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다크 여훈(餘薰)


@roundyround 말이 맞을 지도 모른다. 물론 며칠 더 지나 봐야 안다. 나의 청소년 시기는 주일 학교 여름 캠프였다. 내 머리 속에서 단 한순간도 사라지지 않을 정도로 짝사랑하는 그애도 같은 캠프에 참가하니 오다가다 슬쩍슬쩍 안 들키게끔 그애를 바라보거나 재수 좋게 프로그램에서 그애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잔잔한 여훈이 남아서 캠프가 끝난 후 한참 동안 그애 얼굴과 행동을 어떻게든 나와 연관 지어가면서 달콤한 확증 편향에 빠져 꽁냥꽁냥 상상하던 그런 마음의 작용이랄까?

그렇지만 그 시절을 함께 했던 사람들과 공유되는 기억 혹은 징표가 존재 해야만 언제나 소환될 수 있는, 그러나 어떤 사람에게는, 라다크 숙소 정문에 들어설 때 사목(死木) 기둥에 장식처럼 달려 있어 그 놈 야크가 살던 시절이 대체 있었는지 살피지도 않게 하는, 그저 장식품 혹은 화석 같은, 아무도 관심 같지 않는, 무정(無情)한 사물이 되어 그렇게 사라져 버리고 마는, 그런 누구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모르는 그런 것이 되어질 것이다.

집 앞 현관에 도착하기까지 거의 하루가 걸렸다. 여러가지 성가신 일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내 방에서 이렇게 타이핑을 하고 있다. 비록 3주의 라다크 생활이었지만 꿈결같다.


꿈 결 같은 세상


라다크 여행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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