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時景] 해철이 해철에게 편지를 쓰다 그것도 두번씩이나/ Letter to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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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랄! 이놈의 스팀잇 버벅거림 때문에 포스팅 올리는 시기를 놓쳤다. 올릴 때도 때가 있는 법! 어젯밤(6월3일)에 멜랑꼬리해서 단숨에 그냥 글을 써놓고 올리는데 계속 약올리고 있다. 그래서 그냥 잤다. 딱 그기분에 올려야 되는데. busy가 busy하고 스팀잇은 steam받게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검토하고 올리려고 하는데 영 기분이 그 맛이 아니다. 뭐 내가 그런 거 신경 쓴 것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투덜이 스머프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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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세의 해철이 해철에게




01
난 잃어버린 나를 만나고 싶어 모두 잠든 후에 나에게 편지를 쓰네 내 마음 깊이 초라한 모습으로 힘없이 서 있는 나를 안아주고 싶어 난 약해 질 때마다 나에게 말을 하지 넌 아직도 네 얘기를 두려워하고 있니 나의 대답은 이젠 아냐 때로는 내 마음을 남에겐 감춰왔지 난 슬플 땐 그냥 맘껏 소리 내 울고 싶어 나는 조금도 강하지 않아

02
언젠 부턴가 세상은 점점 빨리 변해만가네 나의 마음도 조급해지지만 우리가 찾는 소중 함들은 항상 변하지 않아 가까운 곳에서 우릴 기다릴 뿐

03
독백> 이제 나의 친구들은 더 이상 우리가 사랑했던 동화 속의 주인공들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고호의 불꽃같은 삶도 니체의 상처 입은 분노도 스스로의 현실엔 더 이상 도움 될 것이 없다 말 한다 전망 좋은 직장과 가족 안에서의 안정과 은행구좌의 잔고액수가 모든 가치의 척도인가 돈 큰집 빠른 차 여자 명성 사회적 지위 그런 것들에 과연 우리의 행복이 있을까 나만 혼자 뒤떨어져 다른 곳으로 가는 걸까 가끔씩은 불안한 맘도 없진 않지만 걱정스런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친구여 우린 결국 같은 곳으로 가고 있는데


30세의 해철이 해철에게


04
사는 게 무섭지 않냐고 물어봤었지 대답은 그래 예스야 무섭지 엄청 무섭지 새로운 일을 할 때마다 또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 때마다 근데 말야 남들도 그래 남들도 다 사는 게 무섭고 힘들고 그렇다고 그렇게 무릎이 벌벌 떨릴 정도로 무서우면서도 한발 또 한 발 그게 사는 거 아니니?





05
거울을 보니까 표정이 좀 청승스러워 보이길래 이렇게 편지를 써놨다 내일 아침이 되면 머리 맡 에서 제일 먼저 이 편지를 보게 되겠지 내일 걱정은 내일 하고 잘 자라


40대 아재 피터가 그냥 끄적거리다


05
오늘 날씨가 무척 더웠다. 갑자기 신해철님의 나에게 쓰는 편지가 듣고 싶었다. 내가 91학번이거든. 우리 때는 학력고사였거든. 원하는 학교에 가서 시험을 보는 것이었다. 전기 대학에서 엄청 상향지원 했다. 고3때 담임이 네 주제를 알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떨어지는 것도 나고 안 되면 재수하면 되니까 선생님은 신경 쓰시지 말라고 대들었다. 일종의 반항심리였다. 내가 한고집을 하거덩. 나는 아닌건 무조건 아니었다. 지금은 좀 바뀌인 듯 하지만 남들이 그러는데 쇠고집이라고들 말한다. 지금 생각해보니 싸가지가 바가지였다. 그런데 그 당시 고3 담임선생님들은 대학진학 합격률에 목적을 두었지 학생들의 적성에 초점을 두지 않았다. 나는 그게 싫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인거 같다. 그렇다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아는 것도 아니긴 하였다. 그냥 공부잘해서 좋은 대학가면 장땡이니까 그냥 공부한거 밖에 없다. 하기야 거의 30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전공이란 게 의미가 없는 것도 같다. 도낀 개낀이다. 전공을 살리고 있는 40대 아재 친구는 30%도 안 된다. 그나마 석 박사 학위 받고 연구소에 있는데 정치꾼들이 다 되었다. 대학 졸업후 취직한 친구들은 거의 전공과 무관한 일을 하고 있다. 먹고살 궁리뿐이다. 그리고 조금의 허세!

