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owers are the genitals of plants.
채식주의자 서평: 식물성과 여성성
몇년전 한강의 이 소설이 문하계의 노벨상에 견주는 맨부커상에 당선되면서 핫 이슈가 되었었지요.
좀 지나긴 했지만 그 때의 감동을 느껴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여러 번에 걸쳐 포스팅하겠습니다. ^^
최근에 시사in 의 환경오염에 대한 기사에서 육식이 환경에 미치는 심각성을 숫자적으로 접하고 "내돈주고는 소, 돼지고기 안 사먹는다."는 소극적 채식주의를 택한 기념입니다. ^^
"How dare you"지구온난화...지구를 살리는 대체육 요리 Beyond Meat, Vegetable Meat
[book]프라스틱 없는 삶, 우리는 프라스틱 없이 살기로했다. [AAA]플라스틱행성
채식주의자 전체내용
- 한강 소설의 식물과 음식
- [채식주의자]
- 채식주의자가 됨
- [몽고반점]
- 관능의 생명력
- [나무불꽃]
- 식물의 존재성-거식
<참고문헌>
- 한강 소설의 植物과 음식
한강의 채식주의자(2007)는 세 편의 연작단편, 「채식주의자」와 「몽고반점」, 그리고 「나무 불꽃」 으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소설을 관통하는 주요 모티프는 ‘채식’이다.
특별할 것도 없고 아무렇지도 않은 ‘조용한’ 한 여자가 어느 날 갑자기 육식을 거부한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식물과 같은 존재가 된다.
그것은 가족과, 형제, 모든 사회 시스템으로부터의 잔인한 추방으로 이어진다. 이 사건을 남편(「채식주의자」)과 형부(「몽고반점」), 그리고 언니(「나무 불꽃」)의 각기 다른 시점을 통해 한 채식주의자가 배척받고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재조명하는 것이 이 소설의 구조이다.
모두가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는 현실의 평범함 속에 담긴, 잔인함과 편견과, 폭력을 견딜 수 없어 죽음을 향해 서서 기다리는 한 여자, 식물이 되어 자기 속의 ‘동물’을 죽이는 과정을 그리는 것이 ‘채식주의자’라면 유일하게 그 아픔을 공감하고 그 ‘식물의 여성성’, 그 근원적 섹슈얼리즘의 생명성에 뛰어들어 함께 결합해 버리는 이야기가 ‘몽고반점’이다.
[나무불꽃]은 그 모든 현상을 관망한 가장 현실순응적인 언니의 시선이 느끼고 깨달은 충격과, 배신감, 그리고 무언가 알 수 없는 흔들림이다. 저자가 자신의 감수성을 활자화해서 그것을 통해 흔들어 보고 싶다고 소리 지르는 세상과 그들에게 가득한 편견에 대한 외침이다.
‘식물’ 혹은 ‘음식’ 모티프는 한강 소설의 주된 장치들이다.
아내가 아파트 베란다에서 점점 식물로 변하여 그 아내를 화분에서 기르는 이야기,
[내 여자의 열매(2000)]는 진정 이 소설의 전신이다.
화분에 담긴 그녀를 돌보며 살아가는
독특한 설정은 ‘식물’과 ‘여성’을 식물성의 생명력을 변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후 .[채식주의자].의 식물 세계를 예언하고 있다. [바람이 분다, 가라.(2010)]에서도 같은 모티브를 찾을 수 있다.
- [채식주의자]
채식주의자의 가장 큰 테마는 성취중심적인 이 현대사회를 사냥과 살육, 그 동물을 먹는 육식사회 및 가부장적 남성중심 사회와 결부시키는 것이다.
육식,남성과 대비하여 그저 가만히 존재하면서 대지를 기르는 품이 되다가 사라져가는 식물성을 여성의 모성적 이미지와 결부시키며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래서 채식을 하는 영혜는 특별한 매력이 없다. 누구의 눈에도 자극을 주지 않는다는 것은 피해도 주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아내는 본래 조용히 존재하는 ‘나무’같은 존재이다.
