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덤 레이스 북 100]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호질(虎叱)’ / 짝퉁 불금

나는 고양이로소이다.gif

세인의 평가는 때와 장소에 따라 내 눈동자처럼 변한다. 그런데 내 눈동자는 그저 작아졌다 커졌다 할 뿐이지만, 세인의 평가는 손바닥 뒤집듯 180도로 바뀐다. 그렇게 뒤바뀌어도 별 문제는 없다. 사물에는 양면이 있고 양 끝이 있다. 그 양 끝을 뒤집어 흑백을 백흑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바로 인간의 융통성이다. 방촌(方寸)을 뒤집으면 촌방이 되는 것에 재미가 있는 것이다. 몸을 앞으로 숙이고 가랑이 사이로 아마노하시다테를 보면각주 또 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셰익스피어도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셰익스피어여서는 시시껄렁할 뿐이다. 가끔은 가랑이 사이로 햄릿을 보면 <자네, 그럼 안되지>라고 할 만한 사람이 없으면 문학계도 발전이 없을 것이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각주: 스팀잇에도 이런 수컷 농작물이 한 마리 있다


생각해보니 일본인 저자가 쓴 소설을 읽은 것은 이 책이 두 번째이다. 모두 스팀잇과 인연이 되어서 관심을 갖고 읽은 책이었다. 첫 번째 책은 나에게 이상야릇한 간접 경험을 알려주었다. 그 책의 제목이 마음에 들었기에 당장 도서관에 달려가 빌려 보았는데 젊은 양아치들이 뽕맞고 해롱거리는 의식흐름記였다. 퇴폐 성문화와 꿈속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유사경험을 아무렇지 않고 덤덤하게 표현해낸 소설이었다. 일본은 같은 한자 문화권이지만 독특하다. 아시아에 속하지만 meta-asian? 이질적인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다. 나는 때때로 다르다는 것과 틀리다는 것을 혼동한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과 틀리다고 생각하는 것을 구분할 줄 아는 것은 사람 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처세술이기도 하며 자신을 내적 성찰로 이끌 수 있는 방편이기도 하다. 여기서부터 상호존중의 미덕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어가면서 참 일본스럽다는 생각을 많이 하였다. 그렇다고 내가 일본 사람들을 많이 만나본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가 겪고 느낀 일본 친구들에 대한 이미지와 그들의 문화적 습성이 여기에서 많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람 사는데 있어서의 큰 틀은 변하지는 않는 것도 같다. 이 소설은 첫번째 읽었던 소설과 같은 찝찝한 기분은 아니었다.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20세기초 위/아래로 10여년 정도의 시점이다. 자본주의적 근대화가 이루어졌으나 아직은 전통과 근대가 반반 섞여 공존하는 시대의 지식인?(영문학을 전공한 교수) 가정을 배경으로 주인집에 얹혀사는 한 마리 수컷 고양이가 가족들과 그 집을 방문하는 주변인들의 일상적인 담소(談笑)와 생활을 제 3자적 관점에서 자세하게 관찰하여 서술하고 있다. 인간화된 고양이 생각의 흘러감을 맛보는 것이 아기자기하고 매력적이다. 가필드가 일본으로 타이머신 타고 간 기분이다. 아마도 가필드는 이 고양이가 환생하여 미국 옷으로 갈아입었을지도 모를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첫번째 소설이나 이 소설도 관찰자적 시각에서 쓰여진 것은 비슷하지만 하나는 마약과 성도착 문화를 무덤덤하게 서술했고 이 소설은 인간 소프트웨어 빙의된 고양이의 독백이다.

