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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머리가 몹시 아팠다. 감기인 것 같다. 그냥 오후 8시이후로 내리잤다. 나는 아픈 것 중에 두통이 제일로 무섭다. 14년 전에 나에게 찾아왔던 병력때문이기도 하고 어머님께서 2년전에 돌아가셨던 원인이 같은 이유였기 때문이다.
하긴,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이 내 마음대로 될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죽는다면 날카롭게 깨어있는 와중에 죽음을 관찰하면서 죽어가고 싶다. 티베트의 수도승들은 죽음의 과정을 매일 명상한다고 한다. 막상 죽음이 닥쳐왔을때 죽음에 대한 공포와 삶에 대한 집착과 미련 때문에 동요되지 않기위해서이다. 마지막까지의 삶에 있어서도 중요한 것이 반복학습일지도 모르겠다. 침착함을 잃지 않고 관찰함만이 허둥지둥하는 그 마음을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인데 그것은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다. 무의식적인 생활의 패턴화가 되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나도 죽음의 과정이 어떠할 것인지 학습하고 있다. 천성이 게으른 탓에 몸이 편안하면 또다시 죽음에 대한 생각이 흐릿해지긴 하지만, 그래서 인간은 간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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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과 죽음의 맥락이 비슷하긴 하다. 대개 우리가 꿈을 꾸었다고 하지만 그 꿈이란 것은 깨어있을 때 선명하게 기억을 남기고 있다기보다는 단편적인 의식의 잠상潛想으로서 잠깐씩 존재하다가 그냥 개꿈이려니하고 넘겨버리곤 한다. 앞뒤 줄거리가 없는 경우가 많다. 기억이 선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잠에 취해 비몽사몽非夢似夢, 꿈인듯 아닌듯 긴가민가하여 흐리멍텅하다. 윤회가 사실이라면 죽음의 경우도 그와 같을 것이다. 꿈없는 깊은 잠의 무의식 세계이거나 흐리멍텅한 전생의 기억 말이다.
하긴,
지금 생에서 죽음을 경험해보지 못했으니 죽음이 어떨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억지로 추측할 뿐이지 정확한 것도 아니다.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를 그냥 잠속의 꿈을 예로 들어 그러려니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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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고있는 동안 우리가 꾸었던 꿈을 기억한다는 것은 죽음 속 혹은 전생의 경험 기억 놀음일지도 모른다. 전생을 이번 생으로 한정짓는다면 사라져버린 어제도 단 1초 앞의 기억도 전생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매일 매일 죽고 살고 죽고 살고하면서 여러번 환생하는 것이다.
하긴,
불교 수행자들은 알아차림마음챙김, sati, 念, awareness, mindfulness을 아주 날카롭게 갈고 닦아서 현대 양자과학에서 실험해서 밝혀낸 ‘10-23초’ 동안 물질의 발생과 소멸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고 한다. 그게 가능할지는 내가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믿을 수도 없다. 다만, 관찰의 힘이 어디까지 갈수있을지 밀고 나아갈 뿐일 것이다. 아마 그 정도로 의식이 날카롭다면 시간이라는 개념조차 의미가 없을 것이다. 도를 가장한 사기꾼들의 허언인지는 확인해 보아야할 문제이지만 적어도 나는 불교 수행자들의 언급을 신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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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각몽Lucid dream, 꿈인데 내가 꿈인지를 알고 있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은 수면 중에서도 의식의 깨어있음이 명료하다는 것이다. 윤회라는 가설을 믿고 안믿고의 문제는 확인해 보아야 할 문제이겠지만, 적어도 자각몽이 숙달되어 있다면 막상 죽어갈때 죽음의 과정을 관찰하는 인식의 능력도 명료해질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남방불교의 마하시 사야도 스님께서는 죽어가는 동안에 제자들 앞에서 자신의 죽음 현상을 알아차림하면서 끝까지 설명해주면서 앉아서 돌아가셨다고 한다.
Mahasi Sayadaw (center) at the Insight Meditation Society
자각몽 연구가가 정의한 자각몽의 수준은 다음과 같다.
출처: Mapping Territories: A Phenomenology of Lucid Dream Reality
PRE-LUCID/개꿈: 꿈이 이상하다. 그러나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SUB-LUCID/감질맛 자각몽: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냥 꿈을 경험한다. 수동적이다. 예를 들어 수컷 피터의 경우 쭉쭉빵빵 암컷과 광란의 짝짓기를 즐긴다. 꿈인지 알지만 그냥 귀찮다. 아이 조아라. (대개는 꿈을 자각하는 순간 깨어난다)
SEMI-LUCID/아까비 자각몽: 꿈의 상황을 즐기되 여기서 나의 행동에 대하여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암컷상대의 외모를 바꿀 수도 있다. (완전 꿈에 탐닉질 지대로)
LUCID/자각몽: 꿈에 대한 인식력을 바탕으로 나에게 경험되는 꿈을 선택할 수 있다. 꿈에서 주어지는 환경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자각몽을 유지하기 위해서 의식의 깨어있음을 노력하는 단계이다. 자각몽은 쉽게 무너지기 때문이다. 마치 우리가 깨어있을때에 현재에대한 생각에 머물러 있지 못하고 과거나 미래의 생각에 왔다갔다하는 경우처럼)
FULLY-LUCID/완죤자각몽: 이젠 현실인지 꿈인지 헷갈릴 정도로 꿈이 너무나 실재적 상황과 똑같다. 여기서 내가 생각하는 대로 꿈속의 상황들이 연출되기까지 한다. 나는 꿈속 영화의 주인공이다.
SUPER-LUCID/캡숑 자각몽: 꿈속의 세계에서 나는 슈퍼맨이다. 나는 전지적 작가이다. 여기서부터는 물질과 의식의 구분이 무너진 무경계에 가깝다. 또 다른 차원의 현실로 들어가는 문이 될수도 있겠다. 물론,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나를 포함)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정신병자라고 하겠지만, (이단계에 이르러서 의식의 명료함이 극대화 되는 것 같다. 마음대로 꿈을 꾸고 마음대로 꿈에서 깨어날 수 있다면 자는 것이나 깨어있는 것이나 자각하는 상태가 변함이 없는 그러한 항상 깨어있음의 상태를 유지할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죽음의 과정을 면밀히 관찰할수 있는 단계가 이지점이 아닐까? 이를 수행 전문용어로 주시자 혹은 보는 마음이라고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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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각몽을 연습하는 이유는 자나깨나 깨어있기 위함이다. 왜냐하면 나는 깨어있는 시간에도 내가 무엇을 하는지 모를 정도로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생각 집착이 대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다시말해서 잡생각이 많은 인간종자이다. 그리고 내가 지금하고 있는 현재에 온전하게 몰입하지 못하는 이유는 내 의식이 그만큼 탐욕, 성냄, 어리석음으로 물들어 깨끗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ps1. 표절 시비로 갑론을박 했던 꿈에 관한 가요 두 개를 덧붙여 두었다.
ps2. 무량광님(@eternalight), 고마워요. 짝퉁 불금을 땜방해 주어서요.
이범용 & 한명훈 - 꿈의 대화 (Talk Of Dreams) (1980)
짝퉁 & 땜방 불금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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