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은 순간, 의식을 뚫고 날아오릅니다. 우리는 솟구쳐 오른 감성을 잡으려고 '아.. 어쩌지.. 어쩌지..' 하며 헐레벌떡 노트북을 켜고, 휴대폰 메모장을 열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녹음기에 대고 뭐라 뭐라 흥얼대기 시작합니다.
아.. 그것은 순간이며, 찰나이고 그래서 영원입니다. 그것을 붙잡으려고 우리는 손에 잡히는 모든 도구를 이리저리 휘둘러 봅니다. 그렇게 간신히 잡아 내렸는데.. 어렵게 어렵게 받아 적었는데.. 감성의 시간이 지나고, 도파민이 사라지며, 의식이 깨어나기 시작하면.. 현실감의 아침이, 동 터오는 겁니다.
음.. 내가 미친 거야.. 오글오글
오글, 예술의 원천
그러나 타인에게는 감성인 것이, 본인에게는 오글거림일 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의 오글거림을 소비하지 못해 안달입니다. 실은 자신의 오글거림에 당당한 이들이 무대에 서고, 사람들에게 불리워지며, 읽혀지는 겁니다.
물론 처녀작은 정말 오글오글합니다. 어따 내놓고 자랑하기 참 뭣합니다. 그러나 그런 오글거림의 순간들이 쌓이고 쌓여 창작이라는 것이 완성되는 겁니다. 오글거림의 순간에, 자꾸 물러서고, 지워버리고, 찢어 버리면.. 맨날 오글거리다 끝이 납니다. 오글이를 빛 가운데 내어놓고, 광합성 할 기회를 주지 못하는 겁니다.
익명성이 강하고, 매우 휘발성이 강한, 스티밋의 포스팅 구조를.. 저는 좀 더 적극적으로 이용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원히 기록되지만 아무도 찾아 보지 않을 기록 말이죠. 범죄를 할 게 아니면, 영원히 기록된다는 것은 꼭 부담이 되는 일만은 아닐 겁니다. 오히려 하루를 채 가지 못하는 포스팅의 휘발성이 불만일 겁니다. 그러나 그 휘발성이라면 우리의 오글거림도 함께 휘발시켜 주지 않겠습니까? 성장을 위한 광합성에 이만큼 좋은 도구도 없지 않겠습니까?
그런 면에서 현재의 스티밋은 좋은 도구라는 생각도 듭니다. 누구에게요? 무엇에게요? 루키에게요. 인큐베이팅이 필요한 모든 성장하는 것들에게요.(심지어 돈도 줍니다.) 비록 흑 역사가 영원히 남아버릴지 모르지만.. 하루아침에 슈퍼스타를 꿈꾸는 게 아니면, 우리가 아는 모든 스타들도, 위인들도, 성장의 앳된 시간들.. 본인에게는 제발 지우고 싶은 오글거림의 순간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 없이는 지금의 자신이 있을 수 없는.. 필수불가결한 순간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어봅시다. 그들에게 그 흑 역사를 지워줄 테니 지금의 명성과 바꾸자고 하면.. 누가 그걸 선택할까요? 우리의 스티밋 아이디 옆에 붙은 그 숫자 말이죠. 그거랑 명성도 25 짜리 백만 스파랑 바꾸자면 바꾸시겠습니까?.. 바꾸겠습니다. ㅋㅋ 그게 스티밋의 문제이긴 합니다.
그래서 스티밋.. 그렇기 때문에 여기 스티밋에서는 뭐든 해도 됩니다. 까짓 거 실컷 오글거리고 마음껏 광합성 한 뒤에, 어느 날 포스팅을 멈추고, 활동을 멈추면.. 우리는 도대체 귀신과 댓글을 주고받은 건지.. 김정은과 보팅을 주고받은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영원한 기록과 완전한 익명성.. 뭐 이렇게 희한한 시스템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오글은 날아가고 동지는 남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걸 적극 활용해 봅시다. 그대의 오글거림, 그 새벽 정서를 마음껏 뿜어 달라는 겁니다. 누가 누군지 어케 압니까? 이미 좀.. 너무.. 알려졌다 싶으면 부계정이라도 만드는 겁니다. 부계정.. 이럴 때 쓰는 겁니다. 오글거림의 확장을 위하여.. 그리고 실컷 감성을 뿜어 보는 겁니다. 오글거리다 미쳐, 무르익고 무르익어, 찬란한 작품으로 탄생하게 될 때까지.. 메뚜기 탈 쓰던 시절이 없었다면 지금의 유재석도 없었을 겁니다. 쭈구리 시절을 못 견뎌냈다면 박명수는 치킨집이나 하고 있을 겁니다.