식물처럼 순수한 감수성을 가진 주인공의 ‘꿈’을 통해 식용동물을 살해할 때의 모습을 의인화하여 그 끔찍함을 극대화 한다. 육식과 채식, 남성성과 여성성을 대비시키며 남성중심 사회에서 상처받는 모성적 생명성을 강조한다.
누군가의 목을 자를 때, 끝까지 잘리지 않아 덜렁거리는 머리채를 잡고, 마저 칼질을 할 때, 미끌 미끌한 안구를 손바닥에 올려 놓을 때,
그러나 깨어날 때. 생시에, 뒤뚱거리며 내 앞을 지나가는 비둘기를 죽이고 싶을 때, 오래 지켜보았던 이웃집 고양이를 목 조르고 싶을 때... 다른 사람이 내 안에서 솟아올라 나를 먹어버린 때, 그때 ......
내가 믿는 건 가슴뿐이야. 난 내 젖가슴이 좋아.
젖가슴으론 아무것도 죽일 수 없으니까. p 43
탕수육을 뱉어냈다. 짐승같은 비명이 터졌다. 아내는 과도를 집어들었다. “여 영혜야” 장모의 끊어질 듯한 음성이 살벌한 정적위에 떨리는 금을 그었다. 아이들이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이를 악문 채, 자신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을 하나씩 응시하다가 아내는 칼을 치켜들었다. ... 아내의 손목에서 분수처럼 피가 솟구쳤다. p 51
‘음식’ 모티프도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그대의 차가운 손]은 음식을 통한 여성적 정체성의 구축과정을 주요 플롯으로 하고 있다. 소설 속 중심인물 L은 의붓아버지에 의한 강간의 기억을 과도한 폭식에 의존해 지우려 한다. 폭식은 그녀가 선택한 세상을 향한 분노의 무기이다. 또 다른 의 주인공 E의 이야기도 그리 다르지 않다. 푸줏간 주인의 딸이라는 출생 콤플렉스와 육손이라는 트라우마로 인한 반대 급부로 그녀의 투명하고 맑은 음식, 즉 채식을 택한다. [바람이 분다, 가라]의 여성은 세상에 대한 혐오와 분노로 거식과 구토를 반복한다.
한강 소설의 여성 인물들은 다양한 ‘식이장애’를 통해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을 획득한다.
이번 소설 [채식주의자]의 뛰어난 점은 그 ‘음식, 즉 채식’ 이 식물로 변주되고, 이어 식물의 생명력이 여성성과 함께 스스로를 주장한다는 것이다. 채식 모티프가 육식 문화로 대변되는 남성적 질서를 넘어서고자 하는 저항적 움직임을 함축하고 있음과 동시에 영적 생명력에 가까운 여성적 에너지의 근원적 힘을 환기시키는 육체언어의 발화에 해당된다. 채식주의자는 생태학적 기호로 발화되는 여성의 욕망이 어떻게 남성 공동체 내에서 규제되고 소멸되는지 그 ‘규율의 과정’을 보여준다. 한강 소설에 나타나는 ‘채식’의 의미.문학과 환경. 신수정. 2010
- 채식주의자가 됨
오늘날 생태윤리학은 현대의 대량 사육 체계를 비판하며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 통증, 공포를 주는 것을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구승회, 「생태윤리학: 인간윤리학에서 자연윤리학으로」, 에코필로소피, 새길,
1995, 59~102 p.
채식은 “일종의 불매 운동(boycott)을 벌이는 것” P. Singer, 김성한 옮김, 동물해방, 인간사랑, 1999, 280 p.
과 같은 실천적인 행보다. 고기와 동물 농장의 다른 제품들을 소비하는 우리는 사실상 공장 식 영농의 존속과 번영과, 사육되는 동물들에게 자행되는 모든 잔혹 행위들에 대해서도 기여하고 있는 것이 된다.
