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시 여행기] 아시시 예찬(禮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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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시의 숙소 테라스에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수녀님들이 관리하는 게스트하우스이기 때문인지 정갈하고 향기가 있다. 이곳에 오기까지 힘들었던 몸과 마음이 방에 들어서고 창문을 여는 순간 눈이 녹듯 사라졌다. 어디서부터 불어오는 향기인지 꽃냄새가 피로를 녹여주었다. 향기의 근원을 찾아 수녀원 게스트 하우스의 테라스에 앉았다. 아시시에 방문한다면 꼭 이곳에 묵어보기를 추천한다. 현재(2019년) 한국 수녀님께서 원장으로 계시다고 한다. 여기서 아침, 점심, 저녁을 모두 해결하였다. 가격대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손님으로 묵는데는 종교에 상관이 없다. 블로그를 통해 알고 찾아온 한국 손님들이 꽤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여기 수녀님들의 손님접대가 유쾌하고 깨알같이 앙증맞다. 언어 소통의 문제가 있으면 한국인 수녀님을 찾으면 된다. 일본 수녀님들도 몇 분 계셔서인지, 내가 있는 동안 일본 가톨릭 계열의 그룹이 단체 숙박을 하였다. 수녀님들이 밤늦게까지 드라마 시청하면서 여담을 나누는 것도 보기 좋았다. 손님들과 금세 친해진다. 게스트하우스의 규모가 큰 편이라 예약에 문제는 없을 것 같다. 내가 있는 동안 빈 방이 꽤 있는 것 같았다.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서만 예약받는다고 한다. 아시시 프란치스코 전교 수녀회

바깥에서 본 수녀원의 입구, 성 프란치스코 대성당에서 멀지않은 거리성프란치스코 길에 있는데 이곳이 조용한 중심가인거 같다. 길거리가 넓직하고 천천히 걸어다니기 아주 좋다에 있다.

라라총수(@roundyround)에게만 사육당한 것이 아니었다. 이곳 수녀님들에게도 3일간 친절하게 사육당하였다. 중간 중간 서빙을 해주시는 아프리카 계열의 젊은 수녀님의 보살핌이 귀엽고 위트있었다.


ASSISI. Vintage town city map plan. Italy, 1927 Pte는 Porta의 약자이다. 문(門)이라는 뜻이다.

여독이 풀린 다음 날 나의 계획은 마을 외곽을 한 바퀴 도는 것이었다. 아시시 지도를 살펴보니 8개의 문팔문(八門)이 눈에 띄었다. 그래서 먼저 이 8개의 문을 찾아 아시시 전체 조망照望을 위한 하이킹에 들어갔다. 날씨가 무척 더워 땡볕이긴 하지만 성 주변에 때때로 숲길과 그늘진 쉼터가 있고 옛 도시의 현대적 변용이 조화로워 지루하지 않았다. 아시시 성 둘레길을 천천히 오르내리며 마을 전체를 살펴보니 하루가 다갔고 이곳에 대한 애정이 깊어지고 익숙해졌다.

아시시 성곽을 어슬렁 거리며 찾아낸 팔문(八門)

북쪽 지역 문을 나서서 가장 고지대에 있는 로카 마죠레(Rocca Maggiore)에서 바라본 아시시 전체 조망照望


배낭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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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판매처

아시시(아시시 예찬과 팔문에 대한 소고)와 관련된 일부와 다른 내용을 남겨둡니다.


