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짐 싸는 줄 알았다. 우와! 탄성을 내서 사진 찍고, 현실의 눈앞에 펼쳐진 장관이 마치 트루먼 쇼 병풍인 듯, 천상 세계 벽화에 둘러 쌓여 있는 듯한 사진 속 판공초를 얻어가는 대신 거의 적응되었다고 생각한 고산증을 마지막 창라(Changla)고개에서 이빠이 경험시켜 준 마지막 이 여정에서, 으르신 같은 @choonza 팀에게서 아이 같은 수줍음 딱지 때고 조금 편안해 지려할 때, 새로 합류한 아기 소녀 같은 @bestella에게 일주일 더 있었다고 우쭈쭈 오빠 노릇 당당하게 할 때 즈음이 되어서 내일 떠난다고 생각했다.
한 달 전 예약한 인도 국내선 항공편, 즉 델리에서 레로 가는 항공편이 출발 일주일 전 갑자기 취소된다는 통보가 왔을 때 왠지 찝찝했다. 다행히 출발 시간이 조정된 항공편으로 변경했는데 레로 떠나는 당일 날 새벽 6시 즈음 잠에서 깨어 슬슬 비행기 타려고 준비하려 할 때 @choonza에게서 카톡 폰으로 전화가 왔다. 항공사에서 @choonza에게 그 비행기가 다운그레이드 되어서 나는 탑승할 수 없으니 이틀 후 항공편을 타던지 아니면 환불해줄 테니까 편도 비용이 3배가량 뛰고 있는 다른 항공사 비행기 타고 가라는 어처구니 없는 통보를 했다고 한다. 라다크에서 지낼 방한복만 잔뜩 준비한 내가 이틀 동안 개더위의 델리에서 머물러야할 상황을 대처해야 할 때, 참고로 스마트폰 유심도 필요 없을 것 같아서 안했는데, 이틀 머물러야 할 저렴한 에어로시티 호텔 예약하고 그곳으로 가기 위해 빛나리가 땡볕아래 땀 삐질삐질 흘리며 겁박과 바가지가 걱정되는 하이에나 인도 택시 기사의 제물이 될 것 같아 잔뜩 겁을 집어 먹고 덜덜 떨고 있을 때, 참고로 지금 묵고 있는 공항 내 호텔은 금액이 비싸고 죄수처럼 밖을 나가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든 공항 밖에서 이틀 동안 투숙할 호텔을 찾아야 한다. 그 놈의 항공사로 향한 초모 보살의 전사 같은 으르렁 응징으로 그 항공사가 입장을 바꾸어 겨우 레로 가는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인도란 나라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한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기적이라고 할 수밖에, 내 스스로 힘으로는 절대로 해결될 수 없는 경우이다. 델리 공항 아침 6시부터 탑승 수속 10시 30분까지 우아한 여행자가 아니었으니 나 스스로에게나 @choonza 팀에게서나 참으로 험난한 과정이었다. 레에 도착하는 순간 그녀들을 보았을 때 와락 안기고 싶었다. 고산증이고 뭐고 델리에서부터 영혼이 탈탈 털렸다.
오매불망하던 푹탈곰파 가기전날 짐 다 쌌는데 연중에 100ml미만 강우량의 라다크에 왠 비람? 결국 잔스카르로 향하는 길이 막혀 푹탈곰파 여정은 포기해야 했다.
판공초에서 돌아오는 길 넘어야 할 창라 고개 폭설로 보통 4시간 걸리는 길을 8시간은 넘게 걸린 거 같다. 게다가 2~3년전 도로 공사한다고 다 드러내서 울퉁불퉁 비포장 S도로였고 고산지대 좀 적응 되었다고 점심을 머깨비처럼 쳐자셨으니 고산증을 피해갈 수 없었다. 그렇게 개고생하여 숙소에 돌아오니 오후 10시 반 정도, 샤워고 뭐고 대충 씻고 침대에 누웠다. 아침에 일어나서 이메일을 열어보니 이건 또 뭐람? 델리로 가는 비행기 항공사가 부도가 나서 그냥 환불해줄 테니까 다른 항공사 비행기편 알아보란다. 당장 내일 타고 갈 비행기 가격도 넘나 뛰어올랐다. 고민 끝에 좀 더 저렴해진 날짜의 델리 행 항공편을 찾다 보니 일주일 더 있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또 뭐람? 어차피 전화 올 사람도 없고 카톡만하면 되니까 통신사 2주일 정지시키고 왔다. 게다가 나는 스마트폰 결재 같은 거 몰라서 안 했다. 그냥 인터넷 뱅킹이나 네이버 패이만 쓰는데 그게 화근이었다. 항공편 결제 인증이 안된다.문자 인증이 안되서다. 스마트 폰을 위한 패이 시스템을 하나도 깔아 놓지 않아서 결제가 넘어가지 않는다. 쓰레기 같은 IT 강국이다. 하루 종일 항공편 예매하는 데 기가 다 빨렸다.
이제 일주일 여기서 더 있으면 된다. @choonza 팀에서 하늘이 맑으면 별이 우수수 쏟아진다는 한레(Hanle)로 1박 2일 여정을 떠날 계획이란다.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 불자의 나라 라다크이다. 나는 보통 기복 신앙에 근거한 비나이다를 잘 안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도저히 안되겠다.
Please, 부처님! 비나이다 비나이다.
라다크 여행 일지
쫄보의 지성 | 고산증 예습 | 고도의 향기(Scent of Altitude) | 별바라기 | 종자생현행(種子生現行) | 타라보살의 시험과 은총 | 룽타와 고도의 향기 콜라보레이션 | 라다크의 개그지들| 으르신 같은 영혼들 | 푹탈 곰파로 다가가는 길목에서 | 푹탈곰파는 아직 아니야 | 고산지대의 경고 | 관개 농법의 라다크 채소 농사 | 라다크에서 머피의 법칙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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