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메스의 심야독백] "언제까지나 우리 이대로..." - 좋아하는 밴드와 세월 속을 함께 걸어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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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2006년에 데뷔했습니다. 저도 그 즈음에 '교사'로 데뷔했죠. 그때까지 "마음 속 가시"처럼 잊을만 하면 심장 한 구석을 콕콕 찔러대던, "아이들과 함께하고픈 꿈"이 대안학교의 "시간제 교사"로 실현되기 시작한 해였습니다.

그 즈음 저는 "책"에 대한 로망에 이끌려 대학 졸업 후 어렵사리 얻은 기자 일을 그만둔 후, 힘겨운 1인 2역(보잘것없는 쌈지돈으로 "맨땅에 헤딩하듯" 무모하게 시작한 출판사 운영과 "하고 싶어서 하지만 돈이랑은 인연이 있을 수 없는" 인문사회과학 번역가 일)을 터벅터벅 감당해 내고 있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출판계 인사들이 모여 세운 어느 대안학교에서 영어와 철학을 가르쳐 달라는 제안이 있었죠. 1인 3역에 대한 부담으로 고민했지만 여왕님의 한 마디가 컸습니다. "하고 싶은 건 하면서 살아요."

그들도 비슷했겠죠. 생계와 "삶의 건강성"을 유지하기 위해 평일 낮에는 택배 기사로 열심히 뛰고, 주말 밤에는 무대 위를 열심히 뛰어다녔으니까...

"하고 싶은 건 하면서" 살기 위해, 우리나라에선 "돈이랑 도통 상관없는" 그 놈의 "록"을 하기 위해...

저의 청년시절인 90년대는 사회주의의 죽음, 저항정신의 죽음, 젊은이들의 죽음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제 눈앞에서 강경대가 죽었고 제 발 아래에서 김귀정이 죽었습니다. 70년대의 화신 김지하가 우리 90년대에게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우라"고 일갈했을 때, 저는 사랑하던 그의 시 "별빛 마저 보이지 않네"를 마지막으로 읽고 한 줌의 재로 날려 보냈습니다. 그의 알량한 "저항정신"과 함께...

그리고 그 빈 자리를 채운 것은 "Lead or Leave(주도할 수 없다면 떠나라)!" 바로 "인디정신"이었습니다. 자본과 권력에 기대지 않고 "머신"의 일부가 되기를 거부하는... 땀내 나는 넝마를 걸칠지언정, 돈 냄새, 권력의 냄새로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오염시키지는 않겠다는 결단...

이전 세대의 "강철같은 이성"이 아닌, "여리디 여린 감수성"에 기반한...

하지만 이후의 세월 동안 죽음은 그 여린 감성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습니다. 커트 코베인의 자살... 그리고 8년 후 레인 스테일리의 죽음, 그리고 작년 크리스 코넬의 자살까지... 그러고 보니 90년대의 제 일기장을 채웠던 '인디정신의 화신'들은 거의 다 사라져 버린 듯하네요...

저와 마찬가지로 갤럭시익스프레스의 리더인 이주현도 어느덧 40대입니다. 인디 1세대 출신으로서, 2000년대 2세대 인디의 선봉 역할을 해오는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죠. 한국대중음악상 수상이라는 영예로운 순간이, 북미 투어라는 아름다운 추억이, 대마초 파동과 구속이라는 추락이 있었고...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을 너무나 사랑하여 온 몸을 바쳐 바람막이가 되어주었던 기명신의 죽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지금, 그와 그의 두 동료들은 무대 위에 서 있습니다. 한동안 그들을 감싸고 있던 우울의 기운을 걷어내고 어느때보다 즐겁고 어느때보다 열정적이고 어느때보다 짙은 땀내를 발산하며...

그리고 저 또한 그 자리 그대로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변신, 변심, 변절, 심지어 죽음으로 주위를 떠났지만, 그러는 가운데 또 한 번의 감성적 결단(Lead or Leave!)으로 이제는 조그만 독립학교의 "리더"가 되어 있지만... 때로는 "리더"의 자리가 외롭고, "인디"의 무게가 버겁지만 여전히 저는 교단 위가 즐겁고 앞으로도 그러할 겁니다...

그래서 그들이 무대에 서면 여왕님과 저는 만나러 갑니다. 그리고 함께 뛰고 춤추고 노래합니다.

우리가 살아있음을...
우리 모두 지금 꽤나 잘 살고 있음을...
우리 함께 세월 속을 함께 걸어가고 있음을
앞으로도 이렇게, 언제까지나 이렇게,
잘 살아갈 것임을, 함께 걸어갈 것임을...


p.s. 오늘도 새벽 감성이 도져서, 오버 만발의 심야 독백을 늘어놓은 데다가 여왕님 몰래 헤드폰을 끼고 기타까지 들었네요. 이게 뭐 하는 짓인지... ㅋㅋ 내일 낮에 다시 읽으면 손가락 발가락이 오그라들겠죠? ^^ 저도 이제 잠자리에 들어야겠습니다. 지금 깨어 있는, 혹은 잠들어 있는 모든 분들, 이 밤이 평화로우시기를...


언제까지나

언제나 꿈이 덜 깬 것처럼
사는 게 사는 것 같진 않아
언제나 술이 덜 깬 것처럼
갈증은 멈춰지지가 않아

천천히 너를 느껴봐
언제나 한순간이야

어제를 안타까워 하지마 알잖아 바꿀 순 없을 거야
내일을 두려워하지는 마 오늘을 마지막같이 살아

천천히 너를 느껴봐
언제나 한순간이야
다른 결정적인 순간은 없어
이순간이 내겐 전부일 뿐이야.

언제까지나 우리 이대로
언제까지나 지금 이대로
우연처럼 다가오는 많은 순간을
운명으로 만들어 가는 거야

천천히 너를 느껴봐
언제나 한순간이야
다른 결정적인 순간은 없어
이순간이 내겐 전부일 뿐이야.

언제까지나 우리 이대로
언제까지나 지금 이대로
우연처럼 다가오는 많은 순간을
운명으로 만들어 가는 거야

언제까지나 우리 이대로
언제까지나 지금 이대로
꿈결처럼 스쳐 보낸 많은 날들을
운명으로 만들어 갈 거야

언제까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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