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얀's 에세이] 질문 속에 있는 답


질문question이란 단어 속에는 다른 단어가 들어 있어요. 찾아서 추구함quest이란 아름다운 말.
-엘리 비젤



 2016년 겨울 밤 E의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나의 안부를 다정하게 물은 뒤 몇 번이나 뜸을 들이더니 회사를 그만둬야 할 지, 계속 다녀야 할 지 모르겠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E는 대학을 졸업하고 한 외국계 회사에 15년째 다니고 있었다. 동료 여자사원들이 결혼을 하고 남자사원들이 창업을 해서 빠져나가는 동안 끝까지 남아 유리천장을 뚫고 부장이 되어있었다. 그녀의 사무실은 광화문 광장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높은 곳에 있었지만, 그녀가 지친 몸을 눕히는 곳은 언제나 작은 원룸이었다. 그녀는 세 끼니를 밖에서 해결했고 단 한 번도 그녀 자신을 위해 요리를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행복하지 않았다. 나는 그것을 알았지만 그녀는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을 몰랐다.

 나는 그녀를 대신해서 어떤 결론도 내려줄 수 없었다. 그저 질문을 던졌다.

 "행복하니?"

 몇 달이 흘렀다. 내가 던진 질문을 잊을 즈음, E에게서 연락이 왔다. 회사를 그만두고 부산에 내려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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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넓고 넓은 해운대구를 돌아다니며 한 달 만에 햇볕이 잘 드는 집을 구했다. 정남향이라 동쪽 바다에서 뜨는 해를 보며 여유롭게 일어나 요리를 하고 서쪽 바다에서 지는 노을을 보며 와인을 마시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E는 매일 광안대교 출근 차량과 반대방향으로 요트 몇 대가 출발하는 걸 구경하며 아침식사를 했다.

 "언니, 평일 아침마다 요트를 타는 사람이 있어."

 E는 그렇게 말하며 활짝 웃었다.

 작년 여름 내내 E는 바다 위에 있었다. 요트필기 시험을 치더니 실기시험에 합격했다. 아직 E에겐 요트가 없다. 대신 가벼운 마음이 있다. 물론 그녀에게 요트를 빌려주는 새 친구가 생겼다는 건 비밀이다.




보얀's 에세이


쓴다는 것은 시냅스를 연결하는 것
관계의 견고함은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
집사의 편지
베니스에서 얻은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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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을 만나는 시간
파리에서 해 볼 6가지
요리하는 즐거움
시를 읽는 시간
당신에게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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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텀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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