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메스의 작은생각] 미투, 가해자/피해자의 서사, 그리고 정봉주와 프레시안의 '진실'

2011년의 한겨레와 2018년의 프레시안(혹은 한겨레)의 진실 게임이 되는 건가요? 제가 체크한 바로는 그렇습니다. 프레시안의 방금 기사는 당시 정봉주 측근의 증언을 빌려 1~2시 사이에 렉싱턴에 있었다고 하고 당시의 한겨레 기사는 그 시간대에 나꼼수 녹음을 했다고 하니...


"그런데 차로 다시 이동하는 길에 정 전 의원이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 약속이 있으니까 가야한다"고 해서 갔다. 도착한 시간은 1~2시 경이다. 이른 오후로 기억한다. 누구를 만나냐, 왜 만나냐, 그런 것은 물어보지 않았다. 정치인이라는 게 이 사람 저 사람 만나고, 어쩔 땐 밤늦게 국정원 사람도 만나기도 하는데, 본인이 말을 해주면 그런 줄로 아는 거지, 내가 먼저 캐묻진 않는다. 그래서 일단 렉싱턴 호텔 앞으로 가서 내려줬다."(2018년 3월 12일자 프레시안)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88775
"한편 정 전 의원을 비롯한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출연진은 이날 오후 1~2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건물 지하에 있는 녹음실에서, 정 전 의원과 함께 하는 마지막 방송의 녹음을 끝냈다." (2011년 12월 23일자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ulture/entertainment/511606.html#csidx58291c1cdf6d83682f5b1e524f26208

게다가 렉싱턴 호텔에는 카페가 없고 뉴욕뉴욕이라는 레스토랑이 있는데 3시부터 5시까지만 카페로 운영된답니다. 그런데 3시부터 5시까지는 명진스님이랑 같이 있었다는게 명진스님 증언이랑 트위터 등등으로 확인이 되네요.

또 게다가(?) 정봉주 씨를 렉싱턴 호텔로 태워줬다는 '민국파'가 비슷한 시간대에 카페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는 사실도 확인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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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 정봉주 편을 드는게 아닙니다. 저는 진실에 대해서 아직은(!) 판단 유보입니다. 그저 진실에 대한 호기심으로, 그저 궁금해서 딱 30분 검색해보니 이런 기사와 사실들이 확인되더라는 것. 그 뿐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진실은 아직 확정되기 전입니다. 그런데 의문은 남습니다.

과연 프레시안이 이런 팩트체크를 했을까요? 만약 했다면, 다시 말해 저처럼 30분짜리 팩트체크라도 했다면, 서어리 기자의 최초 기사에는 이 내용이 반영되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게 궁금한 겁니다.

성소수자 운동가이자 학자인 서동진 선생은 미투운동이 견제되어야 한다고 했지만,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언론 만큼은 '피해자'와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자' 사이의 간극에 충실해야 한다고는 생각입니다. 즉자적인 분노나 거기에 편승하고픈 욕망으로 그 간극을 메우려들거나, 또 다른 불순한 의도가 개입되면 '조작'이 되는 거겠죠.

다시 말해, 그 간극이 존재하는 한, 그리하여 불순한 의도의 개입 즉, 조작 또는 공작의 가능성이 존재하는 한, 미투운동에 기여하는 언론의 역할은 진실에 접근하려는 노력을 통해 그 간극을 최선을 다해 메우는 일 아닐까요?

언론인으로서 정말 피해자 편에 서고 싶다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자'에 대한 공감이나 동정심을 잠시 접고,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자'를 '피해자'로 확정지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것이 진실의 편, 피해자의 편에 서는 것 아닐까요? 그리고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자'와 '가해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자'의 공방이 지닌 말초적 흥분과 선동의 가능성을 앞서서 차단해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서어리 기자의 선의를 믿고 싶습니다만, 이건 아닙니다. 얼마전 리스팀해드린 글(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이 말하는 미투, 그리고 1968년 @fabella/1968)에 나오는 지젝의 표현처럼 두 여성에게 성기를 노출해 경력을 날려버린 한 코미디언의 말초적 서사에 흥분하는 것이 미투운동의 본령은 아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의 미투운동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상습적 성추행범이 여전히 그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한국에서의 미투운동 또한 당연히 계속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성폭행에 가까운 난교파티를 벌였던 집단이 이 나라의 경제권력 꼭대기에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전자에 대한 말초적 관심을 선동해 후자의 전모를 덮으려는 불순한 의도를 가진 자들, 그리고 '피해자라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한 즉자적 감정이입에 매몰되어 진실 확정의 의무를 게을리하고 그럼으로써 '본의 아니게' 미투운동의 지평을 흐리고 있는 '미숙한 언론인'들이 있는 한, '주장되는 사실'을바라보는 우리의 '균형감각'은 생각보다 조금더 오래 유지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설령 그것이 우리의 양심에 비추어 너무나 불편하고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자'에게 당장은 잔인하게 느껴지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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