여행 기간이 한달을 넘어서자 여행지를 둘러보는데 요령이 생겼다. 평균 3일 정도 여행지에 머무르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길다고 생각하면 길고 짧다고 생각하면 짧다. 주로 동행자가 없는 여행이었기에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여행 목적이 있었고 여행지가 조그만 마을 혹은 수도원이었기 때문에 요령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한 사람이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지역을 단지 며칠 동안 살피는 것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둘러본 곳이 10여 곳 정도 되지만 그중에서 이곳 아시시는 오래도록 살아보고 싶을 정도로 나를 편안하게 해주었다. 물론 개인적인 느낌일 뿐이다. 여행 전 알게 된 여행사 사장님은 아시시는 볼 것이 없다고 했다. 특히 중국인들이 너무나 많이 다녀가기 때문에 정신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아시시의 야경은 볼만하다고 했다. 내가 도착한 시간이 오후 늦은 시간이었고 라 베르나 수도원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고생을 많이 하였기 때문인지 우선 도착하자마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왠지 모를 엄마의 따뜻한 품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러한 것도 아마 무의식 중에 교류되는 아시시와의 인연일지도 모르겠다. 프란치스코 성인을 내가 친근하게 여기는 것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아시시는 프란치스코 성인이 태어난 곳이다. 가톨릭 순례자 혹은 여행자들에게는 그를 빼고 이곳, 아시시를 생각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에 대한 생각을 잊고 둘러보아도 이곳에 살고 싶을 만큼 나에게 엄청난 매력을 선물해 주었다. 이것은 아마도 나의 성향 탓일 것이다. 나는 굉장히 독립적이면서 의존적이다. 그런 사람의 성격은 참견받는 것을 싫어하는데 그렇다고 참견 안 해주면 엄청 삐진다. 나같은 사람에게는 3살짜리 어린애 다루 듯 참견도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 나쁘게 말하면 초딩수준이고 좋게 말하면 자유롭고 순수?한 영혼이라고 부를까? 그래서 그런지 대학교 선배 혹은 회사 다닐 때 직장 상사가 나때문에 힘든 경우가 많았다. 애증의 관계였던 나의 직장 상사이자 선배였던 분은 내가 문어 같다고 하였다. 바닷속에서 문어를 잘 살펴보면 동굴 속에 처박혀 두문불출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외모가 빛 나리이다. 그러나 주위가 고요해지면 가끔 주위를 살피려 대가리를 슬쩍 내밀곤 한다. 그런 사람에게 이곳은 천국과 같이 다가올 것이다.

정신적 피폐함을 달래줄 수 있는 명상 터가 많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곳은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큰 규모의 유명한 성당(성 프란치스코 대성당, 성녀 클라라 대성당, 성 루피노 주교좌 성당 등)이 아닌 조그만 성당들이다. 마음에 둔 한 장소를 정하여 종교 불문하고 잠시 명상 시간을 갖는다면 금세 마음이 편안해질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여기에 올 정도면 이미 편안한 사람일 것이다. 바쁜 사람이 뭣 하러 이곳까지 올까? 그냥 유명한 곳에 왔다 갔다는 인증 샷만 다다닥 찍고 누군가와의 추억만 새겨놓으면 되니,



아시시 성 외곽의 조그만 성 다미아노 성당의 내부 사진이다. 새문(Porta Nuova)을 나와 이곳으로 가는 길이 고즈넉한 시골길과 같고 올리브 밭이 펼쳐져 있고 아늑하다. 나는 이곳으로 가는 길, 성당과 주변이 아시시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 다미아노 성당은 프란치스코의 개인사에서도 가장 의미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내가 도착했을 때 수녀님 한분께서 수도원내 정원에 물을 주고 나오시는데 바깥에서 얼핏보는 정원의 풍경이 평화롭고 정갈스러웠다. 프란치스코 형제회가 이곳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것 같다. 아쉽다. 시간이 허락되었다면 이곳에서 머무를 수 있을 텐데,

성 다미아노 성당을 둘러보고 나오는데 올리브 농장이 함께 있는 주택을 발견했다. 아! 여기서 살고 싶다. 얼마면 돼?

고대와 현대 예술적 조화: 옛날 벽화, 현대 예술 조형물, 그리고 오토바이 등 현대물들이 아무렇게 있어도 예술이다. 그리고, 목가적 자연이 만들어주는 배경이 더욱 이곳 방랑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대도시의 조화로운 키치문화의 북적거림과는 차원이 다른 것 같다. 이 또한 내 마음의 반영일지도,



성 프란치스코의 발자취를 찾아서의 ‘아시시’ 인용과 여행자의 추적


고대인들은 안전의 요청 때문에 불가피하게 도시를 언덕 위나 산자락에 기대어 건설하였다. 따라서 도시의 구조는 균형이 잡히지 않고, 구불구불하고 비좁은 길들과 일부 가옥들의 통행 계단으로 변형된 깎아지른 길들로 인하여 보통 불규칙적이었다. 아시시는 이러한 도시들의 전형적인 한 예이다.
 
아시시의 건물들은 거의 모두가 수바시오 산에서 채석한 석회석이 섞인 돌들로 지어졌다. 연분홍 색조를 띤 이 돌들은 날씨가 흐린 날에는 생기 없는 색조를 띠며, 석양의 햇살에 금빛 색조를 띤다.
 
