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 대성당은 화려하다. 그리고 유럽의 맑은 하늘은 선명하고 파랗다. 아무렇게나 찍어도 사진이 맘에 든다. 우리 나라에서 이렇게 파란 하늘을 본지가 오래된 것 같다. 급한 성격의 문화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내가 여행자가 되어 마음이 편안해져서 일까? 아마도 두 가지 원인 모두가 나의 마음에 이러한 감상을 새겨놓았을 것이다.
배낭영성
밀라노와 피렌체의 여행기의 다른 에피소드를 남겨둡니다.
유럽 여행이 종반으로 넘어가면서 한국말이 그리워질 즈음 스팀시티(STIM CITY) 글쓰기 유랑단과 함께한 5일 동안의 동행은 정신적이쪽이나 저쪽이나 영어가 안되기는 마찬가지, 답답해서 죽을 지경이었다.으로나 육체적여행 시간이 지나갈수록 무거워지는 캐리어(욕심으로 인한 물건 사재기)를 끌고 이곳저곳 이동하는 것이 저질 체력에 저질을 더욱 추가시켰다.으로나 가뭄에 단비, 사막의 오아시스 같았다. 특히 피렌체 인근 산골 마을에서의 4박 5일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 나는 원래 미련을 남기는 것을 싫어한다. 내가 미련이 많기 때문이다. 싫어하는 마음과 좋아하는 마음을 구분하는 것과 그 마음에 메어있지 않음은 미묘하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 순간에 일어나는 감정에 동요되지 않고 선택하는 의지가 필요하다. 그 의지를 연습하다 보면 어느 순간 감정의 족쇄는 풀려나게 되어있다. 그러나 아주 좋았던 경험이나 극도로 괴로운 경험은 의식에 화석과 같은 진한 낙인을 찍어 지워버리기 힘든 자국을 남긴다. 따라서 나는 늘 실패하지만 그래도 메이지 않는 삶을 추구한다. 12년의 백수 생활을 통해서 사회적 메임은 어느 정도 걷어 낸 것 같지만 타자와의 관계가 만들어주는 정신적 메임은 아직도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이다. 그러나 사회 생활은 타자와의 관계를 복잡하게 얽어 정신적 메임을 만성(무덤덤)으로 이끌거나 초탈함을 선사하기도 한다. 나는 사회생활로 부터 멀리 떨어졌기 때문에 정신적 메임을 스스로 풀어낼 단련기회를 포기하고 미숙하게 도피했을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그들과 함께하는 추억이라면 그것이 성찰해야 할 무언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 혹은 그녀와 이 지구별에서의 만남을 통해서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 수없이 많이 살아왔던 이전 생애에 대한 묵은 숙제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동학에서는 해원解冤/전생의 묶은 빚을 이생에서 탕감함한다고 표현하는 것 같다. 우리는 늘 이분법적호불호(好不好)인 생각에 길들여 있고 또한 그것에 메어서 살고 있다. 그것은 번뇌라는 씨앗을 항상 무의식에 심어놓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것을 그냥 그대로 흘려 버리고 놓아버리는 습관이 사람 살이 여행자에게 필요한 것이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냥 의미가 있죠.
좋은 추억이라는 것도 좋은 추억의 기억만으로 끝나면 되는 것인데 뭔지 모를 미련(집착)을 두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따라서 우리는 현재에 집중하는 연습을 통하여 매 순간에 성실할 뿐이다. 퇴계 이황 선생은 죽기 이전까지도 정성(誠)과 겸손(謙 혹은 敬)이라는 화두를 놓지 않으셨다고 한다. 불교에서 강조하는 명상 수행인 사마타(집중/止)와 위빳사나(분석/觀)도 모두 ‘현재의 삶, 바로 지금 여기’에 방점을 찍는 ‘마음챙김과 깨어있음正念/sati/awareness/mindfulness’에 수렴된다. 그럴지라도 나는 그들과 함께한 그 장소와 그 시간에서의 한순간 한순간을 소환시켜 지금 바로 흘러가는 이 시간의 흐름에 덧붙이려 한다. 나는 현재를 살면서도 과거 속에 파묻혀 방향을 잃어버리거나 미래에 대한 쓸데없는 걱정 속에서 살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나는 과거의 시간 흐름에 능동적으로 파도타기를 연습하련다. 파도타기 한다는 것은 ‘나’라는 중심을 잡아나가면서 그 시간 흐름에 메어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중심을 잃으면 ‘망상이라는 무의식 바다’ 속으로 빠져든다.
놓아버리되 자각함을 놓치지 말아야한다.