06
나는 뭐 아주 그렇게 공부는 잘 하지 못했다. 그냥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갈 정도였던 것 같다. 그런데 무슨 배짱이었는지 SKY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그러고 시험을 보니 당연히 떨어지지. 그 면에서 인생은 솔직하다. 그때는 원하는 대학교에 지원해서 시험 보는 학력고사 시대였다. 그런데 재미있는 게.... 아니 요건 충격적인 거다. 문화적 충격이다. 나는 대학에 대하여 무진장 환상을 갖고 있었다. 낭만과 고급지고 인텔리한 그런 환상말이다. 내가 학력고사 보러 간 그 SKY 대학교에 내가 시험 볼 바로 그 책상에 마징가Z가 그려져 있기도 하고 중고딩 들이나 하던 남녀 짝짓기 그림이 아주 고밀도로 자세하게 새겨져 있었다. 색칠까지 덧붙여 있다. 특히 여성 나체 짝벌의 디테일함이란! 감탄하면서 반면에 대학생 형아들의 정신세계가 의심이 갔다. 이래선 안돼잖아! 고급진 상아탑이 왜이래! 나의 좋은 대학에 대한 환상이 여기서 무참하게 깨져버렸다. 대학이란 뭔가 고상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대학생도 애들이다. 그놈들의 수컷본능과 키덜트 본성은 여전히 살아있다. 지금보면 20대는 얼라들이다. 그리고 그게 당연한 거다. 하긴 40대 아재들도 여전한 거 같다. (나만 빼고 ㅋㅋ 아니 나도 포함 ㅋㅋ 아몰랑!)

07
아무튼 내 20대의 사활이 걸린 학력고사 그날 나는 시험 두번째 시간부터 시간이 남아돌았다. 그해에 수학이 가장 어려웠는데 너무 어려워서 아예 시간이 남았다. 그래서 느긋하게 찍기를 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학력고사를 마치고 왔다. 포기하면 시험의 긴장감은 떨어진다. 엄마는 어디서 용하다는 역술가를 나몰래 찾아갔다고 후에 예기를 해주셨다. 내 친구 엄마랑 나와 내 친구의 사주팔자를 보려고 하셨나보다. 내친구랑 나는 같은 대학에 지원했거든. 역술가가 내년에 나의 운이 좋으니 꼭 재수하면 된다고 한다. 그리고 올해는 좋지 못해서 기대하지 말라고 해서 찝찝했다고 하셨다. 결과적으로 내 친구는 붙었고 나는 떨어졌다. 그런데 나는 그날 시험에 기가 질려서 그냥 재수할 자신이 없었다. 수학이 약했거든. 참 아이러니하지? 나는 공대 석사졸업까지 했다. 그런데 공대 나왔다고 수학을 다 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 다음해에 수학이 엄청 쉬웠다. 나와 비슷한 수준의 재수생 친구들은 결국 SKY에 갔다. 젠장! 엄마말 따를껄... 나는 수학만 빼고는 왠만했거든) 그리고 후기대 입학시험을 보았다. 그것도 똥배짱 이었다. 담임선생님 말을 안 들었다. 하도 싸가지가 없으니 담임이 나가라고 했다. 또 대들었다. 결국은 선생님이 포기하고 내가 원하는 곳에 시험 원서를 내었다. 시험을 보았는데 역시 선생님 말이 맞았다. 그래도 전기보다는 볼만 한것 같았다.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행이 붙었다. 그리고 나중에 우리 과 선배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말해줘서 안 사실인데 전기대와 후기대 학력고사 점수 차이가 별로 없었다고 한다. 결국 나는 운 빨이 좋았던 것이다. 따지고 보면 딱 내 수준에 맞는 학교에 들어간 격이다. 제길, 그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그냥 여기 지원할 껄! 그럼 전기시험보고 탱자탱자 놀았을 텐데. 대입 시험후 한달 동안의 천국과 같은 시간을 손해봤다. 남들은 합격하여 신나게 놀때 나는 후기대 입시준비로 끙끙거리고 있었거든. 제기랄! 고등학교 졸업식 때 담임선생님이 나를 보더니 흐믓해 했다. 그리고 피식 웃으셨다. 그리고 내 엉덩이를 치더라. 잘했다고. 나는 고개를 들고 거드름을 피웠다. 거 봐요 선생님.

08
91년 5월이었을 것이다. SKY에 갔던 친구들과 압구정동에서 술 마셨다. 가라오케에서 노래도 불렀다. 그때 그 친구들과 이 노래 나에게 쓰는 편지를 즐겨 불렀다.

