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의 마지막 날


라다크 여정에 기대 이상으로 만족했지만 기후가 협조적이지 못해서 살짝쿵 아쉽다. 현재 묵고 있는 빠루 게스트하우스(PALU guesthouse) 큰아들 스탠진에 의하면 작년 이시기 라다크는 몹시 더웠다고 한다. 그런데 올해는 이상하게도 너무 춥고 비가 많이 와서 정말 기후변화가 걱정된다고 말한다.

올해는 계묘(癸卯)년이다. 궁금해서 전통 기후학인 오운육기(五運六氣) 이론을 빌려 올해 기후 상황을 살펴보았다.

6개의 계(癸)년은 복명(伏明, 밝음의 기가 죽었음)의 해다. 이 해에는 화운(火運)이 불급하여 한기(寒氣)가 성행한다. 계묘년 전반의 특성과 나타나기 쉬운 병증

풀어 쓰자면 전반적으로 날씨가 추울 것인데 여름에는 많이 덥지 않고 겨울은 오히려 별로 춥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또 올해 유행하는 병의 특성을 인용하자면,

이때 병이 들면, 흉통이 있고 옆구리가 그득하며 가슴, 등, 어깨, 견갑, 양팔의 안쪽이 아프고 울모(鬱冒)가 되며, 심통이 있고 갑자기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계묘년 전반의 특성과 나타나기 쉬운 병증

그러고 보면 @zenzen25 님이 한 달여 동안 잦은 잔기침으로 옆구리 통증이 생겨 오랬동안 개고생하고 있던 게 이해된다. 다행히 지금은 나아진 것 같지만 그녀는 아픈데도 씩씩하고 유쾌하다. 칵테일을 말면서 마냥 행복해 하는 거 보면 어떤 병도 그녀를 막을 수 없을 것 같이 천진난만하고 으른스럽지만 귀엽다. @choonza 팀의 특별한 삶의 방식을 볼 때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구나 하고 자괴감에 빠진다. 그녀들의 노마딕 라이프 시작이 공교롭게도 내가 퇴사한 시기와 거의 겹친다. 그녀들이 호기심과 그까이 꺼의 당찬 마음가짐으로 전 세계를 휘젖고 다닌 15 여 년 동안 나는 방에만 틀어 밖혀 책만 보면서 지적 유희를 즐겼을 뿐이니 세상 참 모르고 살았다. 형님께서 간혹 나에게 사고가 많이 편협해 졌다고 질책하셨던 게 그녀들의 삶을 직접 체험하면서 비로소 이해 되었다. 그녀들은 (외모 빼고 그렇지만 정신적 외모는, 음... 그러고 보니 외모도) 참 아름답다. 인간은 홀로 살 수 없으니 다양하게 많은 사람을 만나봐야 한다.

한국에서도 요즈음 감기 걸리면 이런 증상이 많다고 한다. 이러한 전통 이론 의학이 현대 시대에도 적용되는 것을 보면 전통 기후학과 의학을 함께 고려하여 저술된 초창결을 꼭 살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정되었던 델리 항공편이 취소됨에 따라서 덤으로 일주일을 라다크에 머물게 되었는데 별이 쏟아지는 천문대가 있다는 한레(Hanle)에 갈수 있어서 내심 기대했다. 그러나 구름끼고 바람부는 날씨 때문에 이 기대마저도 뭉게 졌다. 고산 지역에서 별을 아주 많이 관찰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는데 다음 기회로 미루고 떠날 수 밖에 없다. 다만 내 스마트 폰이 최신형으로 망원경급 달 사진을 포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으니 그것으로 만족한다. 역시 사람은 젊은 사람들과 어울릴 수록 좋다.

라다크 달에 새겨져 있는 검은 토끼(癸卯)가 얄밉기만 하다.


라다크 여행 일지


쫄보의 지성 | 고산증 예습 | 고도의 향기(Scent of Altitude) | 별바라기 | 종자생현행(種子生現行) | 타라보살의 시험과 은총 | 룽타와 고도의 향기 콜라보레이션 | 라다크의 개그지들| 으르신 같은 영혼들 | 푹탈 곰파로 다가가는 길목에서 | 푹탈곰파는 아직 아니야 | 고산지대의 경고 | 관개 농법의 라다크 채소 농사 | 라다크에서 머피의 법칙이란? | 폐허 아닌 폐허 같은 | 라다크 농가의 낭만 | 생명 창발(Emergence)의 현장에서 | 그 많은 똥 더미를 누가 다 쌓았을까? | Shanti Stupa의 불상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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