100여년 전 일본 가정 문화를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기도 하지만, 시대를 넘어서 사람들의 생각들이 다른 듯 비슷하게 공유되는 관점들이 많다. 이야기 속 주인공들이 시대의 변화가 너무 빨라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분위기, 그리고 자본주의에 대한 우려스러운 걱정, 그 당시 팽배해 있던 제국주의에 대한 일본 서민들의 생각, 특히 고양이옹이 새로 생긴 문화적 풍속인 목욕탕 영업소를 관람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톰과 제리의 일본판으로 고양이가 주인을 위해 치밀한 전략으로 쥐잡기 보은(報恩)을 시도하지만 어리버리한 주인을 닮아 어설픈 고양이가 쥐들에게 도리어 당하는 장면 서술, 뒷담화가 자연스럽고 예의스럽게 승화된 일본인들의 풍속도 여기서 엿볼 수 있는 쏠쏠함, 그러한 것들을 읽어가면서 음미해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간혹 1000년 이상 화석화된 옛 사람들의 글을 읽다가도 그 시대 구성원들의 생각이 지금을 사는 우리들과 별반 차이가 없음을 느끼게 되는 것을 보면 옛날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하긴,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의 구조가 특별히 다른 것도 아니니 그 몸에 있는 소프트웨어가 무슨 차이가 있을까?

이런 생각도 해보았다. 저자가 왜?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택했을까? 아마도 기타 반려 동물과 다르게 고양이의 개성이 비교적 독립적이면서 관조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from @jamieinthedark

그런데 요즈음 고양이들은 멍멍 딩딩하기도 한 것 같다. 사실 고양이가 많으니까 개성이 다양할 것이긴하다. 특히 검은 고양이하면 Sexy하고 요염할 것 같은 느낌인데 요놈 딩딩이는 나의 선입견을 무참하게 깨주었다. 나는 검은 고양이하면 고혹미蠱惑美를 떠올린다. 절대로 다 주지 않는 짤 여운아니 감질 맛이닷!의 카리스마 여성 이미지가 강하다. 다 주더라도 깊이를 모르는 암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어 자신의 삶이 피폐해지는 것도 모르고 정신 못 차리게 만드는 블랙홀과 같은 그런 여성 말이다. 으아! 그런 상황이 때로는 그립기도 하다. 나는 아직도 수컷 본성이 살아있다.

알 스튜어트는 UN이 정한 ‘세계 여성의 해(1975년)’를 은유적으로 Year of the Cat라고 표현하고 이 노래를 불렀다. 고양이는 암수불문하고 여성성이 느껴진다.


Al Stewart - Year Of The Cat

She doesn't give you time for questions as she locks up your arm in hers. And you follow 'till your sense of which direction completely disappears by the blue tiled walls near the market stalls. There's a hidden door she leads you to these days, she says, I feel my life Just like a river running through The year of the cat


같은 고양이 과에 남성성 동물이 있다.

그것은 호랑이!

연암 박지원은 호질(虎叱)이라는 단편 소설에서 인간 종자를 심하게 비판한다. 고미숙 작가는 박지원을 괴테와 비교하곤 한다. 개인적으로 조선 후기 실학자들을 좋아해서 박지원의 글들을 꽤 많이 읽었다. 그의 글은 호탕하면서 시원시원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나는 암컷 기질이 있어서인지 수컷끼가 베어있는 박지원의 호탕한 글보다는 부드러우면서 이과적 특성을 많이 담아놓은 담헌 홍대용의 글들을 더 좋아한다. 기회가 된다면 그의 글을 읽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Survivor - Eye Of The Tiger (Rocky OST)

호질(虎叱)은 호랑이의 꾸짖음이다. 호랑이의 눈으로 자가당착에 빠진 인간의 모순된 삶을 시원스럽게 질타한다.