감성을 산다는 것, 취향을 산다는 것은 우리 인생의 전부입니다. 그걸 표현하라고 의식이 주어진 것이고, 도구 사용법을 배운 것입니다. 남에게는 감성이 없다며, 취향이 개판이라며, 쯔쯧 거리면서.. 자신도 그럴까 봐, 넘들 유행 쫓기 바쁜 인생을..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겠습니까? 그거야말로 인간로봇의 일생이 아니겠습니까?
나의 감성을 살고, 나의 취향을 살아내는 것. 그것은 자신을 사는 일이면서 또한 인류를 풍요롭게 하는 일입니다. 자신의 취향을 윤색하지 않았던 고흐처럼.. 자신의 감성을 폭력에 팔아넘기지 않았던 윤동주처럼.. 우리는 모든 오글거리는 순간들로 나아가야 합니다. 모든 오글거림 속으로 걸어들어가야 합니다.
그것은 비단 글쓰기와 창작에 관한 일 뿐만이 아닙니다. 무언가를 시도하는 일, 스티미언들과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일을 벌여 보는 일, 밖에서는 사회적 신분과 인격 때문에 함부로 해 볼 수 없었던 일들을, 여기서는 꿈꿔보고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여기 스티밋은 뭘 규제하고 제약하는 법률도 세금도 없습니다. (다운보팅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덕분에 볼썽사나운 일도 일어나지만.. 뭘 한다고 했을 때, 오글거림을 실제로 시전하고자 했을 때, 사회에서 불필요하게 주어지는 제약과 시선들에서 오히려 자유롭기도 합니다. 그리고 동지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취향의 동지, 감성의 동지.. 글을 쓰는 일은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일이니.. 밖에서는 가면 뒤에 숨어 하하호호 하던 이들의 숨겨진 마음들을, 그냥 들여다볼 수 있는 여기 스티밋.. 게다가 그 오글거림이란, 실은 그대의 진솔한 내면 그 자체가 아니겠습니까? 벌거벗은 내면 그대로를 들여다볼 수 있는 매체는 많지 않습니다. 아니 거의 없습니다. 여기 스티미언들은 심지어 일기도 공개로 씁니다. 매일 포스팅하려니 쓸 것이 마땅치 않은지 이말 저말하는데.. 그게 본인은 숨긴다고 숨겨도, 미러 글라스처럼 보는 이들에게는 속내가 훤히 들여다 보이니.. 누드 퍼포먼스랑 다를 게 없습니다. 까짓 거 어떻습니까? 내가 누군지 나도 모르는데..
그래서 생겨난 부작용은 차치하고.. 우리는 이곳 스티밋에서 진짜로 통하는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면 무도회 같은 현실에서는, 저 인간이 칼을 품었는지, 독을 품었는지 아리까리하지만.. 무심코 자신을 마구 드러내는 여기 스티밋에서 (물론 나쁘게 악용하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우리는 진짜 동지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이 같아 보이는.. 생각이 통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참 관계를 모색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자고만 들면 말입니다.
그래서 [스팀시티]는 취향의 도시, 감성의 도시가 되어야 합니다. 넘들의 오글거림을 함께 견뎌 주고, 자신의 오글거림을 마음껏 펼쳐내어 광합성 시켜 줄 수 있는.. 용자勇者들의 도시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꿈이 이루어집니다. 그 끝에 성취가 있습니다.
한계를 넘는 일은 오글거림을 극복하는 일입니다. 밤새도록 잠 못 이루게 했던 바로 그 생각을, 아침 해와 바꿔 먹지 않고 고이 간직해, 다음날 스티밋에 풀어놓는 일.. 그리고 동지를 찾는 일.. [스팀시티]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마법사의 [스팀시티]에 관한 포스팅들은 매일매일 그렇게 탄생되고 있습니다.
할까 말까 할 때는 하는 겁니다.
쪽 좀 팔리면 어떻습니까? 내가 누군지 아무도 모르는데.. 알면 또 어떻습니까? 술 마시고 하는 추태를.. 감성에 젖어서는 왜 못합니까? 뒷수습이요? 그건 스티밋의 휘발성이 말끔하게 해줍니다. 그대의 한 달 전 포스팅을 기억하는 사람은 그대를 포함해서 아무도 없습니다. 그것을 찾아볼 사람은 빚쟁이와 원수 빼고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니 아쉬워만 말고 맘껏 감성을 풀어 놓읍시다. 취향을 펼쳐 보입시다. 그리고..
동지를 찾아 봅시다.
그게 최선입니다.
여기 스티밋,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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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입니다. 그렇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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