글쓰기 유랑단과 함께한 스팀잇 인스타그램
잡설이 길었다. 산골 마을과 피렌체에서 유랑단과 공유했던 사진 119컷 중 일부를 그냥 그런 이야기로 인스타그램 한다. 아울러 다음 글쓰기 유랑단 프로젝트에 더 많은 동참자가 생겨나서 사람 살이 여행 속 여행을 증식하면서 계속 이어지길 기원한다. 나는 내년에는 아시아로 떠나보고 싶다. 처음으로 장기간의 여행을 하면서 디지털 노마드의 참맛을 이해하게 된것 같다. 그들의 경험속 지혜는 여행중에 힘을 항상 빼는 것이다. 나에게 힘을 뺀다는 것은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이태리의 산촌석양山村夕陽 숙소의 겉모습이 아름답게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숙소에 들어선 순간 마음이 일순간에 바뀌었다. 사람뿐만 아니라 장소도 겪어보아야 이해할 수 있다. 풍경, 주인, 그리고 일행이 함께하여 일으키는 감흥은 예정된 일정에 행복한 변수를 발생시킨다.
호스트와 유랑단의 센스 위즈덤 레이스의 첫 동행자이기 때문에 이러한 영광을 받은 것인가? 나의 노트북 여인도 달려가고 있다. 무엇을 위하여? 글쓰라고 달달한 독촉질을 한다는...
라라 총수(@roundyround)는 재빠른 요리사이다. 오랜만에 맛보는 김치볶음밥,
그리고
나는
그들에게
사육당했다.
ps. 나는 샐러드에 올리브 오일, 발사믹 소스, 후추와 소금만 송송 뿌려주면 완벽한 맛이 된다는 것을 @roundyround 엄마로부터 배웠다. 그래서 그들과 헤어진 후 식당에서 샐러드만 나오면 이 조합을 실행한다. 아주 맛있다.
피렌체로 가는 기차에서 이탈리아 거리 낙서 예술단의 그라피티를 보고 그들과 나는 정신적으로 통한다는 것을 알았다. 시바,
피렌체 산타마리아 대성당 부속기관의 수도원 약국이다. 아쉽게도 소박하지 않고 기업화되었다. 잘 꾸며진 전시관과 화장품, 의약품 등을 판매한다. 장미수를 이용한 제품이 다양하게 판매된다. 수도원 약국의 장미 문양이 눈에 띈다. 장미가 갖는 의미와 약성 등에 대하여 살펴봐야겠다.
호스트의 집은 계곡 바로 옆(왼쪽)에 자리 잡고 있다. 오른쪽이 계곡인데 식생의 천이가 두드러진다. 계곡을 중심으로 활엽수가 우거져 있고, 주택이 형성된 뒤 배경은 침엽수림이다. 침엽수는 척박한 토양에서 자라고 다른 식생들이 침범하지 못하게 한다. 침엽수림 앞으로 주택이 위치한 완사면에는 올리브 군락이 형성되었다. 인간이 개간하여 땅이 척박해져 침엽수 군락이 들어선 것일까? 아니면 침엽수 군락을 개간하여 집을 짓고 올리브 농사를 지은 것인가? 침엽수 군락이 있는 뒷동산이 호스트의 소유라고 한다. 그는 여기서 자랐고 지금의 주택도 여러 번 개조하였다고 한다. 본업이 보트 모터와 관련된 회사 엔지니어라고 한다. 농사는 취미인데 집 군데군데 세심하게 배려한 흔적이 보인다. 일머리가 있는 호스트인 것 같다. 태양열 지붕도 설치하였다. 나는 생태농업에 마음을 두고 텃밭 농사를 시작한지 7년이 되어 가지만 여전히 일머리가 제로다. 호스트가 부럽다.
아침 산책에서 옆집 돌벽 틈에 붙어 자라고 있는 거대한 알로에(?)를 발견하였다. 돌틈에서 자라는 알로에의 보습효과는 뛰어날 것 같다. 오행의 상생론 ‘금생수金生水(금은 물을 생한다)’의 영향일까? 금생수의 의미는 단단한 매질의 돌로 물을 가둔다는 의미이다. 상극론에서 토극수土克水(토는 물을 극한다.)의 의미는 물이 흙을 만나면 스며들어 팽윤되는 것이지 모이는 것이 아니다. 물의 쓰임이 생기려면 가두어 모여야하는데 흙을 만나 진흙 범벅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물론 인간의 쓰임 관점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돌틈에서 이렇게 모여든 물을 통하여 힘차게 뻣어나가는 알로에의 확장성이 느껴진다. 그리고 알로에 가장자리의 물방울 기세는 ‘나는 보습의 왕이로소이다!’라고 자랑질하는 것 같다는...
호스트의 센스, 그리고 킁킁거리는 나, 이 숙소의 마지막날저녁 바람의 향기로운 냄새가 때때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어디서 불어 오는 것인지 킁킁거리면서 찾아낸 말린 라벤다의 천연향, 이것이 아로마테라피에 이용되는 이유가 있었다. 제대로 된 사람은 향기가 난다고 한다. 나는 아직 수컷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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