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탈 곰파로 다가가는 길목에서


연평균 강수량이 100ml 이하라는 라다크에서 흔하지 않은 비가 내리고 있다.

나는 징조에 대한 해석을 즐긴다. 그러나 그 징조가 불길할 것인지 길할 것인지 판단하는데 결과의 당사자라면 그에 대한 좋고 싫음의 감정으로 오염되기 쉽다. 불교는 특히 오염된 감정이 불러일으키는 괴로움을 항상 경계하므로 그 징조에 대한 가치 판단을 중지하라고 조언한다. 다시 말해서 결과에 대한 좋고 싫음의 감정에 놀아나지 말라는 것이다. 지금 바로 이러한 마음가짐을 연습할 기회이다.

@choonza 팀도 내일 떠나는 2박 3일의 여행을 다소 걱정하는 분위기다. 여기서 비가 많이 왔다면 더 높은 지대에서는 눈이 쌓여 길이 막혔을 수 있다. 다음 일정을 고려해야 하기에 문제가 발생된다면 아쉽지만 계획했던 일정을 당연히 포기하고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내일부터 시작되는 일정은 @choonza 팀에서 나를 위해 특별하게 배려해서 계획된 것이었다. 다음 주 월요일이면 새로운 멤버가 합류하게 되고 원래 계획 되었던 CHOONZA ROAD in LADAKH가 시작된다.

잔스카르(Zanskar) 지역은 라다크에서 가장 오지라서 왕복만 해도 하루 이상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 레에 땅이 젖을 정도로 비가 내리고 있으니 중간에 거처 가야 할 더 높은 지대의 길이 눈으로 막혔다면 일정이 취소될 수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교통에 동행해 줄 기사를 찾는데 어려워서 어제까지도 결정되지 못했으나 고맙게도 델리에서 레까지 일정대로 도착하도록 도와준 초모 보살의 오빠, 싱게가 동행해주기로 하였으니 취소된다면 여러가지 난관을 해결하고서 마지막에 목적 한 바를 성취하지 못한 것이니 억울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티베트 불교 계열(겔룩파)의 푹탈 곰파(Phuktal Gompa)는 5년전 유럽 수도원 배낭 여행을 준비하면서 맨 처음 내 마음에 깊은 인상을 준 곳이었다. 곰파의 풍경을 본 순간 왠지 모를 친근감, 경외심 그리고 신비감이 일어났지만 그렇다고 특별하게 이 곳에 가보고 싶은 의지도 없었으니 다만 사진을 보고 느꼈던 감흥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 푹탈 곰파의 무의식적 공명 때문이었을까? 올해 특별하게 외국에 나가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일어났지만 현실적 여건도 있고 이건 4년 전 유럽 수도원 여행에 대한 아쉬움의 여파거나 코로나 상황이 풀린 것에 대한 일반적 기대감 때문이겠지 생각하고 그저 잊고 있었다. 그런데 한 달 전 버스 안에서 CHOONZA ROAD in LADAKH포스팅을 보자 문득 이런 생각이 들면서 가슴이 이상하게도 콩닥거렸다.

푹탈 곰파가 라다크에 있다면?

즉시 검색해보니 세상에나! 라다크에 곰파가 있었다.

그곳에 다가서기 위한 시절 인연이 도래했구나! 꼭 가야 될 것 같은 강한 충동으로 가슴이 뛰었고 여러 우여곡절 끝에 내 눈앞에서 이곳을 맞이할 준비가 완료되었다.

내일 아침 길이 괜찮을지 싱게가 연락해주기로 했다.


라다크 여행 일지


쫄보의 지성 | 고산증 예습 | 고도의 향기(Scent of Altitude) | 별바라기 | 종자생현행(種子生現行) | 타라보살의 시험과 은총 | 룽타와 고도의 향기 콜라보레이션 | 라다크의 개그지들| 으르신 같은 영혼들 | 푹탈 곰파로 다가가는 길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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