데 진짜 도움을 준 친구가 화가 나서 Uegfg에게 연락을 했는데 자기는 돈받은 적 없고 그런사람 모른다고 딱 잡아땠다. 나이지리아 난민들의 생활이 안스럽다는 생각도 들고 이렇게까지 살아야하는가 자괴감이 든다. 그러나, 그 상황에 처해진 사람이라면 그러한 행동을 할수도 있지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놈의 거짓말은 용납을 못하겠다.

너 인생 그렇게 살지마! 이 얍샾한 놈아!



도난 사건 종료후 숙소로 들어가는데 다리가 후덜덜, 젠장 6층인데 엘리베이터가 없다.

내가 묵은 숙소는 제노아 중심가에서 사람이 많은 골목에 형성된 300여년 된 아파트이다. 숙소 주인의 이름이 카프라(Capra)인데 펑키한 외모에 비디오 아트를 전공으로 하는 예술가이다. 이 집에 두 명의 수컷이 더 살고 있는데 나까지 합하면 세 명의 수컷과 잠시 동안 동거하는 셈이다. 카프라는 자신의 방을 나에게 기꺼이 내주었고(물론 공짜가 아님, 에어비앤비로 예약했으니까), 자신은 밤 근무를 나간다. 자유롭게 자신의 작업 시간을 정할 수 있는 커리어가 있기 때문이다. 첫날 발생된 불미스러운 이 사건 때문인지 카프라와 그의 남사친처음에는 남친이였다가 남사친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그러나 남사친은 카프라를 여친으로 개좋아하고 있다. 매뜌(Matteo)는 나에게 엄청 신경을 써 주었다. 카프라는 뜻하지 않은 신선한 경험까지 선사해주었고 매뜌는 떠나는 날 도시락까지 싸 주었다. 매뜌는 셰프이다. 온몸에 앙증맞은 문신을 새긴 깍두기 외모의 그러나 귀여운 순정남이다. 그리고 다른 수컷은 무슬림 2세로 미닷트midhat라는 젊은 뮤지션(26세)인데 부모님은 독실한 무슬림이고 본인은 무늬만 무슬림이다. 이들 때문에 항구 도시 제노아 5일간의 노란콩 문명 생활은 다이나믹하면서 재미있었다. 애어비앤비의 장점은 소통이 가능하다면 문화가 다른 가정에서 머무르면서 저렴한 가격에 다채로운 경험을 할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코드가 맞지 않는다면 좀 힘들수도 있겠다. 이또한 여행이주는 묘미,

제노아 숙소의 거실, 제일 꼭대기 층이라 천장이 동굴같다. 창밖으로 보는 도시 풍경이 좋았다. 그리고 카프라가 말아준 토바코 궐련 담배 한까치 피니 식후연초는 불노장생, 세상만사 새옹지마, 아리갓또 고자이마스이다.

카프라의 작업공간, 그녀는 채널링을 자주 경험한다고 한다. 점성술에 관심이 많고 영화 촬영, 서양 철학 관련된 서적이 빼곡이 쌓여있는 인텔리 여성이다. 그녀와 은근히 통했다. 대화하는데 왜이리 영어가 잘되는지 카프라의 채널링 때문일까?


매뜌가 싸준 도시락과 도난당했다가 무사히 돌아온 가방, 이태리 비빔밥 같은데 건강에 엄청 좋은 느낌인데 맛은 밍밍하다. 김치 혹은 고추장에 싹싹 비벼먹었으면 좋겠다는... 프랑크푸르트로 향하는 비행기를 대기하며,

미닷트의 팀이 무료로 대학생 데모 지원 공연을 해주었다. 플라스틱 관련 환경 운동인데 젊은 친구들이 춤추고 노는게 귀엽다. 가운데 개구리 볼이 되어 악기 불고 있는 수컷이 2m 장신의 미닷트이다. 요즈음 한국의 대학생들 데모 문화는 어떠한지 궁금하다. 나는 91학번으로 데모가 거의 끝물을 탈 때였고 데모에 참석하지도 않았고 그들의 방식이 나의 코드와 안 맞았다. 그 당시 데모는 최루탄, 백골단, 쇠파이프 뭐 그런 것들로 폭력적인 경우도 있었지만 데모 인구는 소수였다. 거기다가 나는 공돌이, 학점관리에 여념이 없었다. 아니, 솔까 암컷만 졸졸졸....


키치문화에 대한 단상


대학생 때 한참 산업디자인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다. 전공을 바꾸려고 관련 서적을 찾아 읽던 중 ‘키치문화’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는데, 대충 내가 이해하는 바는 고상하고 아름다운 예술로 접근하는 것이 아닌 거리의 ‘싸구려’ 광고지, 간판 등에서 발견되는 촌티나는 분위기가 자연스런 디자인 컨셉으로 탈바꿈되는데 이것이 오히려 ‘역촌티의 아름다운’ 디자인이 되는 것이다. 키치(Kitsch) - 예술인 듯 예술 아닌 예술 같은 너!

카프라가 나를 위해 자기 시간을 내어 제노아 야경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을 가이드해 주었다. 그녀는 여타 유럽 국가에 비해 이태리가 가진 유일한 장점을 ‘예술’이라고 언급한다. 그때 문득 키치문화가 생각났다.

카프라(빨간 머리)와 그녀의 예술가 친구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친구는 주로 제노아 거리를 그린다고 한다. 제노아표 키치 아티스트라고 표현할까?

지금 걷고 있는 거리는 300년이 된 거리라고 한다. 상상을 해보라고 한다. 300년 전의 사람이 이 거리를 걷고 있는데 300년 후나 지금이나 거리는 전혀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이 말을 한 곳은 시내 중심가가 아닌 주택가의 거리였다. 지나가는 행인의 옷차림만 바뀌었을 뿐이다.


지금 번화가에 자리한 이 거리는 21세기에도 여전히 교역이 활발한 거리이지만 50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바탕은 변화가 없는 것이다.

앞에 보이는 건물이 콜롬버스가 살던 집이란다. 3유로 내고 관람하기 엄청 아까왔다. 차라리 바깥에서 사진만 찍을걸... 콜롬버스의 이름 삐끼가 성공한 셈,


촌스러운, 그래서 아름다운 한국 속 디자인 간판 거리

반면에 우리의 자랑스러운 키치 거리는 첨단 디지털 문명을 앞세운 옛것이라곤 1도도 찾아볼 수 없는 나름 매력이 있는 키치거리인 듯하다. 그런데 왠지 뒤끝이 껄쩍찌근한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제노아에 온 본래의 목적





이곳에 온 목적은 의약품 쇼핑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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