"내 앞에 가까이 오지 말아라. 내 듣건대 유(儒)는 유(諛)라 하더니 과연 그렇구나. 네가 평소에 천하의 악명을 죄다 나에게 덮어씌우더니, 이제 사정이 급해지자 면전에서 아첨을 떠니 누가 곧이듣겠느냐? 천하의 원리는 하나뿐이다. 범의 본성(本性)이 악한 것이라면 인간의 본성도 악할 것이요, 인간의 본성이 선(善)한 것이라면 범의 본성도 선할 것이다. 너희들의 떠드는 천 소리 만 소리는 오륜(五倫)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고, 경계하고 권면하는 말은 내내 사강(四綱)에 머물러 있다. 그런데 도회지에 코 베이고, 발꿈치 짤리고, 얼굴에다 자자(刺字)질하고 다니는 것들은 다 오륜을 지키지 못한 자들이 아니냐? 포승줄과 먹실, 도끼, 톱 같은 형구(刑具)를 매일 쓰기에 바빠 겨를이 나지 않는데도 죄악을 중지시키지 못하는구나. 범의 세계에서는 원래 그런 형벌이 없으니 이로 보면 범의 본성이 인간의 본성보다 어질지 않느냐? 범은 초목을 먹지 않고, 벌레나 물고기를 먹지 않고, 술 같은 좋지 못한 음식을 좋아하지 않으며, 순종 굴복하는 하찮은 것들을 차마 잡아먹지 않는다. 산에 들어가면 노루나 사슴 따위를 사냥하고, 들로 나가면 말이나 소를 잡아먹되 먹기 위해 비굴해진다거나 음식 따위로 다투는 일이 없다. 범의 도리가 어찌 광명 정대(光明正大)하지 않은가. 범이 노루나 사슴을 잡아먹을 때는 사람들이 미워하지 않다가, 말이나 소를 잡아먹을 때는 사람들이 원수로 생각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노루나 사슴은 은공이 없고 소나 말은 유공(有功)하기 때문이 아니냐? 그런데 너희들은 소나 말들이 태워 주고 일해 주는 공로와 따르고 충성하는 정성을 다 저버리고 날마다 푸줏간을 채워 뿔과 갈기도 남기지 않고, 다시 우리의 노루와 사슴을 침노하여 우리들로 하여금 산에도 들에도 먹을 것이 없게 만든단 말이냐? 하늘이 정사를 공평하게 한다면 너희가 죽어서 나의 밥이 되어야 하겠느냐, 그렇지 말아야 할 것이겠느냐? 대체 제 것이 아닌데 취하는 것을 도(盜)라 하고, 생(生)을 빼앗고 물(物)을 해치는 것을 적(賊)이라 하나니, 너희가 밤낮으로 쏘다니며 팔을 걷어붙이고 눈을 부릅뜨고 노략질하면서 부끄러운 줄 모르고, 심한 놈은 돈을 불러 형님이라 부르고, 장수가 되기 위해서 제 아내를 살해하였은즉 다시 윤리 도덕을 논할 수도 없다. 뿐 아니라 메뚜기에게서 먹이를 빼앗아 먹고, 누에에게서 옷을 빼앗아 입고, 벌을 막고 꿀을 따며, 심한 놈은 개미 새끼를 젖담아서 조상에게 바치니 잔인 무도한 것이 무엇이 너희보다 더 하겠느냐? 너희가 이(理)를 말하고 성(性)을 논할 적에 걸핏하면 하늘을 들먹이지만, 하늘의 소명(所命)으로 보자면 범이나 사람이나 다같이 만물 중의 하나이다. 천지가 만물을 낳은 인(仁)으로 논하자면 범과 메뚜기·누에·벌·개미 및 사람이 다같이 땅에서 길러지는 것으로 서로 해칠 수 없는 것이다. 그 선악을 분별해 보자면 벌과 개미의 집을 공공연히 노략질하는 것은 홀로 천지간의 거대한 도둑이 되지 않겠는가? 메뚜기와 누에의 밑천을 약탈하는 것은 홀로 인의(仁義)의 대적(大賊)이 아니겠는가? 범이 일찍이 표범을 안 잡아먹는 것은 동류를 차마 그럴 수 없어서이다. 그런데 범이 노루와 사슴을 잡아먹은 것이 사람이 노루와 사슴을 잡아먹은 것만큼 많지 않으며, 범이 사람을 잡아먹은 것이 사람이 서로 잡아먹은 것만큼 많지 않다. 지난해 관중(關中)이 크게 가물자 백성들이 서로 잡아먹은 것이 수만이었고, 전해에는 산동(山東)에 홍수가 나자 백성들이 서로 잡아먹은 것이 수만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서로 많이 잡아먹기로야 춘추(春秋) 시대 같은 때가 있었을까? 춘추 시대에 공덕을 세우기 위한 싸움이 열에 일곱이었고, 원수를 갚기 위한 싸움이 열에 셋이었는데, 그래서 흘린 피가 천 리에 물들었고, 버려진 시체가 백만이나 되었더니라. 범의 세계는 큰 물과 가뭄의 걱정을 모르기 때문에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원수도 공덕도 다 잊어버리기 때문에 누구를 미워하지 않으며, 운명을 알아서 따르기 때문에 무(巫)와 의(醫)의 간사에 속지 않고, 타고난 그대로 천성을 다하기 때문에 세속의 이해에 병들지 않으니, 이것이 곧 범이 예성(睿聖)한 것이다. 우리 몸의 얼룩 무늬 한 점만 엿보더라도 족히 문채(文彩)를 천하에 자랑할 수 있으며, 한 자 한 치의 칼날도 빌리지 않고 다만 발톱과 이빨의 날카로움을 가지고 무용(武勇)을 천하에 떨치고 있다. 종이(宗彛)와 유준( 尊)은 효(孝)를 천하에 넓힌 것이며, 하루 한 번 사냥을 해서 까마귀나 솔개·청마구리·개미 따위에게까지 대궁을 남겨 주니 그 인(仁)한 것이 이루 말할 수 없고, 굶주린 자를 잡아먹지 않고, 병든 자를 잡아먹지 않고, 상복(喪服) 입은 자를 잡아먹지 않으니 그 의로운 것이 이루 말할 수 없다. 불인(不仁)하기 짝이 없다, 너희들의 먹이를 얻는 것이여! 덫이나 함정을 놓는 것만으로도 오히려 모자라서 새 그물·노루 망(網)·큰 그물·고기 그물·수레 그물·삼태 그물 따위의 온갖 그물을 만들어 냈으니, 처음 그것을 만들어 낸 놈이야말로 세상에 가장 재앙을 끼친 자이다. 그 위에 또 가지각색의 창이며 칼 등속에다 화포(火砲)란 것이 있어서, 이것을 한번 터뜨리면 소리는 산을 무너뜨리고 천지에 불꽃을 쏟아 벼락치는 것보다 무섭다. 그래도 아직 잔학(殘虐)을 부린 것이 부족하여, 이에 부드러운 털을 쪽 빨아서 아교에 붙여 붓이라는 뾰족한 물건을 만들어 냈으니, 그 모양은 대추씨 같고 길이는 한 치도 못 되는 것이다. 이것을 오징어의 시커먼 물에 적셔서 종횡으로 치고 찔러 대는데, 구불텅한 것은 세모창 같고, 예리한 것은 칼날 같고, 두 갈래 길이 진 것은 가시창 같고, 곧은 것은 화살 같고, 팽팽한 것은 활 같아서, 이 병기(兵器)를 한번 휘두르면 온갖 귀신이 밤에 곡(哭)을 한다. 서로 잔혹하게 잡아먹기를 너희들보다 심히 하는 것이 어디 있겠느냐?" -호질(虎叱)에서


