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기 전에 ‘몬세라트’ 키워드로 스팀잇에서 검색을 해보았다. 그동안 몇몇 분이 이곳에 관한 글을 남겼다. 구태여 이곳의 경치에 대해 사족을 다는 것은 필요없을 것 같다. 몬세라트산의 형태도 다른 바위산과 크게 다르지 않다. 높은 고도에서 드러나는 바위와 자주 나타나는 구름의 조합이 바위산에 특별하고 신령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웅장한 바위들이 치솟은 모습은 강건한 장군의 기세를 표현하기 때문에 설악산의 장군봉이라는 이름처럼 몬세라산도 템플턴 기사단과 관련이 있나 보다. 몬세라트의 의미를 직역하면 톱니산(serrated mountain)이라고 하듯이,
배낭영성
몬세라트(검은 성모상의 염화미소)에 삽입된 글 중 일부를 남겨둡니다.
참고 포스팅(스티미안 여행기)
[스페인 바로셀로나] 몬세라트산에 있는 "산 미겔의 십자가(Creu de Sant Miquel)" 탐방
이 곳을 다녀와서 참 다행이야 - 몬세라트
몬세라트의 검은 성모상
#285. 몬세라트 수도원/Spain
몬세라트산
Knights Templar, Montserrat, Spain
몬세라트 수도원의 시작은 9세기경이라고 하지만 서력 기원이전에도 많은 수행자의 터전이었다고 한다. 영성spirituality이란 종교가 자라날 수 있는 씨앗이다 보니 시절 인연을 만나서 부화될 뿐이다. 그런데 영성이 쉽게 자라날 수 있는 환경이 높은 지대의 바위산인가 보다. 오행에서 수렴(收斂: 거두어들임)하고 결단하는 금(金)의 속성에 비유되는 이곳 바위산을 찾아든 사람들에게 강한 내적 성찰의 계기를 만들어주었을 것이다. 특히 몬세라트 수도원이 유명한 것은 검은 성모마리아의 기적과 이곳에 찾아왔던 유명한 수행자들의 이야기 때문이다. 이전 포스팅에서 전술하였던 이냐시오 성인도 검은 성모마리아 앞에서 자신의 칼을 봉헌하고 성모의 기사가 될 것을 약속하고 예루살렘에 향하는 도중 16km 떨어진 북쪽 만레사 초입에서 원형 빛의 환시를 보고 그곳의 동굴에서 수행을 시작한 것이다. [만레사 여행기] 남쪽 바위산의 정기가 북쪽의 만레사로 뻗어 ‘영성(Spirituality)’의 자궁에 씨앗을 배태하다.
이냐시오가 검은 성모마리아에게 봉헌했던 칼(진품은 아니라고 함)/만레사 동굴
만레사에서 아침 일찍 출발하였기 때문에 첫날 도착하자마자 대성당에서 미사와 소년합창단의 공연을 보고(매일 11시 미사 후 합창단 공연이 있다) 나도 검은 성모마리아의 손길을 느껴 보았다. 이틀을 머무를 계획이었기 때문에 첫날은 우선 수도원의 곳곳을 대충 훑어보고 둘째 날 시간을 두고 자세히 살펴볼 곳을 찾았다. 하루만 둘러보고 가기에는 무척 아쉬울 것 같았다.
대성당의 성모상과 천장에서 매달린 그리스도의 배치가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나는 화려하게 장식된 성당의 예술보다 푸근한 어머니를 연상하는 소박한 성모님과 그리스도의 분위기가 더 편안하다. 예수의 가르침도 귀족적 삶을 지향한 것은 아니었다. 초대 교회의 삶을 예를 들자면 소박함과 나눔의 미덕이다. 공동체라는 용어도 초대 교회에서 기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원래 검은 성모상이 발견되었던 동굴에 지어진 성당(Santa Cova)이 수도원에서 2km 떨어진 곳에 있다. 산의 중턱 즈음에 위치하는데 천천히 걸어가면 왕복으로 1시간 정도 걸린다. 그곳으로 가는 동안 펼쳐지는 경치가 워낙 수려하여 오히려 몬세라트 수도원보다 더 친근감이 들어 첫날에 이어 둘째 날에도 다시 찾아갔다. 첫날은 오후 늦은 시간이라서 성당 내부로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몬세라트 수도원은 1000년의 세월 동안 몇 번의 부침이 있었다. 전쟁으로 인하여 폐허가 되기도 했지만 곧 재건되었고 순례자(혹은 영성인), 일반인들에게 휴식과 영감을 선사해주는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주고 있다. 나는 이곳에 배치된 십자가와 검은 성모마리아의 좌향풍수지리의 터를 결정할 때 좌향이란 터의 위치와 그것이 향하는 방향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서좌동향(西坐東向)’이란 자리 잡은 위치가 서쪽에 있고 동쪽을 바라본다는 의미이다. 이는 명당을 정하는 사람의 의도가 깔려있는 것이다.이 갖는 의미를 고찰하고자 한다. 물론, 정확한 설명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나만의 생각이기 때문에 학술적 엄밀성을 따라야 할 책임은 없다. 그리고 풍수지리가 학술적 인정을 받는 것도 아니고 역술가들이 “내 주장이 맞네”하며 서로 지지고 볶고 싸우는 형국이니 상관할 바도 아니다. 다만, 역학易學이란 변화를 다루는 학문인데 영학靈學이기도 하다. 변화라는 것이 고정되지 않고 바뀌는 것인데 그 변화라는 것이 영성이 아니고 무엇인가? 변화하기 때문에 우리는 인식할 수 있고 인식한다는 것이 곧 신령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영성학이란 변화를 이해하는 자연철학이고 인연법을 이해하는 학문이기도 하다.
