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니까요.(농담입니다^^)
아니 고래가 될 수 있겠느냐 반문하고 있는 것입니다.
모두들 스티밋에 고래가 되고 싶어 들어옵니다. 하지만 이제 2주가 넘어가면서 점점 스티밋의 시스템에 대해 알게 되니 고래가 된다는 것은 참으로 아득한 일이더군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닐 겁니다. 어차피 포스팅을 하고 있으니 현금 투자를 하는 것도 방법일 겁니다. 하지만 본질로 돌아가면 스티밋에서 오로지 포스팅과 큐레이팅만으로 고래가 될 수 없다면 스티밋 공동체가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자본주의의 힘
저는 자본주의의 힘은 투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의 글 [자본의 종말에 대처하는 인간의 자세]에서 저는 믿음이 만들어내는 초능력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화폐경제가 그 내막을 까보면 허상에 불과하지만, 우리는 그 허상의 미래가치를 믿고 자신의 재능을 투자하고 문명을 건설해 왔습니다. 인류는 급속한 문명의 진화를 이루어왔고 그렇게 인류는 미래로 나아왔습니다. 현재가치만을 교환하는 물물교환 시대에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당장 교환할 수 있는 현재가치를 현물이든 뭐든 보여 줄 수 있어야 하니까요. 그러나 자본주의는 투자라는 신기술을 선보이며 '좋아 너의 미래를 믿어 줄 테니까 그것을 증명해 보이렴' 하고 사람들의 꿈과 야망에 날개를 달아 주었습니다. 이것이 자본주의의 힘입니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도 자본주의를 몹쓸 것으로 여기지만, 자본주의가 아니었다면 우리 대부분은 60을 넘기지 못하고 죽었을 겁니다. 투자는 사람의 미래가치를 잠재력에서 현실로 끌어올렸습니다. 그것으로 우리는 달나라에도 가고 수명을 100살너머로 연장시켜 온 것입니다.(심지어 얼굴도 바꿔줍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의 투자와 그 결과물의 배분은 세금, 복지뿐만 아니라 재투자를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자본의 도움으로 자신의 가능성에 도전할 수 있고, 결과를 실현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60살 커넬 샌더스 같은 할아버지도 투자를 받아 갑부가 될 수 있는 자본주의 사회의 동력입니다. 누구나 자신의 가능성에 도전해 볼 수 있는 사회. 그리고 실패를 몇 번 하더라도 언제든지, 몇 살이든지 재도전할 수 있는 사회. 그게 자본주의 시스템의 근간입니다. 그리고 미국식 자본주의 사회가 끝없이 성장해 온 원인입니다. 투자만 하고 끝이 아닙니다. 실리콘밸리의 투자문화는 정말 파트너가 되어서 인맥도 연결해 주고, 필요한 기술도 확보해 주고, 실질적인 결과를 맺기 위한 과정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몇 번 실패했는가는 오히려 좋은 경험이고 이력입니다. 이것이 아메리칸드림의 실체입니다. 그리고 미국 자본주의의 위기는 자본이 투자가 아니라 돈놀이로 변질되었기 때문입니다.
미래가치와 자본의 연대
자본.. 자본은 투자를 해야 합니다. 자본 자체가 어떤 미래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자본은 반드시 숙주를 필요로 합니다. 뭡니까 당신의 재능, 우리의 재능 말입니다. 그 포텐셜을 숙주로 투자가 생성되고 성장해 가는 겁니다. 그러므로 자본에는 숙주가 필요합니다. 자신의 연료를 태워 운동에너지로 전환해 줄 숙주 말입니다.
