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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좋아하는 40대 혹은 그윗 세대라면 70년대의 Hard Rock 사운드들이 아마도 그들의 과거를 소환시키기에 강한 촉매제일 것이다.
파고다 공원, 성문 종합영어, 정석, 김기덕의 두시의 데이트, 종로서적, 종로학원, 대성학원, 롤러장, 하드락
등의 단어들도 마찬가지이다.
이제는 절대로 지켜야할 포스팅규칙이 되어버린 나만의 아이템 짝퉁불금 소재로 무엇을 쓸까? 고민하다가 어젯밤 내가 중고등학교 시절 좋아했던 Deep Purple의 몇곡을 골라서 들었다. 그리고 그곡들의 가사 내용이 무엇이었을까? Lyrics도 찾아보면서 뜻 모르고 들었던 그 시절 노래가 만들어주었던 분위기에 나의 감성놀음을 덧붙여 보기記하였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그 음악은 변하지 않았고 그대로인데 듣는 聽子의 마음은 많이 변해버렸다. 좋아하는 음식의 맛도 그렇다. 옛날의 맛과 지금의 맛은 다를 수밖에 없다. 아니, 달라야 정상이다. 그때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아주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살이는 항상 똑같을 수없다. 과거에서 현재로 뜀박질치는 시간속에서 그 흐름 동참자의 느낌에는 그 시간과 그 곳 상황과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과거를 먹고 살아간다. 그것이 소화되면 어느덧 미래가 되어버린다.
사진과 같은 도구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과거의 모습을 잘 떠올릴 수가 없게 되었다. 기억은 1초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반짝 만들어지고 흔적도 없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것이 너의 기억인지 나의 기억인지. 진짜인지 가짜인지. 지금에 와서는 어느 것 하나 100% 장담할 수 없는데도 ‘나의 멋지고 아름다운 추억’ 쯤이 되어서는 어느 때고 바라보면서 존재를 확인받으며 자위하고 있는 거다.
‘그래, 춘자, 2018년 11월 8일 01시 57분, 넌 존재 했어’하고.
사진이 없으면 존재를 의심하고, 존재를 확인받기 위해 1초도 쉬지 않고 셔터를 누르고 그렇게 찍은 사진만 바라보다과거 지향형으로 서서히 퇴화하는 거다.
이런! 음모다! 이런 심술 맞은 악담을 하고 있는 것은, 그래, 사실 조금 억울해서 그렇다. 여행을 시작한 후로 시간이 5배속 정도로 빠르게 흐른다. 시간, 정말 잘도 간다. 조금 두렵지만 역시나 서두를 생각은 요만큼도 없다. 오늘도 흐르는 시간을 모르는 척, 시치미를 뚝 떼고 바라본다. 이미 알고 있지만 잊고 있으면, 모르는 척하고 있으면 더 행복해질 수도 있다.
春子 magazine
I am returning the echo of a point in time. We must remain perfect strangers.
Deep Purple Perfect Strangers Lyrics
Can you remember remember my name. As I flow through your life a thousand oceans I have flown and cold spirits of ice. All my life I am the echo of your past. I am returning the echo of a point in time distant faces shine. A thousand warriors I have known and laughing as the spirits appear all your life shadows of another day
“나는 너의 과거 메아리일 뿐이다. 나는 딱 순간의 그 시간에 ‘과거의 나’가 반향이 되어 돌아오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완벽한 이방인이 되어야만 한다. I am the echo of your past. I am returning the echo of a point in time. We must remain perfect strangers.”
이 세 구절에 필이 꽃피었다.