짝퉁 & 땜방 불금뮤직


인공지능과 좀비의 뮤직비디오
사이먼과 가펑클, 정성(靜聲)을 노래하다/Sound of Silence
타악기의 추억2/ Led Zeppelin의 존보넴에서 영남농악 그리고 수피댄스
Anita, 동조화(Synchronization)를 노래하다(In my little corner of the world)
하늘의 도는 반복됨을 즐긴다(天道好還)
별빛을 주제로 한 노래
야구 시청의 미학(味學)
90년대를 회상하며
19금인척 느끼honey 끈적honey 촉촉honey Song들
해철과 빌리, 원맨 아카펠라로 인생과 사랑을 읊조리다
꿈에 관하여 썰을 풀다
달을 보며 음악을 맛보다[관월미음(觀月味音)]
특별한 주제 없이 쓰다가 주제가 만들어지는 짝퉁 불금뮤직/ 그래서 사랑, 이별, 그리고 홀로 사는 인생
원곡만큼 아니 원곡보다 Remake-1/ 짝퉁 불금
찬바람이 불면(不眠) 쉬(she) 생각나는 노래
락커의 변신은 무죄
영화 속에서 댄스곡을 리메이크하다
이번에는 Animal Song으로 갑니다
40대 아재들의 추억의 댄스곡 소환 :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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