몬세라트 수도원 산책로의 또 하나의 특색은 처소 곳곳에 가톨릭 계열의 성인 동상이 세워져 있는데 주변의 절경과 조화를 이루어 수도자 혹은 순례자들의 신심信心이 고취된다. 나는 특히 산타 코바 가는 길의 ‘도미니코 성인’의 동상에 홀려서 한참 동안 이곳에 앉아서 보고 또 보고 찍고 또 찍고 생각에 잠겼다. 아마 몬세라트에 다시 온다면 이곳에서 또 다른 맛을 느낄 것이다.
도미니코 성인의 동상, 피골이 상접하다. 얼굴은 뼈만 남아있다. 불교에서 금욕수행을 허벌나게 수행하여 뼈만 남은 수행자상이 연상된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상태를 그다지 바람직하다고 보지 않는다. 수행이란 것은 절제이지 자기학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석가모니도 그렇기 때문에 금욕수행을 중단하고 우유죽을 받아 마셨던 것이다. 하지만 도미니코 얼굴은 고요하다.
이태리에서 꼭 찾아가볼 아씨시의 성인 프란치스코 상
누군지 모르겠다. 수녀님인가 본데 돌에 새겨진 글자가 마모되었다.
몬세라트 수도원은 운무에 의해 시시각각 변화되는 신비로운 분위기와 이를 관찰하며 감탄하는 인간의 감응으로 자연이 그대로 영성을 선물해주는 것 같다. 그래서 종교 예술이 탄생한 것도 같다. 종교의 극단적인 단어 마루 종(宗)자를 빼어내면 영성만이 남기 때문이다.
대성당에서 나와서 남쪽을 바라보면서 찍은 사진, 불과 몇분 간격도 안되서 변화된다.
대성당의 성모마리아가 앉아 있는 곳(북쪽)을 향하여 찍은 사진, 구름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도미니코 성인은 동쪽에 앉아서 서쪽을 바라본다. 불교에서 정의하는 서방정토西方淨土/서쪽의 깨끗한 대지를 그리스도교의 천국으로 이해한다면 ‘예수의 완성된 인간의 삶을 닮고자 하는 수도자’들은 불안전하고 고통이 많은 이생인 동토에서 천국을 실현하기 위하여 서쪽으로 계속 향해 나아간다. 그리스도교적 자비/희생/봉사라는 깨달음의 사회화를 위해서,
ps. 정토淨土의 깨끗한 땅이란 번뇌에 휩싸였던 우리의 ‘마음자리(心地)’가 맑은 물처럼 깨끗해졌다는 의미이다. 토(土)를 불교에서는 ‘마음자리’라고 표현한다. 우리는 탐욕, 번뇌, 어리석음으로 오염되어 있지만, 끊임없이 ‘분석과 집중’이라는 명상/기도를 통해서 수행하다 보면 어느덧 서방정토에 다다를 것이다. 도미니코 성인이 손모으고 있는 곳에 산타코바 성당이 그리고 절벽위에 십자가상이 서있다.
도미니코 성인은 남서쪽 곤방의 어머니 바람의 말(룽따)을 들으며 묵묵히 서방 정토인 천국, 예수그리스도의 삶을 지표삼아 걸어가고 있다. 복부를 어머니(坤土)로 보니 산타코바성당의 성모마리아 어머님(배부위)과 절벽위의 십자가상(머리부위)이 남서방향에서 계속 룽따를 보내주니 도미니코는 성인이 안될래야 안될수가 없었겠다. -피터의 잡생각뜸
스페인 여행기
[톨레도 여행기] 톨레도 위치에 대한 야매 풍수지리학적 고찰
[세고비아 여행기] 바람이 실어주는 세고비아의 특성
[아빌라 여행기] ‘영혼의 성’의 모티브가 된 이유
[만레사 여행기] 남쪽 바위산의 정기가 북쪽의 만레사로 뻗어 ‘영성(Spirituality)’의 자궁에 씨앗을 배태하다.
스페인 여행前記
프롤로그
수도원 문화의 성격
Fabada Asturiana 스페인의 순대국?
500년 이상된 스페인 수행자의 밥그릇
절벽위에 세워진 수행자들의 공동터전
동굴이 왜 수행자들의 공부방이 되는가? 자발적 고립은 양날의 칼
돈키호테에게 보여진 풍차: 일수사견(一水四見)
성모님의 염화미소?
영혼의 성(서양 수행자들의 신체관)/아빌라
이태리 여행 前記
1,000년 전통의 수도원 약국
베네딕토 영성을 찾아서
독일 여행前記
중세 시대 여성 자연 철학자의 정신을 찾아서/힐데가르트 폰 빙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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