과거의 ‘나’는 ‘나’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나’는 과거의 기억들이 차곡차곡 쌓아져서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일 뿐,
바로 지금 내가 존재하는 바로 이 시간의 ‘나’가 과거를 회상하는 그 기억의 과거는 ‘나’가 아닌 2인칭인 바로 ‘너의 조각들’이다. 내가 아니니까 ‘너’혹은 ‘그것/그것들’이라고 부를수밖에,
그래서 ‘너의 과거 메아리the echo of your past’이다. 그런데 그 과거의 ‘나’인 ‘너의 파편들’은 지금의 ‘나’를 떠나서 존재할 수도 없다. 나의 기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때마침 살아서 존재하는 이 시간 딱 그 지점에서 제 때에 ‘메아리’쳐서 돌아오는 과거의 ‘나’에 대한 기억이 물질과 정신이 되어 겹겹이 쌓여서 지금 순간의 ‘나’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자면 과거의 회상인 ‘나’의 ‘너’란 '기억과 몸의 조각'들이 지금 막 생겨서 존재하려는 아직 존재하지 않은 미래 순간의 ‘나’와 공명하여서 이루어진 ‘나’이다. 즉, 현재는 '과거였던 나'와 '미래가 될 나'의 만남의 접점에서 새롭게 띠용~하고 발생하는 '정신과 물질의 종합체인 나'인 것이다. 그래서 메아리라고 표현했나보다.
I am the echo of your past. I am returning the echo of a point in time. We must remain perfect strangers.
따라서 우리는 끊임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완벽한 이방인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완벽한 이방인이 되어야만 한다.
완벽한 이방인이란 과거에 묻혀서 존재하는 기억 속의 ‘나’도 아니고 미래에 어떻게 되어야 하겠다는 단순한 기대심의 ‘나’도 아니기 때문에 완존完存한 이방인인 것이다. 항상 새롭게 태어나는 시간 속의 ‘나(time)’.
그러니까 수학 방정식처럼 정리하자면,
완벽한 이방인 = 나(순간적 시간)
Perfect Stranger = SUM I(t)
나(순간적 시간)는 변수이지 고정된 상수가 아니다. 그리고 미분이아니라 적분이다.
Hush (1998 Remastered Version)
I got a certain little girl she's on my mind
한 여성에게 필이 꽃피어서 내가 존재하는 모든 순간이 그녀와 함께 돌아간다. 그녀가 물리적으로 함께 있는 것이 아니다. 온통 그녀 생각뿐이고 그녀에게로 생각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Hush의 뜻이 침묵, 고요, 분별력, 자각이라고 한다.
그녀에 대한 생각놀음이 허쉬 초콜렛처럼 달달하다. 그렇지만 감정혹은 감각? 놀음으로 더 깊어져서는 안 된다. 쓴맛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When the night wind softly blows through my open window. then I start to remember the girl that brought me joy. Now the night wind softly blows sadness to tomorrow bringing tears to eyes so tired eyes I thought could cry no more
신기루 같은 그녀가 되어버렸다. 밤바람의 부드러운 터치에 그녀의 기억이 촉발되었다. 쓴맛을 남기고 간 그녀에 대한 회상은 이제는 경건한 찬송가Anthem이고 싶다. 시간이 아주아주 많이 흘러야 경건한 찬송가가 되겠지.
C發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다.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우며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활기 없는 뿌리를 일깨운다. 겨울이 오히려 우리를 따뜻이 해주었다. 대지를 망각의 눈으로 덮고, 마른 뿌리로 작은 생명을 길러 주었다.”