아시시의 지리적 특징들은 방문의 엄격한 순서를 허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정해진 순서는 권고할 만한 것이 아니다. 아시시의 매력을 인식하고 발견하려면 골목들을 정해진 방향 없이 안으로 들어가고, 올라가고 내려가고, 머물고 상세한 점들을 관찰해볼 필요가 있다.

밤거리를 거닐다 아이들이 더위를 식히려고 샘물 근처에서 평화롭게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중심부, 그리고 고지대는 기득권의 지역이었고 저지대(시 변두리)로 갈수록 가난하고 더 비천한 사람들이 살았고 시 경계를 넘어서 떨어진 곳에는 나환자들이 거처하였다고 한다. 지금은 그러한 구분이 없는 시대이다. 스페인의 톨레도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저녁에 아시시의 밤길을 거니는 운치는 톨레도와는 다를 것이다. 톨레도의 밤은 엄청 고요하다. 톨레도가 권위적인 남성이라면 아시시는 세고비아처럼 부드러운 여성과 같은 이미지이다. 밤길 어디를 누벼도 무서울 것 같은 느낌이 전혀 없다. 그러나 세고비아보다 예술적이며 목가적이다. 이태리라는 국가가 주는 특성일지도 모르겠다.

아시시 거리를 걸을 때 주의를 불러일으키는 것들 가운데 하나는 벽들에서 발견되는 돌들로 막혀있는 옛 문들이다. 그것들은 ‘죽음의 문’이라고 부르는 것들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문 위에 어느 거리 예술가가 그린 프란치스코 초상화이다. 이태리 대도시에는 그라피티가 많이 발견되는데 아시시는 없었던 것 같다. 종교적 장소여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발견한 유일한 그라피티이다. 작가의 의도는 아마도 프란치스코 초상화가 ‘죽음의 문’을 드나드는 죽은 자에게 저승으로 편안히 가도록 안내해주고, 무미건조하게 막혀버린 문으로는 산 자들의 예술적/종교적 심성을 불러일으킬 목적이 아니었을까? 현대의 그림 같은데 프란치스코 성인이 종교가라기보다는 마법사 같다.

이런 생각도 해보았다. 왜? 수도자들의 머리는 콘돌소갈머리가 없음을 닮았을까? 의학적으로 해석하자면 극심한 영양부족이었기 때문이다. 수도자들은 적극적으로 굶주림과 고통을 실천하였다. 그로 인하여 음혈 부족혈분이 부족하면 머리가 빠지거나 희게 된다이 되어서 윗머리가 다 빠져버렸을 것이다. 참고로 변강쇠는 대머리가 아니다. 그가 대머리가 되었다면 잦은 성행위로 인하여 정자가 고갈되었고 이것은 음혈부족을 초래하여 머리가 다 빠져버린 것이다. 대머리가 정력이 강하다는 것은 오해일 뿐이다. 머리에 열이 많으면 대머리가 되기도 하는데 이는 상기증上氣症으로 체내의 수분대사가 부족하여 허열虛熱이 위로 치받는 것이다. 이것도 영양부족이거나 체내의 진액이 빠져나갔기 때문에 열이 발생하는 것이다.

아시시의 다른 특징적 요소는 도시 전체에 퍼져 있는 샘 들이다. 그것들은 다양한 형태와 크기를 갖고 있는데, 현대적인 수도가 없었던 이전 시대에는 중대한 기능을 하였다. 오늘날에는 도시를 장식하고 여름철에 방문객들에게 시원함을 제공해 준다.

유럽 여행을 하면서 가장 아까웠던 것이 음식점에서 물을 주문하면 공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빈 병을 휴대하고 곳곳의 샘물에서 물을 받으면 돈 내고 물 사지 않아도 된다. 아시시 광장에 친절하게 샘물이 솟아나는 장소를 표시한 벤딩 머신이 있다. 그런데 여기에 코인 넣어야 물이 나온다. 5분만 걸어가면 성 클라라 대성당의 샘물에서 물을 펑펑 쓸 수 있는데, 이 용도는 뭐지?






-계속-





스페인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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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전통의 수도원 약국
베네딕토 영성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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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시 여행기] 아시시 예찬(禮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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