09

사는 게 무섭지 않냐고 물어봤었지 대답은 그래 예스야 무섭지 엄청 무섭지 새로운 일을 할 때마다 또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 때마다 근데 말야 남들도 그래 남들도 다 사는 게 무섭고 힘들고 그렇다고 그렇게 무릎이 벌벌 떨릴 정도로 무서우면서도 한발 또 한 발 그게 사는 거 아니니?



얼마 전 그때 함께했던 친구와 연락이 닿았다. 한 놈은 현재 S대학교 교수이다. 매너리즘에 빠진 거 같다. 그리고 또 한 놈은 외국에서 교수생활 하다가 돌아와서 지금 중소기업에 다닌다. 직급도 높고 돈도 많이 버는 것 같은데 왠지 지쳐있는 것 같다. 우리는 어느덧 40대 중반의 아재들이다. 그들은 이제 그냥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충실할 뿐이다. 허세? 조금은 있겠지. 그러나 사는게 그런거지.



나는야 자랑스런 백수 12년차! 나만 인정하는 자랑스러움! 왜냐하면 우리 엄마는 내가 백수란게 늘 쪽팔려하셨다. 하긴, 장가도 못갔지 집에서 살림하지. 그렇지만 나에게 있어서 이것은 부모님과의 전략적 제휴에 의한 공생관계이다. 나는 부모님을 봉양하는 관리인이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면 된다. 속칭 한량이다. 한량이 얼마나 운치있는지 아는가? 한량의 한에는 두가지 글자가 있다. 閑과 閒이다. 한가로움을 뜻하는데 문밖에 나무와 달이있다. 결국 자연을 벗 삼아사는 어진 사나이 량이다. 캬! 멋지지 않은가?

달빛아래서 앞에 펼쳐진 숲의 풍광을 보는 한적함의 사나이 피터 아재아재바라아재



12년 전 나는 직장생활이 무서워서 도망 나왔다. 지금 무섭지는 않다. 없는 게 메리트인가 보다.


전망 좋은 직장과 가족 안에서의 안정과 은행구좌의 잔고액수가 모든 가치의 척도인가 돈 큰집 빠른 차 여자 명성 사회적 지위 그런 것들에 과연 우리의 행복이 있을까 나만 혼자 뒤떨어져 다른 곳으로 가는 걸까 가끔씩은 불안한 맘도 없진 않지만 걱정스런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친구여 우린 결국 같은 곳으로 가고 있는데



20~30대에는 이게 고민이었다. 지금은 그 허세(직장, 돈, 여자, 명성, 사회적 지위)를 위한 도착적 정신 감당능력이 제로인 나는 마음만은 편안하다.

有求皆苦 無慾則剛 人到無求品自高

구함이 있으면 모두 괴로움이고 욕심이 없으면 강직하다. 사람이 구하는 것이 없으면 품격이 스스로 높아진다 -남회근


21세기 時景


연우와 폴 바람을 노래하다 /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중년 남자 송창식 선운사(禪雲寺)의 상징을 노래하다/부제: [동백2(冬栢)] 스티미안 자연사(自然史) 박물관
송창식옹 헛바람 넣지 마세요/부제 : 고래사냥에 대한 반박/부부제(뉴비를 위한 가이드): 스티미안의 꿈3
에피톤 프로젝트 제주도의 상징을 노래하다/ 유채꽃
날아라 슈퍼보드 아이들에게 주문을 가르치다(치키치키차캬차캬초코초코쵸)/주문을 훈민정음 제자원리로 해석하다
광석이 법정을 노래하다 / 맑고 향기롭게(淸香)
Pink Floyd가 마인드 와칭(Sati)을 노래하다 (부제: Wish you were here /현실을 바로보라)


현정은 추억과 상처에 관한 정신심리학자이다 / (부제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임현정) 사랑자취6(愛痕迹))
듀스(DEUX)가 떠나간 여인에게 찌질한 저주를 퍼붓다 [떠나버려(초라하다)]/사랑자취5(愛痕迹)
젋은 날의 사랑(외사랑 그리고 짝사랑)/ 사랑자취4(愛痕迹))
모래위의 발자취 (부제: 미련만 남아서/ 사랑자취3(愛痕迹))
소라가 바람을 노래하다 (부제: 나에게서 무너지는 시간, 바람과 같이/ 사랑자취2(愛痕迹))
시경(詩經)도 대중가요였다 (부제: 사랑자취(愛痕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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