그래서 세상의 많은 가능성들이 미국으로 아메리카로 몰려든 겁니다. 자신의 가능성에 연료를 제공해 줄 자본을 만나러 말입니다. 그게 시리아 이민자의 아들 잡스였고, 주커버그, 빌게이츠 같은 유태계 혁신가들이었습니다. 그게 영국의 중앙은행으로부터 독립한 미국의 자본 생태계였고, 세계의 가능성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 저작권, 특허권을 철저히 보장해 준 아메리카의 자본주의입니다. 미래가치와 자본의 연대 말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연결고리가 끊어지고 피라밋 구조로 바뀌면서 시작되는 겁니다. 자본이 왕이 되더니 숙주를 좌지우지하는 겁니다. 자본이 우리의 재능, 미래가치를 삼켜버리는 겁니다. 석탄이, 석유가 비행기 없이 날아갈 수 있습니까? 왜 석유가 조종간을 잡게 두는 겁니까? 그것은 석유에게도 비행기에게도 최악입니다. (그래서 빌딩에 꼬라박았습니다.)
자본이 자기의 자리를 이탈해 세상 모든 분야의 운전대를 잡기 시작하면서 세상은 엉망이 되어 버렸습니다. 행복한 사람은 거의 없고 오로지 생물도 아닌 자본, 그리고 자본을 지키기 위한 시스템, 국가, 정치, 이념들이 자신들만 비대하게 성장시키는 블랙홀이 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블록체인/암호화폐.. 자본주의의 시온으로
그걸 탈피해 보자고 생겨난 시스템입니다. 블록체인/암호화폐 시스템 말이죠. 아니 자본주의의 본질로 돌아가자는 말입니다. 그리고 현재가치만을 생산하는 물물교환을 넘어, 미래가치에 투자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보자고 시작된 겁니다. 그래서 프라이빗 블록체인이 아니라 퍼블릭 블록체인이어야 하는 겁니다. 프라이빗으로는 물물교환이나 하자는 이야기입니다. 보상! 투자에 대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분리되어선 안된다는 겁니다. 그냥 물물교환이나 하자고 만든게 아니란 말입니다. 그게 이 자본과 미래가치의 끊어진 연대를 복원하는 길입니다. 자본이 잡고 있던 운전대를 다시 창작자에게, 가능성에게 돌려주는 일입니다. 자본은 투자의 본연의 자리로. 창작자는 눈탱이를 멈추고 정당한 창작물의 보상을 받는 자본주의 본연의 시스템으로 돌아가자는 겁니다. 자본주의의 시온으로 돌아가자는 말입니다.
그래서 그중에 스티밋 말이죠. 그래서 저도 관심을 가지게 된 겁니다. 이거야말로 마법이다 생각하며 말이죠.
스티밋은 모세가 되어 줄 것인가?
스티밋에 들어오기 전, 스티밋에 대해 알아보다 보니 한계와 불만들을 먼저 접할 수 있었습니다. 다단계라는 이야기. 기존 고래들만 배불리는 시스템이라는 이야기.. 일단 경험해 보지 뭐 하고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꾸준히 포스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스템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고래분들의 포스팅, 트렌딩, 인기글의 보상액과 뉴비들의 편차.. 심지어 저의 포스팅 내에서도 그런 현상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어떤 글은 보팅 인원도 높고, 댓글도 많은 데 보상액이 얼마 안 됩니다. 그러다 어쩌다 고래님 한두 분이 왕래하셔서 훅 쓸고 가시니 보상액이 후두둑 두 자리를 넘겨 버리더군요. 어쩌겠습니까. 저도 사람인데... 벌써 머리가 돌아가는 겁니다.
마법사가 마법으로다 훅 고래로 변신할 수도 있습니다. 없는 돈, 이리저리 끌어다 스팀파워 좀 올리고 순간 고래로 확 커버릴 수도 있겠지요. 그게 그러면 돈이 된답니까? 결국 그건 투자의 영역이지. 창작자의 영역은 아닌 겁니다.
