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지대의 경고


레 도착 다음날 고산지대 적응겸 시내를 돌다가 점심으로 칠리 갈릭 초우멘(좌), 치즈 포테이토 모모(우), 베지 에그 덴뚝(중앙)을 먹었다. 음식에 대해 잘 모르고 맛집 탐방 같은 거 단 일도 관심도 없기에 @choonza 팀이 시켜주는 대로 어린이 마냥 그냥 먹으면 된다. Wok Tibetan Kitchen이라는 로컬 음식 전문점인데 여기 오기 전 인터넷에서 라다크 관련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알게된 음식점을 다음에 가보자고 하려는데 마침 여기라고 한다.

덴뚝과 모모는 라다크 음식이고 초우멘은 중국 음식이라고 한다. 덴뚝은 수제비인데 국물이 아주 얼큰하다. 한국에 있었다면 이 정도 즈음은 먹어도 왠지 허전할 것 같은데도 반정도 먹고 나니 목에 걸렸다. 맛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종교적인 이유인지 대부분이 채식 위주인데도 맛이 채식 같지 않은 느낌이다. 씹는 맛과 고기 특유의 기름진 느낌을 그리워할 법도 한데 아직 고기 생각이 안 든다. 일주일이 지났으니 라다크와 인도 음식에 적응이 되었지만 조금만 과식하면 여지없이 속이 거북해지고 약간의 두통이 생긴다. 사실 과식이 아니라 저지대의 보통 식사량이다. 30%의 산소가 적은 고산 지대임을 생각 안하고 저지대 식습관으로 마구 쳐 먹었다가는 엄중한 경고가 내려진다. 소화 대사 작용에서 갑자기 과부하가 걸리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사는 문화가 만족을 모르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는 이상한 편견을 상식처럼 심어 주었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무의식 중에 너무 많이 쳐먹고 사는지도, 그리고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그러고 보니 라다크 사람들 중에서 심하게 살찐 사람이 없는 거 같다. 만약 이들 중에서 과체중 인구가 눈에 띄게 늘어난다면 탐욕의 자본 문명이 완전히 정착되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 그럴 것 같지 않다. 내가 보기에 이들은 여러모로 아직 탐욕의 문명을 절충하면서 발전해 가는 것 같다.

물자가 풍부하면 소중함을 모른다. 고산 지대의 환경은 여러 면에서 어쩔 수 없는 열악한 조건이기에 모아지는 것보다 나아가는 게 많으니 이들의 유전자 속에 절약이 베어 있다. 그런 면에서 나의 삶을 반성하게 된다.

꼭 필요한 것만 갖고 살기에 부족한 마음이 너무 커져버렸다.


라다크 여행 일지


쫄보의 지성 | 고산증 예습 | 고도의 향기(Scent of Altitude) | 별바라기 | 종자생현행(種子生現行) | 타라보살의 시험과 은총 | 룽타와 고도의 향기 콜라보레이션 | 라다크의 개그지들| 으르신 같은 영혼들 | 푹탈 곰파로 다가가는 길목에서 | 푹탈곰파는 아직 아니야 | 고산지대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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