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얀's 에세이] 핸드픽을 그만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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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함이란 더 이상 추가할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버릴 것이 없을 때이다. -생 떽쥐베리


 핸드픽은 커피를 볶는 일 중에 가장 첫 단계이다. 이 과정은 생두-볶기 전의 커피콩으로 연두색이다-에서 벌레 먹은 콩이나 깨진 콩, 작은 돌을 걸러내는 일이다.
 커피 로스팅을 처음 시작할 무렵, 핸드픽이 과연 의미 있는 일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었다. 생두 800그램을 로스팅 머신에 투입해서 볶으면, 회전하는 고열의 드럼속에서 수분이 증발하고 650그램의 정도의 원두가 나온다.
 원두 6킬로그램을 생산하려면 예열하는 시간 30분을 포함하면 총 4시간 30분이 걸린다. 그런데 핸드픽하는 시간을 추가하면 5시간이 훌쩍 넘어간다. 원두 주문이 늘어날수록 일하는 시간도 그에 비례해서 늘어갔다. 자정 전에는 퇴근하고 싶었기에 꼼수를 부리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어느날 그 유혹을 참지 못하고 핸드픽을 한 생두로 볶은 커피와 핸드픽을 하지 않은 생두로 볶은 커피를 동시에 커핑했다. 만전을 기하기 위해 눈을 가리고 맛을 보았는데 맛의 차이가 전혀 없었다. 그 자리에 있었던 친구에게도 실험을 했다. 그녀 역시 나와 같은 반응이었다. 그렇다면 핸드픽이 커피맛을 더 좋게하는데 1도 기여를 하지 않는 것일까?

핸드픽을 그만둘까요?



 나는 이 의문을 풀고 싶어서 핸드픽 과정에서 퇴출된 불량한 생두를 따로 800그램 모아보았다. 그 안에는 썩은 생두 뿐만 아니라 작은 돌과 푸른 곰팡이가 핀 생두도 수두룩했다. 그것들을 로스팅 머신으로 볶아서 그라인딩하고 핸드드립으로 내려서 맛을 보았다. 그랬더니 기분좋은 향은 고사하고 충격적일 정도로 맛이 없었다.



 그 일을 경험한 후에 나는 가게를 그만둘 때까지 핸드픽을 계속했다. 오늘 갑자기 그 때의 실험이 생각났다. 그 때 핸드픽을 그만두지 않고 계속 하게했던 힘은 나 자신에게, 그리고 손님들에게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최근 스팀가격이 하락했다. 나는 스티밋에 둥지를 튼 지 아직 1년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로스팅을 하기 전 핸드픽을 하는 마음으로 꾸준하게 글을 쓸 것이다. 오늘따라 내 글을 읽어줄, 그리고 나와 함께 이 공간에서 핸드픽을 할 당신에게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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