투자는 투자고 창작은 창작입니다. 우리 사회시스템은 유난히 이 부분이 왜곡되어 있습니다. 투자자가 창작에 관여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멀쩡한 작품이 산으로 가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그건 그래봐야 서로 손해입니다. 투자자가 창작자는 아니지 않습니까. 당연히 창작자의 결과물보다 못합니다. 그러면 어차피 망하는 건 투자자, 창작자 모두입니다. 이런 게 반복되다 보니 영악한 창작자는 실패비용, 기회비용을 예산에 잔뜩 반영합니다. 업계를 모르는 투자자는 앉아서 눈탱이를 맞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앞 단에서 몇 명이 해 먹고 나면, 그 산업은 자본이 기피하는 산업이 되어, 매번 쳇바퀴를 돌거나 몰락해 버리고 맙니다.
스티밋, 스티밋 마저 그렇게 되기를 저는 바라지 않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아직은 참여인원도 많지 않고 초창기라 자정작용도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모두 예상하듯 곧, 언젠가 다시 열풍이 불어닥치면, 이런저런 작전세력들이 이 생태계를 혼란스럽게 만들 겁니다. 그거야 자본주의 시스템에 언제나 어느 분야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니 어쩔 수 없지만, 결국 그 파고를 견뎌낼 힘을 가지고 있느냐 아니냐가 그 생태계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게 되는 것입니다.
고래가 되지 않으리
그래서 저는 고래가 되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아니 영원히 플랑크톤으로 남아있겠다는 얘기가 아니라, 자본에 눈치 보며 자본의 힘으로 고래가 되지 않겠다는 말입니다. 창작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겠다는 말입니다. 스티밋이 발전하려면, 여기서 창작자들이 콘텐츠의 힘으로 고래에까지 이를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결국 스티밋의 미래는 이미 시한부에 들어가 있는 겁니다.
자본 투자자로서의 고래님들이 계실 겁니다. 지금은 초창기라 그런지, 고래님들의 포스팅 수준이 장난이 아닙니다. 그래서 그분들은 창작자 겸 투자자의 위치에 있습니다. 존경스럽습니다. 그런데 모두가 그럴 수는 없습니다. 더군다나 이번 암호화폐 논란의 축이었던 젊은 세대들은 그렇게 자본을 투자해가며 고래로 성장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진짜 본질적인 자본주의 플랫폼이라면, 무일푼 루키가 자신의 가능성만으로도 미래가치를 실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우리는 스티밋에 자신의 포텐셜을 낭비할 이유가 없습니다.
@lynxit 님의 포스팅 [나는 언제쯤 고래가 될 수 있을까?]와 다른 포스팅들을 보니 현재의 방식으로는 별도의 자본 투자 없이 고래가 되기는 요원해 보입니다.(135년이 걸린다는군요) 그럼에도 미래예측은 현재를 기준으로 해서는 안됩니다. 스티밋 시스템이 진화해서 글자당 보상을 주게 될지, 누적된 포스팅량 또는 평판도를 기준으로 스팀파워를 비례보상해 줄지도 모를 일입니다. 뭍혔던 글이 어느 날 어떤 사건을 맞아 발굴되어 갑자기 신드롬을 일으킬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능동적으로 이 스티밋 시스템을 활용하고 발전시켜 가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솔직히 별 볼 일 없습니다. 스티밋.. (현재 보상액 최고가 통상 $100 미만이라는데 연달아 최고 보상을 받는 들 그게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리고 모든 포스팅 보상을 그 수준으로 가능합니까? 셀프보팅이나 보팅풀 없이 말이죠. 게다가 변동폭이 널뛰기하는 코인 시장하며.. 시간, 노력대비 기회비용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파도의 시작이니까요. 지금의 초기 스티미언들이 계속 소통하며 창발적으로 진화해 간다면 스티밋은 역사를 바꾸어 놓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후대에 우리의 논의가 애덤 스미스와 마르크스의 반열에 오를지도 모를 일입니다.
스티밋 생태계를 활용하면 현실에서 하지 못한 새로운 분배 방식을 실현 시킬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스티밋 생태계 자체로 기본소득제를 실현시킬 수도 있을 겁니다. 젊은 창작자들에게 보팅으로 월급을 주고 그들의 포텐셜을 쉐어할 수도 있을 겁니다. 오프라인과 연결하여 다양한 스타트업들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겁니다.