엘리어트가 1922년 발표한 황무지는 이렇게 시작된다. ‘황무지’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유럽의 황폐한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인데 딥 퍼플은 이 시에서 영감을 받아 음악을 만들었다고 한다. 가사도 심오하지만 곡의 구성도 프로그레시브록(진보적인 록)에 바탕을 두면서 클래식과 록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영원한 명곡이다. 출처: 서예와 고전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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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퍼플의 명곡들이 아주 많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바로 이곡이다. 앨범 자켓도 괴상하다. 처음에 이 곡을 들었을 때 서부 영화의 OST인줄 알았다. 그러나 곧 긴가민가해진다. 그리고 또다시 긴가민가해진다. 12분짜리 긴 곡이다. 크게 세 부분으로 노래의 장르가 변태된다. 그때의 딥퍼플이 한국의 중국음식점에 왔다면 아마도 짬뽕을 좋아했을 것이다. 오르간과 기타의 경건하면서 비장한 조화, 클래식 오케스트라, 하드락 이렇게 순차적으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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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is a cruel time even though the sun may shine. And world looks in the shade as it slowly comes away still falls the April rain. And the valley's filled with pain. And you can't tell me quite why. As I look up to the grey sky where it should be blue. Grey sky where I should see you ask why, why it should be so. I'll cry, say that I don't know.
4월은 잔인한 계절, 태양이 비춘다 해도 이 세상은 서서히 그림자 속으로 잠들게 되겠지. 아직도 4월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온 마을이 고통으로 시달리면 당신은 나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지. 내가 잿빛 하늘을 올려볼 때 마다 회색빛 하늘이 어디서부터 파래야 하는지를.
텃밭농사를 시작하면서 계절의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하기 시작하였다.
정말 그렇다.
실제로 봄이 온다고 해서 봄의 의미처럼 생기발랄하지 않다. 겨울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중간지점인 봄은 회색빛이라고 표현해야 옳을지도 모르겠다. 추운 겨울에서 활동을 막 시작하려하면 그만큼 힘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마치 아침에 잠에서 깨어났을 때 온몸이 찌뿌등한 것과 같이 단잠에서 깨어난 정신은 맑지만 육체는 가라앉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지개가 필요한 것이다. 언제나 정신은 물질보다 속도가 빠르다.
주위의 온 산이 곡우穀雨/4월 20일경가 되기 전까지는 아직 푸른 기운이 드물다. 그러나 곡우를 기점으로 해서 온 세상이 순식간에 푸르게 변해버린다. 변화가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조물주가 스위치를 꾸욱~ 누른 것과 같다. 한순간이다. 궁금하면 곡우 전과 후의 야산을 비교해 보시길, 그리고 곡우에 때맞춰 내리는 비라면 이제 앞서간 정신을 뒤따라 몸이 기지개를 편 후 몸이 개운해진 것처럼 물질세계도 푸르름이 충만하게 변태된다. 그러나 바로 여름이다. 봄이라는 시간을 만끽하기에 아쉽다. 수컷을 감질나게 만드는 암컷과 같이 아쉬움만 남기고 땡볕더위로 활활타서 흔적없이사라져버린다.
C發
짝퉁 & 땜방 불금뮤직
프린스 최고의 노래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호질(虎叱)’
인공지능과 좀비의 뮤직비디오
사이먼과 가펑클, 정성(靜聲)을 노래하다/Sound of Silence
타악기의 추억2/ Led Zeppelin의 존보넴에서 영남농악 그리고 수피댄스
Anita, 동조화(Synchronization)를 노래하다(In my little corner of the world)
하늘의 도는 반복됨을 즐긴다(天道好還)
별빛을 주제로 한 노래
야구 시청의 미학(味學)
90년대를 회상하며
19금인척 느끼honey 끈적honey 촉촉honey Song들
해철과 빌리, 원맨 아카펠라로 인생과 사랑을 읊조리다
꿈에 관하여 썰을 풀다
달을 보며 음악을 맛보다[관월미음(觀月味音)]
특별한 주제 없이 쓰다가 주제가 만들어지는 짝퉁 불금뮤직/ 그래서 사랑, 이별, 그리고 홀로 사는 인생
원곡만큼 아니 원곡보다 Remake-1/ 짝퉁 불금
찬바람이 불면(不眠) 쉬(she) 생각나는 노래
락커의 변신은 무죄
영화 속에서 댄스곡을 리메이크하다
이번에는 Animal Song으로 갑니다
40대 아재들의 추억의 댄스곡 소환 : #1|#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