채식주의자가 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가 재생산해내고 있는 기본 관념들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것을 바로 잡으며 우리 자신의 근원적인 상태로 돌아가려는 실천적 움직임이다. 그것은 자연과 여성, 동물 등 현대가 배제하고 억압해온 영역들의 자지 주장을 대변하는 [타자의 윤리학]이다.
그녀가 채식을 하게 되는 일차적 계기는 꿈 때문이다. 꿈은 누군가가 누군가를 죽이고 또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하는 장면으로 가득하다. 흙삽을 내리치는 둔중한 울림소리, 죽은 자의 몸에서 피가 낭자하게 흐르는 이 꿈은 살생의 끔찍함을 남긴다.
영혜는 이 꿈을 꾼 뒤 채식주의자가 된다. 채식은 죽고 죽이는 살생의 반복에서 벗어날 수 있는유일한 대안이다. 그것은 오래 전 어린 시절 자신의 다리를 문 개를 맛있게 먹어 치운 죄의식을 벗어던지게 해주는 세례 의식이자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을 수밖에 없는 적대적 사회 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이기도 하다.
다시 꿈을 꿨어.
누군가가 사람을 죽여서, 다른 누군가가 그걸 감 p같이 숨겨줬는데, 깨는 순간 잊었어. 죽인 사람이 난지, 아니면 살해된 p인지, 죽인 사람이 나라면, 내 손에 죽은 사람이 누군지, 혹 당신일까. 아주 가까운 사람이었는데. 아니면, 당신이 날 죽였던가……(36 p)
아버지는 녀석을 나무에 매달아 불에 그슬리면서 두들겨패지 않을 거라고 했어. 달리다 죽은 개가 더 부드럽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대. 오토바이의 시동이 걸리고, 아버지는 달리기 시작해. 개도 함께 달려. 동네를 두 바퀴, 세 바퀴, 같은 길로 돌아. 나는 꼼짝 않고 문간에 서서 점점 지쳐가는, 헐떡이며 눈을 희번덕이는 흰둥이를 보고 있어. 번쩍이는 녀석의 눈과 마주칠 때마다 난 더울 눈을 부릅떠. 나쁜 놈의 개, 나를 물어?
그날 저녁 우리 집에선 잔치가 벌어졌어. 아저씨들이 다 모였어. 개에 물린 상처가 나으려면 먹어야 한다는 말에 나도 한입을 떠 넣었지. 아니, 사실은 밥을 말아 한 그릇을 다 먹었어. 들깨냄새가 다 덮지 못한 누린내가 코를 찔렀어. 국밥 위로 어른거리던 눈, 녀석이 달리며, 거품 섞인 피를 토하며 나를 보던 두 눈을 기억해. 아무렇지도 않더군.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어. (53 p)
자신의 다리를 문 개를 처벌하는 방식은 그것의 고기를 먹는 것이다. ‘아버지’와 ‘아저씨’들의 원칙은 어디선가 덮쳐오는 위해의 두려움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인류가 오래 전부터 고안해온 생존술이다. 개에게 물린 자는 자신을 문 그 개의 고기를 몸속에 저장함으로써 또 다시 닥쳐올지 모르는 미래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한다. 이 사회에서 산다는 것은 누군가 자신을 죽이기 전에 그 누군가를 없애버리는 과정의 연속이다.
‘눈을 희번덕이며’ 죽어간 개의 고기를 먹는다는 것이 ‘잔치’로 받아들여지는 사회는 이 과정을 내면화한 세계다. 이 사회의 일원이 되고자 하는 자는 모두 이 원칙을 몸에 새길 필요가 있다.