선언과 시도
그래서 저는 저부터 시도해 볼 생각입니다. 자본과 창작의 효과적인 연대를 위한, 자본과 창작의 분리 말이죠. 그러려면 먼저 고래 눈치 보며 포스팅하지 않아야 합니다. 보기 좋은 글을 쓰다 보면 다양성이 훼손되고 스스로도 금방 지칠 테니까요. 제 포스팅의 색깔을 놓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러다 보면 보상은 줄어들거나 늘어나지 않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창작자로서 고래가 될 수 있는지 없는지를 먼저 시도해 볼 생각입니다. 그게 아니면 코인 투자자들 외에는 스티밋에 참여할 이유가 없어질 테니 말이죠.
몇 가지 기준을 세웠습니다.
- 50:50 기본 보상 기준으로만 스팀파워를 확대해 간다
- 추가 자본의 투자는 없다.
- 고래가 되기 전까지 가능하면 1일 1포스팅을 한다.
- 고래가 되고 난 후에는 일정 기간동안 포스팅 안식년을 가지고 큐레이팅에만 집중한다.
위와 같은 기준을 세운 이유는 라면으로 끼니 때우는 창작자들에게 이 시스템이 자신의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인가 실험해 보기 위해서입니다. 밥 한 끼 제대로 먹을 돈이 없는 젊은 창작자들에게, 스팀파워를 늘리기 위한 일정액의 현금이 있을 리 없습니다. 그리고 고래라면 포스팅보다 큐레이팅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래의 입김과 취향에 좌지우지되는 곳이라면 기존 사회와 다를 게 없고 그런 시스템 속에서 창작자들이 자신들의 포텐을 마음껏 터트려주지는 않을 테니 말입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시작한 지 겨우 2주 된 뉴비의 짧은 생각일 겁니다.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거나 부족한 정보가 있으면 얼마든지 알려주시고 고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노파심에 다시 말씀드리면 고래가 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창작자로서 고래가 되겠다는 다짐을 말씀드리는 거라는 것 오해하지 않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지금 다양한 방식으로 스티밋에 참여하고 계신 분들을 비판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 다시 강조 드립니다. 블록체인/암호화폐 생태계의 본질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자고 드린 말씀입니다.
아.. 이렇게 쓰고 나니 벌써 쫄립니다.
고래님들이 저를 단체로 보이콧하면 어쩌죠.
에라 모르겠다~
휘리릭~
★ @mmerlin's post
[멀린's 100]
01. 1987 나는 남영동에 있었다
02. 최순실과 동업할 뻔했던 이야기
03. 자본의 종말에 대처하는 인간의 자세
04. 전대협과 붉은악마
05. 폭주족 그녀와 다시 조우하다
06. 북유럽은 개뿔
07. 너희를 위해 나를 희생시키면
08. 북핵 드라마, 우리는 新만주국의 출현을 보게 될 것인가?
09. 강한 것은 강한 것이다 (1)
10. 강한 것은 강한 것이다 (2)_철학의 시작
11. 강한 것은 강한 것이다 (3)_칭기스칸, 인류사상의 칵테일 바텐더
12. 강한 것은 강한 것이다 (4)_조선은 철학이다
[그림 없는 그림책]
01. 마더 Mother
02. 끝이 온다
[ETC]
01. [가입인사]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을 쓰는 것에 대하여
02. 가상화폐와 암호화폐
03. 뉴비의 Bandwidth 체험기
04. 뉴비의 보팅에 관한 짧은 생각 및 질문
05. 페이스북 한 달, 스팀잇 일주일
06. 우리는 어쩌면 잠실 뽕밭에 씨를 뿌리고 있는지 모른다
07. 존버의 법칙 (존버의 과학적증명)
08. [선언] 저는 고래가 되지 않겠습니다
09. 스티밋의 7일 보상 방식의 마법적 활용
Futures archive net. [집현담集賢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