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원전번역본] 발췌 요약 비교4 -마지막

몇달전 출간된 그리스인 조르바 그리스어 직역본소개 오늘은 그 마지막 네번째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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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직역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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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88932030982
“조르바는 내게 삶을 사랑하는 법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내가 새삼 이 작품을 새로이 번역하려고 마음먹은 까닭은 평생 그리스학을 전공한 언어학자로서 이 명작을 한국의 독자들에게 보다 더 정확하게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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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채화 by @raah

  1. 니코스 찻잔차키스와 조르바
  2. 새 번역 그리스인 조르바
  3. 조르바의 자유
  4. 정신을 만드는 포도주
  5. 조국, 하나님 1) 조국에서 벗어남 2) 유혹에서 벗어남
  6. 지금 여기
  7. 니체와 카잔차키스
    ● 참고서적

모든 구속과 얽매임을 떨쳐버리고 ‘자유’롭게 지금 여기서 자기의 춤을 추라

6. 지금 여기

두루미들의 울음소리를 듣는 순간, 나의 내면 깊은 곳에서는
누구에게나 인생은 영원함 속에서 한번 훌쩍 지나가면 다시는 주어지지 않는 단 한 번뿐인 기회이니, 바로 이순간 삶에서 즐길 수 있는 모든 것을 마음껏 누리라는 끔찍한 경고가 메아리 쳤다. 그토록 무자비한- 동시에 자비로 가득찬- 이 메시지를 듣는 영혼은 자신의 초라함과 무기력함을 이기리라고, 자신의 게으름과 터무니 없는 미망을 이겨내리라고 그리고 영원히 사라져 가는 순간들을 최대한 누리리라고 결심한다.

우리의 기억속에 위해한 원형이 떠올라 우리가 얼마나 초라하고, 삶을 덧없는 쾌락과 사소한 걱정과 경박한 대화로 낭비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p 298

조르바의 답은 더 단순명쾌하다. 우리영혼은 동물의 영혼이다.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새로운 길, 새로운 계획.
난 지나간 일 따위는 생각하지 않아요. 미래의 일도 신경 쓰지 않지요.
지금, 바로 이 순간, 바로 그것만 신경 씁니다.
난 스스로 이렇게 묻죠.
'조르바, 넌 지금 뭘 하고 있는 게냐? 잔다. 그럼 잘 자라!
조르바, 지금 뭘 하고 있는 거냐? 일한다. 그럼 열심히 일해라!
조르바, 지금 뭘 하고 있는 거냐? 여자를 껴안고 있다. 그럼 그 여자를 꼭 껴안아라!
그리고 모든 걸 다 잊어버려라,
이 세상에는 그녀와 너 이외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신나게 즐겨라!" p 473
자기 내면에 행복을 가지지 못한 자는 불쌍하도다
남들의 호감을 바라는 자는 불쌍하도다.
어두워져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책을 덮고 바다를 바라보았다.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부처와 하나님, 조국, 사상에서 벗어나야해. 만약 벗어나지 못하면 나는 부처와 하나님, 조국, 사상에 치여 불쌍한 존재로 전락하고 말거야’321

이성적 사람이 정신이란 놈을 놓아 버리기는 쉽지 않다.

"아뇨, 대장! 대장은 자유롭지 않수다.
대장이 매여 있는 줄은 다른 사람들 것보다 조금 더 길기는 하지만 그뿐이오.
대장, 대장은 조금 긴 끈을 갖고 있고 왔다 갔다 하면서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만
그 끈을 잘라내지는 못했수다.
만약 그 끈을 잘라내지 못하면 ……"

구석구석 옛 번역과 비교해 보면 의미가 명확해짐을 느낄 겁니다.: 당신을 묶고 있는 줄이 딴 사람들을 묶고 있는 줄보다 더 길지는 않을 거요. 그것뿐이 오. 당신도 긴 줄에 묶여 있어요, 대장. 왔다 갔다 하면서 자유롭다고 생각하지요. 줄은 절대로 못 끊지요 . 그런데 사람이 줄을 끊지 못하면.......

"대장, 그건 어렵수다. 아주 어려워요.
미쳐야 한단 말요. 모든 걸 걸어야 해요!
당신은 머리가 있어 그게 대장을 갉아먹고 있죠. 정신이란 식품점 주인 같은 거요. 장부를 끼고서 얼마 들어왔고 얼마 나갔고 이건 이득이고, 저건 손해고, 일일이 기입하죠. .... 그 끊을 자르지 않으면 대장 인생에 뭐가 있겠수? 케모마일 차정도? 세상을 뒤엎을 럼주는 절대 아니죠. p 521

이성의 줄을 완전히 끊을 수 없는 주인공은 스스로 얻지 못한 깨달음을 모든 것을 잃으면서 비로소 체험하게 된다.

