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BN: 9788932030982
“조르바는 내게 삶을 사랑하는 법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내가 새삼 이 작품을 새로이 번역하려고 마음먹은 까닭은 평생 그리스학을 전공한 언어학자로서 이 명작을 한국의 독자들에게 보다 더 정확하게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스인 조르바 그리스어 직역본이 몇 달전 출간 되었습니다.
오늘은 그 세번째 이야기입니다.
- 니코스 찻잔차키스와 조르바
- 새 번역 그리스인 조르바
- 조르바의 자유
- 정신을 만드는 포도주
- 조국, 하나님 1) 조국에서 벗어남 2) 유혹에서 벗어남
- 지금 여기
- 니체와 카잔차키스
● 참고서적
먹고,마시고,놀고 그리고 love, sex, 가족 등, 이런 유혹을 떨쳐버리고 무언가에 헌신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한 때, 어느 정도 신앙이나 이념에 몰입하여 자신의 전부를 투신하는 것은 달콤하고 흥분되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 것에 전 생애를 온전히 바치고 다른 데 눈길 돌리지 않는 삶이란 무엇일까요. 누군가는 그 삶을 숭고하다고 존경하겠지만, 그 신이나 이념이 당신이 들어보지도 못한 냥이신이나 폐기된 공산주의라도 존경심을 유지하시겠습니까?
조르바는 그런 유혹을 떨쳐버리고 ‘자유’를 얻는 방법을 간단하게 제시합니다.
5. 조국, 하나님
책이 쓰여 졌을 20세기 초, 2차대전 막바지의 세계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인생의 중요한 점, ‘지금여기, 육체의 진리’의 대척점에서 사람들을 현혹하는 것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부정되어야 할 이성적 덫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애국심’, ‘공산주의’, ‘하나님’, ‘알라’ 라는 이름 뒤에 숨은 속임수일 것이다. 위험한 덫이다.
1) 조국에서 벗어남
그 설명되지 않는 절대적 헌신의 요구에 대한 의심은 화자가 친구와 조국을 위해 무언가를 하러 가던 폰투스 역의 1시간 동안의 연인들과의 이별 장면에서 기억된다.
그 절망적 악수를 ....소녀는 입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몸은 떨고 있었지.
그때 내가 너에게 “그리스와 의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거지?”라고 물었지. 그때 너는 이렇게 답했지.
“아무 의미가 없지. 하지만 아무것도 아닌 그것들을 위해 우리는 기꺼이 목숨을 바칠거야”p 170
조국을 위해 싸운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조르바는 “어리석은 짓, 바보같은 짓, 설익은 짓거리”라 말하며 다 잊어먹은 바보짓을 들추지 말라고 부탁한다.
그의 몸은소피아 성당장식과 부적과 십자 사슬 장식으로 가득 도배한 제복을 입고 조국 독립을 위해 싸우다 얻은 상처들로 가득하다. 그는 그 조국 독립을 위해 전쟁을 한 “부끄러운 일” 로부터 벗어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악질 불가리아 신부 놈을 살해한 후 그 마을에서 발견한 살해당한 신부의 어린 고아들을 발견하고는 탄띠에 보관한 터키 금과를 모두 주고는 ‘조국으로부터 벗어났다’고 말한다.
한 때는 이놈은 터키놈, 저놈은 불가리아 놈 하고 구분했죠. 대장 난 조국을 위해서라면 소름 끼칠 정도로 못된 짓을 저질렀다우. 멱을 따고, 약탈하고, 불태우고, 강간하고, 온 가족을 몰살하고.... 왜? 불가리아 놈이고 터키 놈 이니까죠.
난 자주 '이 악당 놈아, 나가 뒈져버려라! 이 바보 얼간아, 나가 뒈져버리라고!' 하고 나 자신에게 말하면서 저주를 퍼부었죠.
하지만 대장, 이제는 나도 생각을 좀 하고 사람을 보죠.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이고 저 사람은 나쁜 놈이다. 불가리아인가 그리스인인가 하는 게 문젭니까? 이제 내게는 다 똑같아요. 이제는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인가 아닌가만 묻죠.
그리고 정말이지 나이를 먹을수록, 밥을 더 많이 먹을수록, 난 점점 더 아무것도 묻지 않게 됩니다. 보세요, 좋은 놈, 나쁜 놈이란 구분도 잘 맞질 않아요.
난 모든 사람이 불쌍할 뿐이에요.
사람을 보면, 비록 내가 잘 자고 마음에 아무런 시름이 없어도,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아요.
누구든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두려워하고,
그리고 자신만의 하느님과 악마를 모시다가 뒈지면 땅에 쭉 뻗고 누울 거고,
그러면 구더기들이 그 살들을 파먹을 거고 ……
아, 불쌍한 인생! 우리는 모두 형제들이에요 ……
구더기 밥인 고깃덩어리들이라고요! "
- 전편에 이야기 했지만 우리역사를 돌아봐도 6,25 와중에 공산당과 서북청년회의 반추할 줄 모르는 무도한 자들의 폭력은 잔인했다. 우리의 문제는 북한은 물론, 남쪽에도 그러한 반인적 행동들을 여전히‘이념’이라는 편 가르기 뒤에 숨어 반성하지 않는 존재로 사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너’는 적이므로 너에 대한‘우리’의 모든 악행이 정의라는 단순함. 군부독재시절 이 국가의 지도자들은 그런 반성할 줄 모르는 정신적 자폐 상태를 조장하고 이용해 왔다. 심지어 아직도 그런 굳은 이성을 이용하려는 인간들이 있다. 비판할 줄 모르는 정신이란 부끄러운 일이다.
“조국으로부터 벗어나고, 신부들로부터 벗어나고, 돈으로부터 벗어나고, 탈탈 먼지를 털었죠. 그리고 가벼워집니다. 난 자유로워지고, 사람이 돼 갑니다 ” p 393
조국이란게 있는 한 사람은 야수로 남아있기 마련이죠.
2) 유혹에서 벗어남
수도원의 수도승들의 내면이 속세의 유혹을 끊지 못해 오히려 가득해져서 애쓰는 모습들을 비웃는다.
“나가들 뒈져라!” “그놈들 모두 마음속에 악마 한 놈씩 모시고 있구만. 한 놈은 여자악마를 한 놈은 절인 대구를, 한 놈은 돈을, 한 놈은 신문을...... 에잇 바보같은 놈들! 속세로 내려와서 마음껏 즐기고 마음을 깨끗하게 할 것이지 에잇 빌어먹을 놈들!” p 342
조르바는 어렸을 때 체리의 맛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돈을 훔쳐 체리를 물리도록 먹고, “모조리 다 토하도록” 먹고 나서야 자유로운 인간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렇게 술과 담배와 여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한다.
“인간이 욕망에서 벗어나는 길은 이것 뿐입니다.”
나는 우물 속에 뛰어 들 뻔 했다. 어른이 되어서도 나는 ‘영원’ 이란 말 속에 뛰어들려는 위험에 빠지곤 한다. 에로스, 희망, 조국, 하나님과 같은 말들도 나를 마찬가지로 나를 위험에 빠뜨린다. 해나다 나는 그런 위험에서 겨우 벗어나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느낀다.p 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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