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단편 - 스팀시티의 끝없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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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전동에 있는 한 카페 얘기를 들었다. 이름이 '붓'이라고 했다. 오늘 늦은 아침밥을 먹고 멍하게 창밖을 보다가 지금 '붓'에 앉아 있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 호기심이 났다. 가벼운 질문은 언제나 게으른 나를 일으켜 세운다. 그렇게 해서 비 오는 날 단면이 검은 오일처럼 반짝거리는 아스팔트 길을 따라 붓에 도착했다.


붓은 흰 석고상과 이젤, 팔레트, 스케치북이 여기 저기에 부유하는 곳이다. 누가 봐도 미대생이 차린 카페다. 여기저기에 싸인이 있다.


draw draw draw
그려라 그려라 그려라


미쉘양은 마음에 드는 카페는 언제나 집에서 멀다며 투덜거리면서도 주문에라도 걸린 것처럼 스케치북을 펼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림 없는 책을 읽고 있는 언니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앨리스처럼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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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난 어떤 그림을 선택할까. 혹은 책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어떤 책을 고를까. 그럴 수 있다면 당연히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가 되어야한다. 책 속으로 들어가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바스티안처럼 나도 나의 이야기가 쓰여지고 있는 끝없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어떻게 들어가지? 바스티안이 그랬던 것처럼 여왕의 새이름을 짓고 그 이름을 불러주면 된다. 나는 여왕의 이름을 라운디라운드라고 부르겠다. 그 이름을 불러보았으니 어쩌면 내가 끝없는 이야기 속에 이미 들어와 있는 지도 모른다. 그럼, 스팀시티 미니스트릿에서 만나요.



생각의 단편들


비, 데미안, K
어떤 혹등고래 위에서
누군가의 기억 속에 저장되는 것
꽃이 기다린다
파란 우연
산책자
어젯밤 꿈이 나에게 말해준 것
도착을 더듬으며
춤추는 생각들
종이 눈꽃을 노리는 시간
출발하기 위해 도착한다
비 맞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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