나는 모든 것을 잃었다.
돈, 사람, 고가 레일, 수레를 모두 잃었다.
우리는 조그만 항구를 만들었지만 수출할 물건이 없었다.
깡그리 날아가 버린 것이다.
그렇다.
내가 뜻밖의 해방감을 맛본 것은 정확하게 모든 것이 끝난 순간이었다.

어떤 이들은 하느님이라고 하고, 다른 이들은 악마라고 부르는,
보이지 않는 전지전능한 적이 우리를 쓰러뜨리려고 덤벼들지만
우리는 물러나지 않고 꼿꼿이 서서 저항하는 것과 같다.
그리하여 겉으로는 힘에 굴복한 패배자처럼 보이지만 내면적으로는 승리자가 될 때마다,
진정한 사나이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긍지와 기쁨을 느낀다.
그리고 외면적인 불행은, 보다 더 드높고 여간해서는 맛볼 수 없는 행복으로 승화된다 p 506

조르바는 그 답게 풀쩍 일어나 창틀에 손톱을 박아 넣고 선 채로 웃으며 죽는다.

7. 니체와 카잔차키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생애에서 니체를 만나고, 조르바를 만난 것은 카잔차키스에게 중요한 성장점이다. 『영혼의 자서전』에서 그는 “니체는 새로운 고뇌로 나를 살찌게 했고, 불운과 괴로움과 불확실성을 자부심으로 바꾸도록 가르쳤”다고 쓰고 있다.
카잔차키스는 그의 운명적 친구로서 니체의 사상이 뿌리이기도 했다고 말한다. “그의 사상은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의기양양하게 울려 퍼지는 찬가 같은 디오니소스의 춤이었다.”고 말한다. 카잔차키스의 니체는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조르바는 우리를 묶고 있는 족쇄를 잘라낼 수 있는 광기의 힘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는 광기의 춤을 통해 격정과, 체계 전체를 자극하고 고조시키며 증오를 사랑으로, 슬픔을 생의 찬가로 바꾸며, 대립하는 것들이 하나임을 증명한다.

러셀은 모든 독단적 도덕을 세계의 해악으로 규정한 바 있다. 조르바의 사상과 일치한다.
[나는 무엇을 보았는가.] 서문에서

지금 이 세계에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온정과 너그러움이고 세계에 가장 큰 해악을 끼치는 것은 대다수인류를 부도덕하다고 규탄하는 가혹하고 독단적인 도덕이다

러셀은 생을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관조와 통찰이라고 주장한다.

필요한 것은 이것이냐 저것이냐 하는 특정한 정보가 아니라 전체의 시각에서 본 인생의 목적에 관한 지식이라 할 수 있다 . 이러한 지식은 인간 특유의 것에 대한 일종의 자부심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이해하고 아는 힘, 도량 있게 느끼는 힘, 올바르게 사고하는 힘을 키워준다 . 비개인적인 감정과 결합된 폭넓은 인식으로부터 비로소 지혜가 솟아나오는 것이다 .
우리가 삶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물론 ‘유용한’지식이 필요하다 . 하지만 그것은 악을 피하고 비현실적인 해결책을 받아들이지 않는 자세만을 포함한다 . 하지만 ‘무용한’지식에는 그 악을 이해하고, 치유가 가능하다면 치유책을 찾고 불가능하다면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되 그것을 벗어난 다른 영역에 놓인 심연들에는 무엇이 놓여 있나 되돌아봄으로써 그것을 참고 살만한 것으로 만드는 일이 포함된다 . 실용을 향해서만 달려가는 세계는 가는 곳을 알지 못하므로 낭패를 당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멈춰서서 한가하게, 게으르게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실용이 아닌 통찰과 관조의 시간을 향유해야 한다. - 게으름에 대한 찬양. 러셀

자신의 춤을 추는 조르바는 자기 자신을 믿고 자기 삶을 산다. 조르바가 자기 자신만 믿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을 불신하다는 뜻이 아니라 도덕이나 이데올로기에 기대 판단하고 요구하고 질책하는 그 규범의 체계에 기대 쉽고 답답하게 사는 방법을 취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세상의 질서가 아닌 스스로의 감각으로 자기 세상을 일군 조르바는 사회제도의 구속에서 자유로운 인간이다.

조르바는 영원한 자기창조와 영원한 자기파괴를 반복하는 디오니소스이며 선악의 저편에 있는 차라투스트라다. “나는 춤을 출줄 아는 신만을 믿으리라.”라는 차라투스트라의 말처럼 조르바는 자기 춤을 추는 자이고, 자신을 믿는 자다.

  • 참고서적
    『그리스인 조르바』카잔차키스(이윤기 번역)
    『그리스인 조르바』카잔차키스(유재원 번역)
    『영혼의 자서전』카잔차키스
    『게으름에 대한 찬양』러셀
    [나는 무엇을 보았는가.]러셀

@raah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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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팅을 강요하는 소녀 이미지는@cheongpyeongyull 님이 그려주신 작품입니다.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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