어느 날 누군가 이 원칙을 거부한다면 그는 공동체의 도덕적 치부를 드러낸다면 그는 다른 구성원의 마음에 불편한 가잭과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다. 육식주의자가 사회적 다수를 차지하는 사회에서 스스로를 흠 없는 정상인으로 혹은 고결한 여성으로 여기는 자들이 애써 인식을 회피했던 잔인한 부도덕의 치부를 찌른다는 점에서는 채식주의자는 필연적으로 그 사회의 저주받은 타자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사교톤으로 음식을 권하고 배려하는 사장 부인 앞에서 수저를 들지 못한 채 그 여인의 우아한 얼굴과 입을 마주보는 것 만으로도 영혜는 좌중의 기분을 끔찍하게 만드는 폭탄이 되고야 만다. 영혜의 응시는 다수자들의 폭력을 떠올리게 만드는 거울이다. 그것은 고기를 제공하는 동물과 심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살아가는 사람들의 눈앞에 “그런 동물들의 출산, 교미, 도살 과정” R.W. Bulliet, 임옥희 옮김, 사육과 육식, 알마, 2008,
을 갑작스럽게 대면하게 한다.
여기에 가부장사회의 권위적 아버지의 대응은 폭력성을 띄는 것이 당연하다. 처음에는, 아니 가족의 폭력적 강요는 항상 “너를 위하여” 라는 염려와 배려의 위선적 모습을 보인다.
“네가 고기를 안 먹으면, 세상 사람들이 널 죄다 잡아먹는 거”라는 가족 이기주의적 육식사회의 이면이다.
게다가 월남전에 참전해 무공훈장까지 받은 것을 가장 큰 자랑으로 여길 정도의 육식문화의 원칙에 길든 남성이라면 ‘남성=육식’이라는 등식과 아내의 임무는 남편으로 하여금 고기를 먹게 하는 것 남편에게 고기를 내 놓아야 한다고 믿는 것은 남성이 식사의 내용을 결정해야 한다는 육식의 성정치를 영속화한 것이다.(C.J Adams)
이라는 전통을 폭력적으로 강요하고도 남는다.
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딸의 입을 벌리고 억지로 고기를 밀어 넣는 가족 공동체의 사랑은 그렇게 영혜의 신념과 충돌한다. 그리고 적의 공격을 피할 수 없을 때 영혜는 자신을 공격한다. 칼로 자신의 손목을 그으며 저항한다. 피가 흐르고 비명이 오가며 사랑(?)의 폭력으로 충만한 가족의 ‘잔치’가 끝난다.
영혜의 자해는 그녀가
‘죽고 죽이는 살생’에 대한 혐오와, 육식 문화 전반, 곧 가족과 사회라는 이름의 공동체가 강요하는 일상의 규율 전반에 대한 거부와 부정이다.
이제 그녀는 한 사회, 한 공동체의 일원이 아니라 단독자로 존재할 뿐이다. 병상에 누워 있던 그녀가 자신을 가여워하는 어머니를 보며 마음속으로 부인한다. 이제 그녀를 도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저 여자가 왜 우는지 나는 몰라”(60 p)“
병원 분수대 앞 벤치에 앉아 윗옷을 벗어던진 채 군중의 무리에 둘러싸여 햇살을 쬐고 있는 그녀를 발견한 남편 ‘타인’이 된다.
나는 저 여자를 모른다”(64 p).
참고문헌
한강, 채식주의자, 창비, 2007.
구승회, 「생태윤리학: 인간윤리학에서 자연윤리학으로」, 에코필로소피, 새길, 1995.
Adams, C. J., 이현 옮김, 육식의 성정치, 미토 2006..
Bulliet, R. W., 임옥희 옮김, 사육과 육식, 알마, 2008..
Mies, M.․Shiva, V., 손덕수․이난아 옮김, 에코페미니즘, 창작과비평사, 2000.
Singer, P., 김성한 옮김, 동물해방, 인간사랑, 1999.
신수정. 한강 소설에 나타나는 ‘채식’의 의미. 문학과 환경. 2010-
(신수정 님의 논문의 흐름을 주로 참조했음을 밝힙니다.)
저자: 한강
그리고 드디어 곧 저희 목공실 자선바자회를 열 계획입니다.
여기서 먼저 열어 봅니다.
도마자선바자회