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개 농법의 라다크 채소 농사


채식을 주로 하는 라다크에서 농사를 어떻게 지을지 궁금했다. 초모의 부모님께서 사는 동네, 촉람사르(Choglamsar)는 레에서 차로 5~10분 정도 거리의 농가가 밀집되어 있는 마을이다. 연평균 강수량이 100ml를 밑도는 곳에서 채소를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이유는 벼농사 방식의 관개 농법이었다. 우리 나라의 경우 요즈음 봄 가뭄이 심하긴 해도 어쨌든 장마 시즌이 있으니 심어 놓은 채소 뿌리가 썩지 않도록 밭두둑을 높게 만들여 물 빠짐이 좋게 해야 한다. 여기 토양은 시멘트 색으로 바람이 자주 불고 건조하니 먼지가 포슬 포슬 날리고 땅이 그렇게 찰지지 못하다.

초모 부모님께서 채소 심는 날이라고 하여 농사 체험을 하게 되었다. 물론 여행 전@choonza 팀에게 농가를 구경 할 수 있게 프로그램을 짜 달라고 요청하긴 했지만 농사 도우미를 할 줄 꿈에도 몰랐다. 라다크에서 네번 째 날 고산증도 어느 정도 극복하였고 레에 오기까지 초모의 기적 같은 도움을 쌩 까면 그놈 개새끼이다. 당연히 도우미를 한다고 그까이꺼! 큰 소리를 쳤다. 음... 역시 농사 노가다는 국적을 불문하고 단 10분만 해도 1시간처럼 느껴진다. 개 고생이 아닌 척 애를 썼지만...

모내기 논처럼 밭의 경계를 만들고 모종을 심은 뒤 물을 대어 가둔 뒤 며칠 후 물이 빠지면 퇴비를 다시 뿌리고 물을 대는 방식으로 채소가 무럭무럭 자란다.


채소 모종도 우리처럼 플라스틱 모종 판에 씨앗을 뿌려 키운 뒤 팔지 않는다. 아주머니들이 길에서 직접 키운 채소 모종 다수를 한 보따리 벌려 놓고 판다.게다가 우리처럼 잡초가 자라지 않도록 밭두둑에 비닐 멀칭을 하지 않으니 비닐 및 플라스틱 폐기물이 없는 것 같다. 최근 화학 비료를 사용하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다지만 내가 본 농가 대부분이 가축과 사람의 똥을 발효 시켜 퇴비로 이용한다.


농가의 화장실 구조는 과거 우리 농가의 그것과 비슷하다. 다만 화장실이 2층에 자리 잡고 있어 위층에서 가족이 똥을 싸고 흙 혹은 재를 덮어 모으는 구조이다. 이제 서야 옛날에 남의 집에서 똥 싸면 그 집이 부자 되게 도와준다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농본주의의 경우 퇴비가 바로 돈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남의 집에서 똥 싼다고 말하기 조금 거시기한 문명이 되어버렸다.


3,500m 고도의 레 지역 밭농사는 우리보다 한 달 반 가량 늦은 5월 말부터 시작하지만 고도가 3,200 정도 낮은 물벡(Mulbekh) 마을은 2~3주 혹은 한 달 정도 빠른 것 같다. 밭이 이미 푸르렀으니 우리의 농가와 비슷하다. 다만 우리의 잡초 새끼들처럼 지랄 맞지 않을 것 같다. 그들의 깍두기 짓 보고 갈 정도로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서 아쉽다.

채소 모종이 반 정도 남았으니 초모 부모님 채소 농사를 반만 도와드린 셈이다. 나머지 반은 안도와 드려도 된다고 해서 속으로 만만세를 불렀다.


라다크 여행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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